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정부·의사 극단 대치로 환자들만 고통, ‘증원’ 타협점 찾아야

의대 입학 정원 확대를 둘러싼 정부와 의사 단체의 극단 대치가 이어지면서 환자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대형 병원들은 전공의 이탈에 따라 수술을 절반으로 줄이고, 환자들을 다른 병원으로 돌려보내고 있다. 정부는 보건의료 위기로는 사상 처음 재난경보를 '심각'으로 상향했다. 그러나 진료 차질을 해소할 수단은 별로 없다.

정부는 공공병원·군병원을 총동원하고, 비대면 진료를 확대했지만 응급·중증 환자의 진료 공백을 메우지 못하고 있다. 전공의 업무를 떠맡은 진료보조(PA) 간호사는 수술 봉합 같은 불법 진료에 내몰린다. 정부는 '면허 정지' '구속 수사' 등으로 압박하고 있지만, 전공의들과 의사 단체의 반발은 거세지고 있다. 일부 대학병원 교수들은 전공의 단체 행동에 동조할 뜻을 밝혔다. 특히 3월엔 전임의들이 재계약을 않고 병원을 떠나거나, 신규 인턴들이 임용을 포기할 조짐이 보인다. 의료 대란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병원을 지키고 있는 의사, 간호사 등 의료진의 피로도는 쌓여만 간다. 비상 진료 체계는 2, 3주를 버티기 힘들다고 한다. 환자의 건강과 생명은 방치되고 있다. 전공의들은 환자 곁으로 돌아가야 한다. 환자들의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들이 아닌가. 정부도 의료 대란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정부는 의대 증원과 관련해 대한의사협회와 28차례 협의했다고 하지만, 충분한 소통과 협의가 없었다.

의료 대란이 악화되면 정부와 의사 단체는 국민들의 거센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여론과 동떨어진 단체 행동은 설득력이 없고, 위기감만 키우는 강경 대응은 정부의 무능을 드러낼 뿐이다. 정부는 증원 규모와 방식에 대해 열린 자세로 접근하길 바란다. 24일 전국 의대 교수협의회가 정확한 의료 인력 추계를 위한 다자간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25일 거점국립대교수회연합회는 의료 단체와 공식 대화에 나설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정부와 의사 단체가 진정으로 국민을 생각한다면 한발씩 물러서야 한다. 의(醫)·정(政)의 극한 대립은 파국만 초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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