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SNS 유명인 따라 구매하는 잘파세대…세계는 지금 ‘디토 소비’ 대세

스탠리텀블러·냉동김밥…"나도 살래"
'시성비' 중요한 잘파세대, 사람·콘텐츠 추종해 소비↑

미국 이커머스 이베이에 올라온 스탠리와 스타벅스가 합작해 만든 2024년 발렌타인데이 텀블러. 이베이 제공
미국 이커머스 이베이에 올라온 스탠리와 스타벅스가 합작해 만든 2024년 발렌타인데이 텀블러. 이베이 제공

대학생 이혜원(가명·21) 씨는 최근 고가의 가방을 구입했다. 이 씨가 구독하고 즐겨보는 인플루언서가 자신의 영상에서 자주 들고 다니던 가방이다. 외모나 옷 입는 스타일이 마음에 들어 그 인플루언서의 SNS를 자주 들어가본다는 이 씨가 최근 석 달간 그를 따라 산 물건 개수만 열 손가락을 넘는다.

이 씨는 "OOTD(Outfit Of The Day·오늘의 패션) 소개 영상이나 GRWM(Get Ready With Me·함께 나갈 준비 하기) 영상들에 유튜버가 자주 입는 옷과 일상품들을 소개하는데 그 물건들을 주로 사곤 한다"며 "평소 선망하던 유튜버가 쓰는 것들이라 소비하면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잘파세대의 '디토(Ditto) 소비'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디토'는 '나도', '나 역시 마찬가지'란 의미의 라틴어다. 다시 말해 유명인, 인플루언서 등이 구매한 제품을 따라 사는 소비 트렌드를 일컫는다. 시류에 맞지 않아도 자신이 지향하는 가치에 맞는다면 돈 쓰는 것을 아끼지 않는 '가치소비'와는 다르다.

디토 소비를 이끌고 있는 건 주로 잘파세대(Z세대+알파세대)다. 잘파세대는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Z세대와 2010년대 초반 이후에 태어난 알파세대를 합친 것으로 1990년대 중반 이후의 태어난 세대를 통칭한다.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환경에서 성장한 이들은 주로 인스타그램, 틱톡 등 SNS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SNS상으로 정보를 습득하고 활용하는 것에 능하고 소비할 때도 역시 SNS를 가장 우선적으로 참고한다.

매해 소비트렌드를 전망하는 김난도 서울대 교수의 '트렌드 코리아 2024'는 디토 소비를 두고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과 가치관에 적합한 대상을 찾고 의사결정과정을 모두 생략한 채 사람·콘텐츠 등을 추종해 소비하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텀블러·냉동김밥 …SNS는 '디토 소비' 천국

디토 소비는 그야말로 전 세계적인 소비 트렌드다. 숏폼 플랫폼인 틱톡(TicTok)에 영상을 찍어 올리는 '틱톡커' 사이에서 열풍을 끈 미국 보온병 업체 '스탠리'(Stanley) 텀블러가 대표적이다.

화재로 전소한 차량에서 얼음이 녹지 않고 들어있는 스탠리 텀블러가 발견됐다는 영상이 틱톡에서 인기를 끌면서 너나없이 스탠리 텀블러를 구매하고 후기를 인증하는 숏폼을 찍기 시작했다. 스탠리 텀블러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의 조회 수가 9억회를 기록할 정도였다.

스탠리가 스타벅스와 협업해 내놓은 핫핑크색의 발렌타인데이 한정 텀블러는 '오픈런'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 핫핑크색의 텀블러를 갖기 위해 새벽마다 대형 마트에 줄을 서거나 노숙하는 모습이 다시 숏폼에 줄줄이 소개됐다.

소비자가로 약 7만원인 이 텀블러는 중고시장에서 70만원 가량에 판매될 정도다. 지난달 미국에서는 330만원어치 스탠리 텀블러를 훔친 23세 여성이 붙잡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기도 했다.

이 기현상은 국내에도 번졌다. 패션플랫폼 무신사에 따르면 해당 플랫폼 내에서 지난 30일간 '스탠리'와 '스탠리 텀블러'의 검색량이 직전 30일 대비 각각 155%, 8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스탠리 전체 브랜드의 거래액도 150% 급증했다.

지난해 유럽과 미국을 사로잡은 우리나라 냉동 김밥 열풍도 대표적인 디토 소비 결과물로 꼽힌다. 지난해 9월 미국의 유명 SNS 인플루언서가 냉동 김밥을 먹는 틱톡 영상이 조회 수 1천만회를 넘기면서 미국 전역 560여 개 대형마트에서는 냉동 김밥이 모조리 품절되기 시작했다.

한 달도 안 돼 미국 대형마트에 납품된 냉동 김밥 250톤(t)이 동나는 등 인기를 끌자 한국 소비자들도 궁금증을 품어. 급기야 이마트는 미국으로 수출된 냉동 김밥을 국내로 역수입을 하기까지 이른다.

미국 트레이더 조에서 판매 중인 냉동김밥. 트레이더 조 제공
미국 트레이더 조에서 판매 중인 냉동김밥. 트레이더 조 제공

◆시성비 따지는 잘파…유통업계도 노린다

트렌드에 민감한 잘파세대에게는 가격 대비 품질(가성비)보다는 시간 대비 성능(시성비)가 중요하다. 시성비를 따지는 것이 디토 소비의 핵심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인물과 콘텐츠를 그대로 따라사면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즉 디토 소비는 자신의 취향을 찾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인 것이다.

백화점 업계는 'F&B(Food and Beverage)'를 통해 이들을 공략하고 있다. 서울에서 인기를 끌고 SNS에서 입소문을 탄 맛집을 팝업스토어 형식으로 지역 곳곳에 있는 백화점 점포에 임시 입점시킨다.

지난달 26일 오픈한 스타필드 수원에는 '노티드 도넛', '런던 베이글 뮤지엄', '소금집델리' 등 SNS 인증 베이커리 맛집으로 유명한 브랜드가 줄줄이 입점됐거나 예정이다.

더현대대구에도 지난 22일 도넛 브랜드 '노티드 도넛'이 새롭게 오픈했다. 노티드 도넛은 이미 팝업 스토어 형태로 대구 신세계백화점에 먼저 입점했는데 줄이 길게 늘어설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온라인은 음식, 패션 할 것 없이 잘파세대 공략에 나선 지 오래다. 스타일 커머스 플랫폼 에이블리는 디토소비를 추구하는 잘파세대를 겨냥해 다양한 브랜드 상품을 인플루언서가 소개하는 광고 전략을 펼쳤다.

에이블리에 따르면 인플루언서가 선보인 브랜드는 콘텐츠 조회수가 월평균보다 3배 이상 상승하고 주간 거래액이 직전 주와 비교해 4.5배(350%) 증가했다.

에이블리 매거진 관계자는 "디토 소비가 확산되면서 나의 취향과 비슷한 사람이 구매한 제품을 따라 사는 경향이 짙어진 만큼 연령대별로 보고, 즐기고, 자신의 취향을 찾을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분초사회. 게티이미지뱅크
분초사회. 게티이미지뱅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