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제맥주와 문화의 만남…지역 문화인들 아지트 된 동성로 '몬스터즈크래프트비어'

대구 중구 동성로의 수제맥주 가게 '몬스터즈크래프 비어'
연극, 성악, 재즈, 북콘서트, 전시 등 문화예술복합공간
"맥주와 예술의 만남 좋아. 진정 찾아가는 공연"
"지역예술인들과 상생하고, 세대 대 통합 했으면"

ㅂ최근 몬스터즈크래프트비어에서 치뤄진 지역의 한 밴드 공연. 몬스터즈크래프트비어 제공.
ㅂ최근 몬스터즈크래프트비어에서 치뤄진 지역의 한 밴드 공연. 몬스터즈크래프트비어 제공.
김시연 몬스터즈크래프트 사장. 심헌재 기자.
김시연 몬스터즈크래프트 사장. 심헌재 기자.

"지역 예술인들에겐 이미 아지트다. 이것이 진정 '찾아가는 공연'의 모습이다"

대구 중구 동성로 술집 상권에 위치한 한 술집. 입구로 올라가는 계단 앞에는 '북 콘서트'와 '연극'이 열린다는 포스터가 붙어있었다. 술집에서 예술을? 더구나 대구에서 가장 핫한 술집거리의 대명사인 종로에서? 뭔가 어색한 조합이라는 느낌이 없지 않았지만 공간을 둘러보면 예술을 확산하고자 하는 주인장의 강한 의지를 이해할 수 있다 .

술집 내부에는 작은 무대가 조명으로 빛나고 있었고, 무대 위에는 마이크, 스탠드, 앰프, 드럼, 음향 조작 기기 등이 보였다. 벽 한 켠엔 수 십 가지 종류의 책이 진열돼 있는 책장도 있었다. 수제맥주집 '몬스터즈크래프트비어'의 김시연 대표는 "한 달에 20일 정도는 북 콘서트, 공연, 전시 등으로 예약이 가득 차 있다"고 말했다.

2018년 3월에 문을 연 이곳은 약 100석의 좌석을 가진 제법 규모가 큰 수제 맥주집이다. 흔히 볼 수 있는 술집과 별반 차이가 없지만, 넓은 공간을 활용한 무대가 설치돼 있고, 이 작은 무대에서 연극, 성악, 재즈, 폴 댄스, 북콘서트, 전시 등 장르 불문 모든 문화예술 활동이 끊이지 않는다는데 차별점이 있다. 일부 공연은 사전 예매 없이도 관람 가능해 문득 맥주 한잔 하러 왔다 덤으로 공연까지 볼 수 있어 일석이조다.

김 대표는 "개인적으로 음악을 좋아하고 주류도 좋아하다보니 음악과 술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 개업했다. 그런데 얼마 가지 않아 코로나가 터졌고, 깊은 수렁에 빠졌다"며 "그런데 그 시간이 오히려 전화위복의 시간이 돼 가게가 쉬는 동안 여러 기획을 구상했고, 엔데믹 이후에는 단순 음악 공연에서 탈피해 전시, 연극, 북 콘서트 등도 하게 됐다"고 했다.

그가 내세운 두 가지 키워드는 '상생'과 '지역'이었다. 김 대표는 "개인적으로 예술인들과 친분이 많은데, 시간이 갈수록 지역 예술인들이 설 자리가 없어진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면서 "무대를 갈망하는 지역 예술인들에게 대관 비용을 받지 않고 공간을 내어주고, 나는 본업인 음식과 주류로 수익을 남긴다"면서 "앞으로도 지역 예술인들과 상생하고 싶다"고 했다.

지난해 9월부터 시작한 도서 판매와 북 콘서트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오직 지역 출신의 작가와 출판사들의 책만 진열해 두고 판매하며, 한 달에 한 번 북 콘서트도 개최한다. 이렇게 얻는 수익금 전액은 지역 아동센터에 기부한다.

지역 예술인들에게 이곳은 이미 아지트로 자리잡았다. 지난달 20~21일 몬스터즈크래프트비어에서 연극 공연을 올린 이미경 극단 예전 대표는 "이곳에 오면 장르를 가리지 않는 여러 예술을 접할 수 있고, 예술인들도 만날 수 있다. 예술인들에게는 이미 입소문을 탔다"면서 "이런 유형의 무대가 진정 '찾아가는' 공연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일반 시민들이 보다 쉽게 예술을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이 가장 크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의 꿈은 '음악과 주류를 통한 세대 간 대 통합'이다. 김 대표는 "현재는 40~60대 손님들이 많은데 앞으로는 세대를 조금 더 확장해 보다 젊은 2030들도 맥주 한잔 마시며 다양한 예술장르를 친숙하게 만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상 중"이라며 "무엇보다 지역 예술인들, 그리고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쉽게 와서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인식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술집 한켠에는 그간 공연을 했던 각종 행사의 포스터가 붙어있었다. 심헌재 기자.
술집 한켠에는 그간 공연을 했던 각종 행사의 포스터가 붙어있었다. 심헌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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