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대통령을 다룬 다큐영화 '건국전쟁'을 본다고 해서 '보수' 성향을 인증하는 것은 아니다. 1천300만 관객을 동원한 '서울의 봄'을 관람했다는 것이 진보 성향을 인증하는 징표가 되지도 않는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 영화 메시지에 공감하느냐는 순전히 관객 몫이다. 잇달아 개봉한 두 영화를 아예 보지도 않고 비판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진영 논리를 펴면서 '아예 보지도 말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영화 개봉 초반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던 '건국전쟁'이 역주행 흥행몰이에 나서면서 관객 70만 명을 넘어섰다. 정치 다큐영화로는 '노무현입니다'(180만 명)에 이어 역대 2위에 올랐고, 조만간 100만 관객을 채울 수 있을 것 같다.
건국전쟁과 이승만 대통령을 바라보는 여야 정치권의 공방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역사적 평가는 공정하고 하나의 잣대로 가야 된다"면서도 "4·19라든가 과(過)가 분명히 있지만, 농지개혁이나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 등 우리나라의 기틀은 그때 출발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영화 추천에 나선 것도 한 위원장 지지자들을 극장으로 이끌었을 것이다.
야당은 독재자를 미화하는 영화라며 폄하하면서 아예 불매운동에 나서는 듯하다. 윤영덕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전쟁 속에서 국민을 버리고 도망치고, 민주주의를 헌신짝처럼 내동댕이친 독재자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며 이 대통령을 독재자로 규정했다. 그런데 이 대통령이 12년간 장기 집권을 한 것은 맞지만 '독재자'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신생 독립국가 대통령으로 집권하는 동안 선거를 통해 민의를 대변하도록 하는 등 민주주의 훈련을 계속했고, 3·15 부정선거에 대한 국민적 항거가 있자 스스로 하야하는 것으로 민의를 수용했다.
그의 공이라면 농지개혁에 성공했고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해 대한민국을 지키는 안보의 기틀을 마련한 것이다. 야당 대변인이 '전쟁 속에서 국민을 버리고 도망친 대통령'이라고 주장하지만, 오히려 영화는 '안심하라'고 방송하고는 국민을 버린 '런승만'은 팩트가 아니라는 여러 증거를 내놓는다. 영화가 끝나자 눈물을 훔치고 박수를 치는 관객도 꽤 보였다.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dider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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