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본없는 드라마]<15> 축구 대표팀 갈등 일단락 but “갈 길 멀다”

‘해외파 경질, 국내파 유력’ 1번 후보 ‘카리스마 홍’(?) 감독
이번 아시안컵 과오가 2026 북중미 월드컵 약이 되어야
유럽파 빅4(손-김-이-황), 갈등 넘어 시너지 효과 내야

스포츠는 치열한 승부의 세계로 그 누구도 감히 예측 불가한 '각본없는 드라다', 그래서 전 세계 팬들이 그 승부에 열광한다.

성난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대한축구협회 앞에서 시위하는 모습. 클린스만 감독은 경질됐지만 정몽규 협회장은 살아남았다. 연합뉴스

'눈 뜨고는 못볼 지경'(目不忍見)의 축구 국가대표팀이 대략 큰 갈등을 봉합한 듯 보이지만 향후 갈 길은 첩첩산중, 먹구름도 잔뜩 끼어있다. 큰 줄기는 잡았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유임, 클린스만 감독은 경질, 4강 요르단전을 하루 앞두고 난투극을 벌인 당사자인 캡틴 손흥민과 샛별 이강인의 런던 화해.

일단 협회장과 감독의 거취 문제와 선수들의 하극상 사태는 마무리가 된 셈이다. 하지만 2년 후 2026 북중미 월드컵을 앞두고 다시 하나되는 태극전사들의 멋진 콤비 플레이를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팀을 우승으로 이끈 K1-리그 울산 현대 홍명보 감독. 벌써 표정에서 카리스마가 쩐다. 연합뉴스

◆분위기상 국내 감독 선임될 듯, 홍명보(?)

"해외 감독이 문제가 되면 국내 감독으로".

대한민국에는 전 분야에 걸쳐 하나의 패턴(공식)이 통용되고 있다. 특히 클린스만의 자율형(방목) 지도 스타일은 냄비처럼 끓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축구 열정에 너무 무책임하게 비치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아마도 클린스만 감독이 선수들에게 모든 걸 맡겼다고 해도, 아시안컵 우승이라는 결과물을 내놓았다면 유임되었을 지 모른다. 하지만 경기내용도 결과도 전후 과정도 좋지 못했기에 경질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봐도 이상하지 않다.

클린스만은 이미 미국으로 떠났다. 이제 책임소재를 따질 일도 없다. 속된 말로 죽은 자식 뭐(?) 만지는 격이다. 그렇다면 이제 새 감독을 물색해야 할 때다.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회는 21일 1차 회의를 가지고, 향후 축구대표팀 운영계획을 발표했다.

당장 다음달 태국과의 2026 월드컵 지역 2차 예선전을 치러야 하는 만큼 빠른 시일 내(늦어도 3월 초까지)에 새 사령탑 선임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대행 체제없이 정식 감독을 선임한다는 입장이다. 일단 물망에 오르는 후보들은 스타 선수 출신으로 현재 프로팀 감독으로 지도력을 어느 정도 인정받고 있다. 가장 유력한 후보로는 홍명보 울산 현대 감독이 꼽히고 있으며, 현재 U-23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황선홍 감독과 최용수 전 강원FC 감독이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

정몽규 협회장은 "대표팀을 한 팀으로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이 되고, 그것이 차기 감독의 가장 중요한 덕목의 하나"라고 강조했다.

캡틴 손흥민과 샛별 이강인의 21일 런던 화해 모습. 이강인은 먼저 사과했고, 손흥민은 보듬었다. 출처=손흥민 인스타그램

◆'1+1=3' 시너지 효과 낼 수 있을까?

이번 아시안컵에서 화려한 황금세대들은 초라한 경기력으로 4강전에서는 졸전을 선사하며, 국민적 대실망을 안겼다. 그도 그럴 것이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유럽을 대표하는 리그(EPL, 프랑스리그, 분데스리가)에서도 골잡이(손흥민과 황희찬), 미드필더(이강인), 센터 수비수(김민재) 4명의 몸값만 해도 2천억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이 보여준 경기력은 반죽이 제대로 안 된 밀가루로 만든 빵이었다. 김민재는 이미 손흥민과 한 차례 갈등을 겪은 바 있으며, 4강전에는 경고 누적으로 뛰지도 못했다. 이강인은 안하무인 하극상까지 일으키며, 대표팀 단합에 찬물을 끼얹었다.

오합지졸의 압권은 8강 호주전에서 극적인 동점골 찬스에서 황희찬이 페널티킥을 차려하는 순간 이강인이 '내가 차겠다'면서 캡틴에게 대들며 '훼방'(毁謗, 일본어 '겐세이')을 놓는 장면이다.

아시안컵에서는 월드스타급 네 선수가 '보여줄 수 있는 최악의 조합'을 이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캡틴 손흥민은 실력과 인격 면에서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지만, 정작 '나도 내가 낸데' 카는 김민재와 이강인 선수와 진정 마음으로 통하는 사이가 될 수 있을 지 사실 부정적 생각이 앞서기만 한다.

김민재와 이강인 선수 입장에서는 속으로 "자기만 잘 났고, 또 언론플레이하네!"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답답한 사람이 우물판다'고 온갖 비난에 시달리던 이강인은 '일단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마음으로 영국 런던으로 손흥민을 찾아갔고, 이에 둘은 극적 화해 제스처를 취했다. 하지만 국민들의 불편한 마음은 잠시 잠복해 있는 것이지 결코 풀리지 않았다.

특히 이강인은 한번 더 하극상에 가까운 행동을 한다면 정말 영원히 대표팀에서 퇴출될 지도 모른다. 부디, 이번 아시안컵에서의 콩가루 집안 참사가 2년 후 북중미 월드컵에서 약이 되어, 제대로 된 선수들간의 시너지 효과(케미, 화학적 결합)를 발휘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