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광역시 울주군에 있는 '옛간'은 1959년에 문을 연 15평짜리 작은 방앗간이다.
3대째 운영 중인 옛간은 2019년까지 60년간 연매출이 10억원을 넘어본 일이 없었고, 주요 거래처는 지역 슈퍼와 시장데 불과했다. 하지만 2020년 쿠팡 로켓배송에 입점하면서 상황이 180도 변하게 된 것. 쿠팡 물류센터에 물건만 보내면 전국 소비자들에게 로켓배송되면서 연일 대박행진을 이어가게 됐다. 주문 쇄도에 15평짜리 방앗간을 180평 규모로 증설한데 이어 이달 주문량을 2배 늘릴 참기름 공장(700평) 준공을 앞두고 있다.
박민 옛간 대표는 "60년 만에 전국에서 단골이 몰리는 브랜드 인지도가 있는 중소기업으로 성장했고, 쿠팡을 포함한 온라인 매출이 60%에 이른다"며 밝은 얼굴로 말했다..
쿠팡이 사상 처음으로 매출 30조원을 돌파하고 창립 후 첫 연간 흑자를 달성하는 등 고속성장하면서 온라인 판로를 확대한 중소상공인들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식품부터 패션, 생활용품은 물론 방앗간과 정미소까지 2014년 런칭해 10주년을 맞은 로켓배송과 지난해 초 본격화한 로켓그로스(판매자 로켓배송)로 '성장 페달'을 밟아 대기업과 대등하게 경쟁하며 브랜드 인지도를 올리는 작은 사장님들이 늘고 있다는 것.
◇사상 첫 연간흑자 쾌거에…중소기업들 "열악한 경영부담 없앤 로켓의 힘"
쿠팡은 28일 지난해 연 매출 31조8298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과 비교해 20% 오르며 연 매출 30조 고지를 돌파했고, 연간 영업이익은 6174억원(4억7300만달러)를 달성했다.
쿠팡이 연간 영업흑자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쿠팡의 고객 수는 2100만명으로 전년 말(1811만5000명)과 비교해 16% 늘어났고, 충성고객 지표인 '와우 멤버십' 이용자수도 지난해 대비 27% 증가한 1400명을 기록했다.
누적 6조원의 적자를 기록한 강원도에서 제주도까지 전국에 구축한 쿠세권(로켓배송이 가능한 지역)은 전국 182개 시군구(전체 260개)에 달한다고 업계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쿠팡의 매출은 2014년 3483억원에서 2015년 처음 1조원을 돌파했고, 2020년 13조원을 거쳐 지난해 30조원을 넘어섰다.
로켓배송 10년의 성공을 이끈 요인은 브랜드 인지도는 적지만 품질력으로 똘똘 뭉친 중소기업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중소기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2014년 로켓배송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브랜드 인지도가 없었던 쿠팡이 주요 대형마트나 대기업과 거래 관계를 맺는 대신 품질력을 인정받은 중소기업들과 대거 손을 잡은 것이 성공의 비밀.
쿠팡의 입점 소상공인(매출 30억원 이하)은 2015년 1만2161명에서 지난해 21만명으로 20배 가까이 늘어났다. 코로나가 터지기 전인 2019년 말 쿠팡 전체 입점 업체 가운데 중소상공인 비중은 60%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80%에 육박하며 거래금액은 2019년 4조1080억원에서 2022년 9조원으로 2배 이상 급증했다.
로켓배송으로 성공가도를 달리는 중소기업들이 뽑는 근본적인 차별화 포인트는 "일반 유통업체와 달리 중간유통단계가 사라지면서 경영부담이 사라졌다"는 것.
제품을 만드는 기술력 외에는 영업력과 마케팅, 협상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거래처와 유통 과정에서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았으나 확실한 기술력만 있으면 쿠팡을 통해 성공 할 수 있는 수단이 생긴 것이다.
