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증 외에는 퇴원 유도하고 있어요. 인력이 없습니다"
20일 오전 8시 계명대학교동산병원. 아침 일찍부터 북적이던 평소와 달리 외래진료 접수창구는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한 보호자가 대기번호표를 뽑아들자 10분이 채 안 돼 그를 호출하는 알람벨이 울릴 정도였다. 그는 "이렇게 사람이 적었던 적이 처음이었던 것 같다"며 "다들 미리 전화를 받고 병원에 안 온 것 같다"고 했다.
다만 차량들이 들어오는 입구에는 여러 대의 사설 구급차가 끊임없이 들락거리고 있었다. 한 번에 여러 대의 구급차가 몰리면서 보호자가 차에 탄 환자를 찾지 못해 헤메는 모습도 연출됐다. 이를 지켜보고 있던 병원 측 관계자는 인력이 없는 탓에 환자들에게 퇴원 또는 2차병원 이송을 권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대 정원 확대를 두고 수련의와 전공의의 '사직서 러시'가 본격화되자 대구의 수련병원에서 의료대란이 현실화되고 있다. 환자들은 당장은 진료가 가능해 다행이라면서도 향후 수술 일정 등이 미뤄질까 봐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의사와 간호사 등 병원 관계자들 역시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의료공백이 심각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입원환자, 응급실 직격탄
이날 의료대란은 수술을 앞두거나 응급실을 찾는 이들에게 가장 영향이 컸다. 전공의의 공백으로 예정된 수술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탓이다. 이 소식을 들은 환자와 보호자들은 한숨을 내쉬면서도 마냥 기다리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했다.
계명대학교동산병원에서 어머니를 2차병원으로 전원시키고 있던 김정화(62) 씨는 "어머니에게 암이 발견돼 오는 29일 서울대병원에서 수술이 예정돼 있다. 그전까지 2차병원에 모시다 올라갈 계획"이라며 "어렵게 잡은 수술예약이었고, 치료도 시급한데 당장 의료공백으로 수술을 못 할까 봐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응급실의 경우 이송환자, 내원환자 상태에 따라 환자수용여부를 정하고 있었다. 이날 영남대병원의 경우 중앙응급의료센터 종합상황판에 '원내 사정으로 모든 환자 이송 전 연락 부탁드리며 중환자만 확인 후 진료 가능합니다'라는 알림을 띄워져 있기도 했다.
이날 오후 3시 기준 중앙응급의료센터 종합상황판에 따르면 현재 경북대병원 응급실은 마취과 사정으로 평일 야간, 주말 등에는 뇌출혈 환자 수용이 불가능한 상태다. 영남대병원의 경우 소아외과, 신경과, 외과 등 7개과가,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의 경우 산부인과, 신경과, 순환기내과 등 6개과가 관련 환자 수용이 불가능하다.
경북대병원 응급실에서 침대에 누워있는 남편과 치료 순서를 기다리고 있던 문종남(64) 씨는 "평소에 구급차를 타고 병원에 오면 크게 대기시간 없이 곧바로 진료를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30분째 기다리고 있다"며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도 모르고 적절한 안내도 없는 상태"라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외래진료 괜찮지만 앞으로는…
교수와 전문의들의 건재 속에 외래진료의 경우 아직은 상황이 나은 편이다. 이날 외래진료를 기다리고 있던 대부분의 환자들도 아직까지는 병원 진료를 받는데 큰 불편함이 없다며 입을 모았다.
문제는 앞으로다. 전공의들의 공백이 장기화될 경우 교수와 전문의들의 수술 일정 등으로 외래진료에도 자연스레 영향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진료실 인근에서는 다음 진료 일정에 대해 확신을 원하는 보호자와 확답을 피하는 간호사 간에 대화가 종종 들리기도 했다.
계명대학교동산병원에서 아버지와 함께 외래진료를 기다리고 있던 50대 김모 씨는 "다행히 전문의들은 모두 병원에 있어 무사히 외래진료 접수를 했다. 이날 병원에 오기 전에 아버지가 계시는 요양원과 일정을 조율하는 등 어렵게 날짜를 맞춘 것이라 취소가 될까 봐 걱정이 많았다"며 "아버지가 호르몬 질환을 앓고 계셔서 정기적으로 진료가 필요한데 앞으로 큰일이다"고 말했다.
지역의 한 수련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간호사는 "병원에 가도 의사가 없다 보니 다른 인력들이 할 수 있는 것이 크게 없다. 현재로서는 수용하는 환자 수를 줄이거나 수술 등을 미루는 게 최선"이라며 "아직까지는 비상근무 등으로 진료를 이어가고 있지만 언제까지 버틸 지 장담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이날 오전 대구 지역의 수련병원을 점검하며 출근을 안 한 전공의들에게 업무 개시 명령을 내렸다. 복지부는 이날 오후 5시쯤 병원을 재방문해 전공의들의 복귀 여부를 다시 확인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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