월세 내기도 빠듯했던 국숫집은 점심 장사 만으로 매출이 70%가 올랐고 적자가 나던 소고깃집의 매출은 두달 만에 4배가 됐다. 월세 60만원만 벌자고 시작한 10평 남짓 옷가게는 매출이 3000만원까지 뛰었고 유동인구가 적은 골목 안 칼국숫집은 창업 5년 만에 연매출 100억을 넘겼다.
"특별한 비법이요? 그런 건 없습니다. 다만 사람들이 다 알면서도 안 하는 것을 지켰을 뿐이죠" 25개 업체를 창업, 한 번의 실패도 없이 안착시킨 김승현(36) 조조칼국수 대표가 자신 있게 말했다. 그러나 기자는 의아할 따름이다. 조조칼국수만 해도 월매출 14억을 찍는다면서 특별한 비법이 없다니! 기자는 16일 김 대표를 만나 그의 '장사 철학'을 세세히 들어봤다. 아니, 캐물어 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특별한 비법이 없는데 어떻게 어렵다는 장사를 다 성공시켰나.
▶하하. 특별하지는 않다고 한 것들이 지켜나가기 어려운 것들이기 때문이다. 몇 가지가 있는데 우선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직원이다. 매출이 4배 오른 소고깃집을 예로 들어 보겠다. 예전에 적자 나던 소고깃집을 인수한 적이 있다. 일하는 식당 이모님들도, 인테리어도 그대로였다. 오직 사장, 나 하나만 바뀐 거였다.
사실 직원을 다 바꿀 수도 있었지만 이모님들에게는 이 일이 몇 년 째 이어오는 생업이었다. 그런데 이모님들이 너무 불친절하더라. 매장에 불판을 갈면서 늘 인상을 쓰고 그릇도 툭툭 내던지더라. 그분께 내가 "좀 친절하게 하소~"라고 했다면 어땠을까? 안 바뀌었을 거다. 어느날 슬쩍 말했다.
"방금 나간 손님이 이모님 친절하다고 칭찬하더라. 팁까지 주고갔다. 이거 받으시라" 그 팁은 사실 내 지갑에서 나온 돈이었다. 그리고 그분은 퇴근 전까지 웃으면서 일했다.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교육하는 게 아니라 내가 직원을 진심으로 대하면 그 직원은 변한다. 나는 그저 동기부여를 해주는 사람이다.
-직원이 변하면 고객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질 것 같다.
▶그렇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많은 분이 고개는 끄덕이지만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은 많지 않다. 당장 돈이 안 되고 많은 사장님들에게는 '오늘'이 급한 과제일 테니 말이다. 하지만 사람이 먼저, 그 다음이 이윤이다. 내가 말하는 사람에는 직원도 있지만 고객도 있다. 이번에는 옷가게를 예로 들어보겠다.
-장사의 첫 시작이었다던 스물 하나에 창업한 대학가 앞 옷가게를 말하는건가.
▶경북 경산시 영남대 근처의 유일한 남성복 가게였는데 처음 5개월 동안은 적자가 났다. 그때부터 나는 물건이 아니라 신뢰를 팔기 시작했다. 우선 순위를 사람과의 관계에 둔 것이다. 한 고객이 요즘 같은 추위 끝물에 패딩을 사려고 하더라. 수익자 입장에서는 당장 재고로 쌓이게 될 패딩을 파는게 좋다.
하지만 나는 고객 입장에서 말했다. "지금 이걸 사봤자 추위가 얼마 안 간다. 게다가 이 패딩은 올가을에 나오면 더 싸게 살 수 있다. 얇은 코트를 사는게 어떤가"라고 말이다. 돈은 덜 남겼지만 이렇게 되면 고객이 남게 된다. 아무것도 못 팔더라도 개의치 않았다. 그러다보니 이 가게가 일종의 동네 사랑방이 되더라. 그런 입소문이 붙으며 매출이 3000만원까지 뛰었다.
-조조칼국수 운영에 있어서도 '사람'이 우선이겠다.
▶조조칼국수 매장 8군데를 모두 직영으로 운영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주변에서는 "물 들어올 대 노 안젓냐" "프렌차이즈는 왜 안하냐"고들 한다. 반짝 돈을 벌고자 생각하면 사업을 확장하면 된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오래 못 간다. 조조칼국수는 새로운 매장을 낼 때 신규직원을 뽑는 것이 아니라 다른 지점에서 몇 년 일한 숙련된 직원을 파견하는 시스템이다.
파견 직원들에게 집은 당연히 구해주고 지원비도 월 50만원씩 챙겨준다. 사람에게 투자하는 것을 아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직원들도 열심히 일 해줄 것이고, 그 긍정적 효과는 고객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선순환 된다는 것이다. 지점 모두가 잘 되는 요식업은 잘 없다. 하지만 조조칼국수는 직영 8호점이 다 잘된다. 왜냐? 모든 곳의 서비스와 맛이 동일하게 지켜지기 때문이다.