1978년에 생긴 헤어드라이업체 '한일전자' 박경수 이사는 "2018년 쿠팡에 입점하기 전엔 총판(왕도매)와 대리점(도매상)을 오가는 복잡한 유통구조 속에서 수익성이 저하됐고 매출은 매년 50~70억원대에 정체됐다"며 "지금은 매출의 70%가 쿠팡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쿠팡이 직접 빠른 배송을 하고 고객 상담을 전담한다는 점도 입점업체 입장에서는 가장 큰 매력으로 꼽힌다.
경남 창녕군에서 재배한 고춧가루를 쿠팡을 통해 판매하는 '비에스상사'의 이지효 대표는 "(오픈마켓 운영 시절) 자체 외주 택배를 할 땐 상품 100개를 모두 개별포장했는데, 지금은 큰 박스에 다 넣고 쿠팡 물류센터에 보낸다"고 말하며 효율성과 업무 부담이 낮아진 것을 매력으로 꼽았다. 그 시간 만큼 제품 생산에 더 주력 할 수 있다는 것.
부산 범내골 '지온패션'의 김혁섭 대표는 "월요일에 고객이 상품을 주문했는데 '왜 금요일에 오느냐'는 민원에 로켓을 시작했다"고 했다. 그의 매출은 2020년 쿠팡 로켓배송 입점 첫 해 4.6억원에서 지난해 33억원으로 7배 이상 늘어났다.
◇직원 4명이 매출 80억원 올려…로켓그로스 순항으로 지방 판매자도 로켓 확대
로켓배송 물류망 확장으로 지난해 초 본격적으로 드라이브를 건 '로켓그로스'도 순항하고 있다. 원하는 만큼 판매자들이 물류센터에 제품을 입고하면, 보관·포장·배송·반품·CS를 책임지는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중소상공인만 현재 1만2000명에 달한다.
김범석 창업자는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로켓그로스 입점업체의 80% 이상은 전통 유통업체의 물리적 매대에 입점할 수 없는데다 자체 인프라를 구축할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로, 이들의 지난 4분기 거래량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2배 증가했고, 참여 업체 수도 80% 늘었다"고밝혔다.
경기도 화성의 '명성 정미소'는 지난해 1월 로켓그로스 입점 이후 연 매출이 종전 40억원에서 지난해 8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직원이 4명 뿐이지만, 직접 고객응대(CS)와 택배배송에 나서지 않고, 제품에만 집중해 쿠팡에 공급한 것이 주요 비결로 꼽힌다.
진주에서 바나듐쌀 농가를 운영하는 '진주탐라' 진태효 씨는 "매출 1억원 미만에 혼자 농사, 마케팅, 판매를 담당하는 농업인 입장에서 전례없는 판로 확장"이라고 설명했다.
중소기업들은 "쿠팡이 없었다면 온라인 시장에서의 생존과 성장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생활용품업체 순수코리아 양칠식 대표는 "4500평 규모의 공장 개설, 10개국 수출, 매출 10배 성장 모두 2015년 쿠팡 로켓배송을 시작해 얻은 성과"라고 말했다.
순수코리아 매출은 2015년 24억원에서 지난해 280억원으로 10배 이상 폭증했다.
창업 첫해인 2014년 오프라인 마트 거래를 시작했다 쿠팡을 시작한 그는 "과거 '쿠팡 적자가 걱정된다'는 주변 지인들의 걱정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쿠팡에 제품을 더 넣었다"며 "중간 유통단계를 없앤 쿠팡 모델과 동반성장하리란 믿음이 있었다"고 자신감 있게 말했다.
쿠팡 임팩트 리포트에 따르면, 소상공인 거래금액은 비서울 지역에서 72%가 발생. 제주·울산·충북·경북 등 비서울 지역 소상공인 거래금액은 서울 지역 소상공인과 비교해 2020년과 비교해 2022년 약 2배 높게 나타났다.
지방시대위원회 한 관계자는 "쿠팡의 이러한 시도가 지역 균형발전을 이끌고 있는 면이 크다"며 "지역의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키워줄 수 있는 쿠팡 같은 기업이 크게 늘어야 지역에 활기가 돌고, 이를 통해 지방에도 기회가 있음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알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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