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택 시장의 독특한 문화라고 할 수 있는 전세 제도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늘고 있다. 부동산 매입 가격과 전세 가격 사이의 차액을 활용한 이른바 '갭투자'는 정부의 거시건전성 정책마저 위협한다는 지적이다.
20일 한국금융연구원 김현태 연구위원이 쓴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거시건전성 규제 관련 이슈 및 시사점'에 따르면 전세 제도라는 일종의 사금융이 확고하게 자리잡은 한국의 주택시장에선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같은 거시건전성 규제를 우회하기 용이하다.
전세를 통해 주택구입자금을 조달하는 이른바 갭투자가 가능한 상황에선 정부가 LTV 규제 비율을 낮추더라도 전세를 이용해 규제를 우회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시중 전세가율이 LTV 규제 비율보다 높은 상황에서는 전세가율이 LTV 규제의 실효 하한을 결정하게 된다.
김 연구위원은 "임대인과 임차인 개인이 각자의 목적에 맞게 합리적 판단으로 전세를 선택하지만 경제 전체적인 관점에서는 정부의 정책 효과를 반감시킨다"며 "이러한 정책 누수는 주택 가격 급등기에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전세 제도에 부여된 각종 인센티브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주택 가격 대비 전세보증금 비율이 높을수록 전세자금대출 금리에 가산금리를 부과하거나 전세보증금 보증 보험 요율을 인상하는 방안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다만 현실적으로 전세가율이 높은 주택 상당수가 공시가격 3억원 이하 저가 주택임을 고려하면 전세 제도의 급격한 변화는 저소득층의 주거 비용 상승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김 연구위원은 "인센티브를 점진적으로 축소하는 한편 월세 비용 소득공제 확대, 임대주택 공급 확대 방안 등 서민주거 안정을 위한 지원책을 종합적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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