-안그래도 직원 회식비로 월 2000만원 쓰는 사장님으로 유명하더라.
▶쑥스럽다. 나는 그저 응원단장 같은 사장이 되려고 한다. 코치나 감독이 아닌, 자주 들러서 응원해주고 먹을거 조공해주고 명절되면 떡값을 두둑하게 챙겨주는 그런 응원 단장 말이다. 그렇게 하면 직원들은 알아서 힘을 낸다.
-그렇다면 사람(고객 응대·직원 관리)만 제대로 갖추면 장사 준비는 다 된건가.
▶이것이 우선인거지 갖춰야 할 것들은 많다. 음~ 이번에는 국숫집을 예로 들어보겠다. 어느날 국숫집을 30년하신 분이 나를 찾아 왔더라. 장사가 안 된다고 솔루션을 달라는 것이었다. 국숫집은 서비스는 매우 좋았다. 직원관리도 잘 돼 있었다. 즉 접객은 잘했으나 운영을 할 줄 몰랐던 것이다. 일단 단가가 안나오더라. 국수 하나 팔아서 매출이 안 나온다는 거다.
이 문제는 국수에 넣어 먹는 샤브샤브 고기 메뉴를 추가함으로서 해결했다. 그리고 낮에는 장사가 되는데 저녁엔 안되더라. 그러면 하루종일 장사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 그래서 밀키트를 제안했다. 매장으로 와서 사가면 포장인거고 이걸 인터넷으로 팔면 밀키트인거다. 통신판매업 신고를 한 뒤 키트 구성을 어떻게 하고 디자인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도움을 줬다. 그리고 마지막에 먹는 볶음밥도 맛이 없길래 이에 대한 솔루션도 줬다.
-망하는 이유가 단순한 게 아닌 것 같다.
▶모두들 장사에 대해 쉽게 접근하시는데, 장사도 회사 운영과 똑같다. 그래서 나는 장사는 기술자가 아니라 기획자가 해야할 일이라고 늘 말한다. 이 말이 뭐냐면 '내가 이 음식을 참 잘 만든다' '내가 만든 음식 대박날거 같다'라고 생각이 들면 큰 회사에 취업하는게 낫다.
요리 잘하는 셰프가 가게를 차린다고 다 성공하는게 아니란 거다. 장사로 성공하려면 맛, 서비스, 단가 책정, 마케팅 등 여러 분야를 아우를 줄 알아야 한다. 축구 잘했다고 감독으로도 성공하는게 아니지 않나. 클린스만 감독도 선수 시절에는 축구 잘 했다더라.
-기존에 생각해왔던 장사의 개념과는 전혀 다른 것 같다.
▶장사로 많은 사람들이 망하는 이유기도 하다. 유동인구 많고 목 좋은 곳에 오픈해야 성공한다? 이 말도 많이 들어봤을 테다. 하지만 여기에도 오류는 있다. 이번에는 조조칼국수를 예로 들어보겠다. 조조칼국수 본점 앞산점에 가보셨나. 그 곳은 위치가 매우 안좋다. 골목 안이고 유동인구도 없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말하는 장사 성공 공식과는 먼 입지다. 하지만 그 대신 월세가 싸다는 것을 생각해보자. 그 월세가 싼 만큼 고객에게 돌려주면 된다. 그것이 바로 조조칼국수의 파전이다. 조조칼국수의 해물파전은 13,000원이다. 피자에 해물이 이만큼 들어가면 3만원 정도는 받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저렴한 이 가격을 고수한다. 유동인구가 적고 자리가 안 좋은 곳에서 살아남으려면 비장의 무기가 있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입소문이 자연스레 난다. 물론 상권이 좋은 곳에 오픈하면 성공 확률이 높은 것도 맞다. 하지만 위치가 좋지 않은 곳이라고 모두 실패하는 것은 아니란 걸 말하고 싶다.
인터뷰가 끝나고 김 대표에게 다음 일정을 물었다. 인터뷰 도중 김 대표의 휴대폰이 끊임없이 울렸기 때문. 사업 미팅, 강연 제의, 창업 문의…김 대표의 하루는 쉴틈없이 흘러간다. 하지만 기자의 물음에 김 대표는 의외의 답변을 내놨다. "기자님과 방금 인터뷰 했던 지점에 손님이 몰려들 시간이에요. 주차 관리와 설거지 도와주러 가야죠.
그 어떤 일 보다 제게는 중요한 일이니깐요. 직원과 고객과 계속해서 살 맞대는게 저는 그저 좋네요. 이런 진정성만 갖고 있다면 누가됐든 언젠가는 빛을 발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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