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구국운동기념관, 뭣을 어떻게 담나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해 4월 1일 개장 100주년을 맞은 서문시장을 찾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서문시장 옆 계성학교에 (가칭)구국운동기념관을 짓도록 도와 달라고 요청했다. 물론 윤 대통령의 화답과 관련, 예산 3억원이 반영된 정부 예산안이 지난해 국회에서 통과됨으로써 첫 단추를 끼우는 데는 성공했다.

이어 올 들어 지난 1월 우리 지역의 한 신문에서는 '국가보훈부가 구국운동기념관 건립과 관련해 종합적인 검토에 나서기로 해 결과가 주목된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또 이 신문은 국가보훈부가 구국운동기념관 건립 사업의 사전타당성조사 용역비로 3억원의 예산을 확보했다는 사실도 덧붙였다. 이로써 사업은 두 번째 단계에 오른 셈이다.

홍 시장의 구국기념관 건립 요청 이후 10개월이 지났으니 아마도 국가보훈부는 사업 추진을 위한 밑그림을 그릴 것이다. 또한 용역을 발주, 대구시 추정 2천500억원 사업비가 들 구국기념관 건립의 타당성 등을 따지는 세 번째 작업을 진행할 것이다.

대구시가 2029년까지 건립을 구상하는 구국기념관은 대구시 중구 대신동의 땅 2필지 1만3천556.9㎡(약 4천104평) 부지에 1천 대 수용 가능한 지하 3층 주차장과 구국 주제관과 디지털 실감영상관, 체험관·교육관 등을 갖춘 시설이 될 것으로 짐작된다.

대구시에서 충분한 검토와 고민을 거쳐 구국기념관 설립을 결정하고 용역 예산까지 확보한 만큼 기념관을 채울 만한 좋은 자료 확보를 위해 그 나름 충분히 대비하고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기념관 내용 채우기와 관련해 대구시의 구상을 짐작할 수 있는 공개된 정보가 워낙 제한적인 상황이라 함부로 거론하기 어렵다. 하지만 기왕 시작한 구국기념관 건립 사업 성공을 위해서라도 이 사업에 관심 있는 관련자들의 의견을 귀동냥한 결과 지극히 개인적이긴 하지만 제안하고 싶은 게 있다.

우선 구국기념관 건립에 대한 대구 시민들의 폭넓은 여론과 생각을 수렴, 반영할 수 있는 공론화의 장(場)이 마련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당장 '기념관'에 무엇을 넣을 것인지도 분명하지 않다. 구국(救國)은 말 그대로 나라를 구한 일이다. 국채보상운동, 서문시장 3·8만세시위와 독립운동, 한국전쟁 관련 활동, 2·28민주운동, 산업화와 새마을운동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현재 대구에는 이런 '구국운동' 관련 업적을 기념하거나 기리는 단체와 기관, 사업회, 시설 등이 여럿 있다. 이들이 펼치는 일과 구국기념관의 사업 중복을 피하고 차별성 확보 등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아울러 국가보훈부의 용역과 별개로 대구 지역만의 고유한 '구국운동'과 관련한 자료의 발굴과 수집, 정리, 평가, 공유를 통한 시민 공감대 형성도 절실한 일이다. 시민들이 기념관의 필요성을 알고 동참해야 하기 때문이다.

구국기념관은 국책사업인지라 아무래도 전국 단위 용역기관이 타당성조사에 나설 가능성이 클 것이다. 용역이 본격 진행될 때 우리가 미리 '구국기념관'을 채울 수 있는 알찬 내용을 준비했다가 대구시나 용역기관에 제공하면 귀한 도움이 될 것이다.

마땅히 대구시와 산하 연구기관에서는 홍 시장의 의중과 대구 시민들의 바람을 읽고 대구시를 대표할 새로운 기념시설로 역할을 하게 될 구국기념관의 성공을 위해 차질 없이 준비를 할 것이라 믿는다. 그렇지만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하지 않았던가. 250만 대구 시민들의 소중한 생각 하나하나가 강물처럼 흘러 지혜의 바다에 모이면 '구국운동기념관'을 풍성하게 채우는 일도 그만큼 더 알차고 빛나지 않을까.

(정인열 대구가톨릭대학교 프란치스코칼리지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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