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의 대규모 병원 이탈이 현실화하고 있다. 21일 현재 '빅5' 병원으로 불리는 주요 대형 병원들(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이 수술을 최소 30%에서 50%가량 줄였다. 이대로 가면 전공의 이탈과 수술 연기 및 진료 예약 취소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의사들이 환자 곁을 떠나는 것은 안 될 말이다. '전공의 없이는 대형 병원들이 수술을 진행할 수 없다'는 병원 현실을 바탕으로 의료 현장을 이탈하는 것은 환자에 대한 도리가 아닐 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반감만 초래할 뿐이다. 정부의 조치를 두고 의협 비상대책위원회가 '의사에 대한 도전' 운운한 것은 매우 부적절한 태도였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2천 명 증원에서 한 발짝도 물러설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만 고집한다면 결국 그 피해는 국민들이 입게 마련이다.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의 가장 큰 이유로 들고 있는 필수의료 붕괴는 의사 숫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필수의료 분야임에도 의료수가가 낮고, 의료 행위의 결과에 따른 의료인 사법 처리 가능성 때문이다. 필수의료·지역의료 등 문제는 의대 정원뿐만 아니라 진료 과목별 의료수가 문제, 의료 쇼핑을 초래하는 보험제도 맹점, 3차 병원을 선호하는 환자들 인식, 오직 수익에만 몰두하는 대학병원의 행태 등 여러 요소가 맞물려 있다.
의사 수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국민들이 많다. 전공의들이 1주일에 80시간 근무, 36시간 연속 근무에 시달리는 원인 중 하나도 의대 정원 부족 때문이다. 그러나 의사 숫자를 늘린다고 우리나라 의료 현장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이 문제가 매우 복잡하게 연결돼 있음을 의사들도 알고, 정부도 알고 있다. 의협은 자신들의 권익만 지키려 해서는 안 되고 국민들 목소리도 들어야 한다. 정부 역시 의사들을 '제 밥그릇만 챙기는 집단'으로 매도하면 안 된다. 강대강 대치는 모두에게 손해다. 정부와 의협은 국민적 피해가 더 확대되지 않도록 즉각 대화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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