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학위복

금동엽 문화경영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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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은 졸업의 달이다. 대개의 대학이 이 시기에 졸업식을 하며, 졸업생들은 검은색 학위복을 입고 사각 학위모를 쓴다. 하지만 이런 복장의 기원과 역사에 대해서 아는 사람이 많지는 않다.

학위복과 학위모에 관한 글들을 조사해 보면 그 역사를 이슬람에 두는 것들이 많다. 더 정확하게는 학위복과 학위모는 이슬람 황금시대인 859년에 모로코 페즈에 세워진 알카라위이안 대학에서 유래했으며, 그 모양은 아랍 복장인 토브에서 왔다고 한다. 알카라위이안 대학은 처음에는 이슬람 연구에 중심을 뒀지만, 점차 수학, 의학, 천문학, 지리학, 철학, 문법에까지 커리큘럼을 확장했으며 학비는 무료였었다.

또 이 학교는 독특한 교육 방법과 제한을 두지 않는 학습 기회로 인해 멀리 유럽의 학생들에게도 인기가 있었다고 한다. 유럽에서 온 학생들은 이 대학을 졸업하고 고국으로 돌아갈 때 이슬람 예복을 입곤 했는데, 이는 그 학교를 졸업했음을 알려 주는 표시였으며, 성공의 상징으로도 여겨졌다. 1088년에 이슬람교도들은 이탈리아에 대학을 설립한 이후, 여러 곳에 대학을 설립하여 알카라위이안 대학과 유사한 방법으로 운영했다고 하는데, 여기에는 이슬람식 학위복과 모자가 포함됐다.

어떤 저자는 중세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 그 기원을 찾기도 하는데, 당시에는 난방이 되지 않아 학생들과 교직원들이 추위를 이기기 위해 매일 후드가 달린 가운을 입었는데 그것이 학위복과 모자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는 식민지 시대로 올라간다. 영국의 조지 2세의 허가를 받아 설립된 컬럼비아 대학교는 영국의 전통을 따라 학생들에게 매일 학교생활에 적합한 옷을 입도록 했는데, 이 옷들이 학위복과 학위모의 역할도 했으며, 나중에 프린스턴 대학을 중심으로 여러 대학은 대학 간의 협력을 위해 위원회를 열고 학위복과 모자, 그리고 후드의 디자인과 색상을 표준화했다.

이에 따라 박사 가운은 검은색 벨벳으로 만들되 세 개의 막대 모양 띠가 소매를 가로지르도록 했고, 석사 가운은 소매의 끝이 처지도록 실크로 만들었으며, 그리고 학사 가운은 소모사 양모로 만들되 소매 끝이 일자로 잘려 각이 지도록 했다. 박사와 석사의 경우 목에서 뒤로 넘어가며 어깨와 등을 감싸는 후드를 학위복 위에 착용하는데, 석사 후드보다 박사 후드를 더 길게 했다. 학문 분야는 후드의 색깔로 표시되며, 하늘색은 교육, 옅은 갈색은 경영, 진한 갈색은 순수예술 및 건축, 오렌지색은 기술, 분홍색은 음악, 초록은 의학, 그리고 진한 파란색은 철학을 상징한다.

학위모에 관해 말하자면, 사각모는 미장이나 벽돌을 쌓을 때 쓰는 모르타르 반죽을 담는 판과 닮았다고 해 모르타르 보드(mortar board)라고 부른다. 이 사각모의 기원을 이슬람에 두는 사람들은 이 모자가 이슬람 학자들이 쓰는 납작한 모자에서 유래했으며, 지성보다는 이슬람의 가르침이 더 우위에 있음을 보여 주기 위해, 이 모자를 이슬람 경전의 받침대로 쓰면서 술은 책갈피로 이용했다고 한다. 이와는 달리 교수들이나 박사학위 수여자가 많이 쓰는 부드러운 벨벳 학위모는 가톨릭 성직자들이 쓰는 비레타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학위모의 술은 학위를 받기 전까지는 사각모의 오른쪽에 두고, 학위를 받은 후에는 왼쪽에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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