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만촌동 화재에도 많은 분들의 도움 덕에 버티고 운영해왔지만 이제는 정말 한계임을 실감합니다. 과연 언제까지 이어갈 수 있을까가 가장 큰 고민입니다."
국내 최초 미술전문도서관인 대구 달성군 가창면 '아트도서관'이 폐관 위기다.
공교롭게도 올해는 아트도서관이 개관한 지 10주년. 최근 만난 허두환 아트도서관 관장의 얼굴에서는 개관 10주년의 기쁨보다 아쉬움과 착잡함이 묻어났다.
책 한 권 구해서 보기 어려웠던 청소년기에 언젠가 도서관을 열겠다는 꿈을 꿨었던 그는 우연한 기회에 미술전문서점 3곳을 인수한 뒤 자신이 수집한 미술 서적과 자료들까지 한 데 모아 전국에서 처음으로 미술전문도서관을 열었다. 하지만 개인으로서 운영이 쉬울리 없었다.
말 그대로 집 팔고 땅 팔아가며 근근이 이어온 지난한 세월. 그의 노력으로 아트도서관은 현재 10만권 이상의 미술 관련 장서를 보유하고 있고, 한정본이나 일반 도서관에 없는 미술 관련 자료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어 전국에서 찾는다.
허 관장은 "전국을 헤매도 못찾은 미술전문서적을 이곳에서 드디어 찾았다는 손님의 말을 들었을 때 큰 보람을 느꼈다. 모두가 찾는 책은 아니지만, 누군가에게 빛이 되는 책을 보존하고 있다는 나름의 사명감이 있다"며 "또한 '대구문화' 창간호를 유일하게 보유하고 있는 등 지역 작가와 지역 미술에 대한 자료 아카이브 기능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제 공간적, 재정적, 조직적으로 한계에 직면해 더 이상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혼자 서적을 구매, 정리, 데이터베이스화하고 각종 행정 업무를 처리하기에 힘이 부치는 데다 최근 대구시의 사립공공도서관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 올해 보조금을 받을 가능성도 요원하기 때문. 더욱이 1~2월 전기요금 체납으로 당장 단전 위기라는 게 허 관장의 설명이다.
앞서 2022년 11월 매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도 그는 "개인의 한계성을 넘어 국내 대표 미술전문도서관으로의 발전을 위해 모든 자료를 공공의 몫으로 내어줄 생각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2019년 의정부시가 의정부미술도서관을 개관하며 전국적으로 많은 방문객을 불러 모은 것처럼, 미술 역사가 깊은 대구도 미술전문도서관을 지역 관광 콘텐츠로 활용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
하지만 그는 인터뷰 이후에도 타 시·도에서만 벤치마킹이나 이전 제안을 해올 뿐, 정작 대구에서는 큰 관심이 없었다고 했다.
이제 그에게 남은 마지막 노력은 민간에서 서포터(후원자)를 찾는 일이다. 그는 "장서를 보관할 공간이 부족해 빚을 내서 만촌동 원래 자리에 제2도서관 공사를 하고 있다. 이마저도 개관할 수 있을 지 미지수지만, 후원자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그의 이름을 따서 도서관 이름을 짓는 것이 작은 소망"이라고 말했다.
"내 삶보다 책을 우선하고 살았습니다. 단단히 미쳤죠. 하지만 이제는 다 놓아주고, 스스로에게 여유를 좀 주라는 내면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책 속의 세계를 이제 직접 현장에서 보고싶은 마음도 큽니다. 원대한 꿈을 갖고 시작했지만 이제는 작은 충격에도 크게 흔들리네요. 내년까지 못 버틸 수 있겠다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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