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출전 선수 확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총선 국면이 본격화되면 여야는 정치 개혁을 두고도 선명성 경쟁에 나설 전망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국회의원 인원 축소 등을 공약했다.
한 위원장은 최근 국회의원 세비 삭감도 제안했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으로서 중위소득 수준의 세비를 제안했다. 그는 "의원이 되고자 하는 분은 단순한 직업이 아니라 국민에게 봉사하고 헌신하기 위해서 이 길에 나선 것"이라며 배경을 설명했다.
올해 국회의원 연봉은 1억5천690만원이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올해 4인 기준 중위소득은 월 573만원이다. 이를 연봉으로 환산하면 6천876만원이다. 국회의원 연봉과 비교하면 약 8천800만원이 적다.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일반수당은 지난해 월 707만9천900원이다. 설과 추석에 지급되는 명절휴가비(849만5천880원)와 정근수당(707만9천900원)을 포함한 상여금도 1천500여만원이다.
의원들은 공무원 급여 체계상 최고 수준의 급여를 받는다. 일반 근로자의 평균소득보다 훨씬 많다. '무보수 명예직'은 로마시대의 신화에 불과하다. 법적으로 의원을 비롯한 공직자는 직위와 책무에 합당한 급여와 처우를 받도록 돼 있다.
다만 의원들은 입법권과 재정통제권을 갖다 보니 의원 급여를 자유롭게 인상할 수 있다는 오해를 받는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주요국 의회도 비슷한 오해를 받는다.
◆세비 급여 결정 방식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급여와 관련된 법적 근거는 '국회의원의 보좌직원과 수당 등에 관한 법률'(수당법)이다. 이 법에는 '국회의원 수당을 조정할 때는 공무원 보수의 조정비율에 따라 국회규칙으로 정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결국 급여는 관련 근거 법률과 규칙의 위임에 따라 '국회규정 개정'에 따라 이뤄진다.
의원의 급여가 인상될 때마다 '셀프 세비인상'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하지만 의원이 자신들의 급여를 원하는 대로 인상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의원의 급여가 결정되는 절차는 다음과 같다.
우선 기획재정부는 국회 예산을 편성할 때 공무원 보수인상률에 맞춰 의원 수당 등 국회예산을 편성한다. 이어 정부 예산안이 국회에 제출되면 소관 상임위인 국회운영위의 예비심사와 예산결산특별위의 본심사를 거친다. 이후 본회의에서 예산안이 최종 의결된다.
실제 올해 공무원 보수는 작년 대비 2.5%가 올랐기 때문에 의원 급여의 인상률도 이를 넘지 않는 1.7% 선에서 책정됐다.
◆주요국의 의원 급여와 결정 방식
최근 국회입법조사처는 소식지 '이슈와 논점'에 한국과 서방 선진국의 의원 급여 책정 기준을 비교한 기고문을 실었다. '국회의원 급여는 누가,어떻게 결정하는가?' 기고문에는 미국, 영국, 독일 의회 의원들이 급여 책정 기준을 분석했다.
이 가운데 영국이 한국과 가장 유사하다. 영국은 공무원 급여인상률을 반영해 의원들의 급여를 책정한다. 다만 영국은 의회에서 자체 결정하지 않는다. 2011년부터 독립기구인 의회윤리청(Independent Parliamentary Standards Authority·IPSA)이 급여 조정폭을 결정한다. IPSA는 공무원 급여인상률을 기본으로 거시경제 지표나 민간부문 소득통계 등을 고려해 의원 급여 수준을 결정한다.
IPSA는 현재 연봉을 지난해 4월 공무원 급여인상률 2.9%가 반영된 8만6천유로(한화 약 1억4천600만원)로 결정했다.
미국은 1989년 제정된 '윤리개혁법'(The Ethics Reform Act of 1989)에 따라 고용비용지수(ECI)에 의한 민간부문 임금인상률에 기반해 자동으로 조정된다. 연방공무원의 급여인상률보다 높게 의원 급여를 올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미국 의회는 입법권을 이용해 자동적인 급여 인상을 무효화할 수 있다. 2009년에 급여를 17만4천달러(약 2억3천200만원) 인상한 이후로 현재까지 동결해왔다.
독일은 연방대법원 판사의 급여를 기준으로 결정된다. 급여 조정은 시민들의 명목임금지수를 고려해 조정된다. 현재 독일 연방하원 의원 연봉은 12만7천유로(약 1억8천300만원)이다.
◆세비 삭감 가능할까
우리나라 국회의원 세비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에서도 최상위권이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의 5.27배다. OECD 국가 중 일본(5.66배), 이탈리아(5.47배)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것이다. GDP로 계산하면 미국, 영국 등 선진국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특히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대목에서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세계경제포럼(WEF)의 '국제정보통신 보고서 2016'에 따르면, 한국은 '입법 기구 효율성' 지수에서 139개 국가 가운데 99위였다. 서울대 행정대학원의 분석도 마찬가지였다. 국회의원 연봉 대비 효과성(의회 활동 능력)에서 한국은 비교 가능한 27개 OECD 국가 중 26위였다.
한동훈 위원장이 사견임을 전제로 세비 삭감을 제안한 탓에 당의 공식적인 총선 공약으로 채택될 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세비 삭감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는 숙지지 않을 것이다. 세비를 삭감해 국회의원 특권을 줄이려는 모습을 보이든지, 정치의 생산성을 높여 선진 정치를 보여야 한다. 선택은 국회의원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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