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李-洪 공천 갈등 봉합, 李 사천(私薦) 굳히기 ‘짜고 치는 고스톱’

공천 여론조사 업체 선정을 둘러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홍익표 원내대표 간 충돌이 봉합 수순으로 들어갔다. 민주당 선거관리위원회는 25일 비명계 현역 의원을 배제한 여론조사로 논란을 빚은 '리서치디앤에이'를 향후 당내 경선 여론조사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이어 홍 원내대표는 "이 대표와 저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모든 현안에 대해 원활하게 소통하며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며 "공천 갈등은 사실이 아니다"고 했다.

이에 앞서 홍 원내대표는 23일 향후 여론조사에서 리서치디앤에이를 배제할 것을 이 대표에게 요구했다. 이 업체는 여론조사 업체 선정 과정에서 탈락했다가 하루 만에 추가됐으며, 이 대표가 성남시장이던 2013년 성남시 시민 만족도 조사 용역을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이 업체의 여론조사는 '비명 찍어내기'라는 의심을 받았다.

여론조사를 둘러싼 이-홍 갈등이 해소된 것처럼 보이지만 문제의 업체를 향후 공천 여론조사에서 배제해도 이 대표의 친명계 사천(私薦)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은 전무해 보인다. 이 대표 측은 '리서치디앤에이를 배제할 수는 있지만 여론조사 내용 자체는 문제가 없고, 기존의 현역 의원 평가 및 이미 진행된 경선 결과는 뒤집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1차 경선 패배자들과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 의원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홍 원내대표의 리서치디앤에이 배제 요구는 문제를 제기했다는 기록을 남기려는 것에 불과하다는 의심을 피하지 못하고, '당내 공천 갈등은 없다'는 소리도 공허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 홍 원내대표가 문제를 제기하고 이 대표 측이 수용한 것은 이 대표의 사천을 기정사실화하려는 '짜고 치는 고스톱'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홍 원내대표는 27일 의원총회에서 당 사무처로부터 여론조사 업체 선정 과정을 보고받을 예정이다. 문제가 된 업체의 조사 결과를 폐기하고 '제로 베이스'에서 전면 재조사할 게 아니라면 보고받아 어쩌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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