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함께 꿈꾸는 시] 유가형 '첫'

유가형 시인, 2001년 문학과 창작으로 시 등단

이달부터 매주 월요일마다 대구시인협회 소속 시인들이 선보이는 '함께 꿈꾸는 시'가 웹에 연재됩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시 〈첫〉 관련 이미지. 유가형 시인 제공.
시 〈첫〉 관련 이미지. 유가형 시인 제공.

〈첫〉

첫 이란 말에

돌확에 잠자던 동그란 그리움이 머리를 든다

첫 만남

첫사랑

첫 출근

첫날밤

첫눈

첫새벽

첫차

장독 위에 놓인 신성한 정화수다

싱그러운 아침 공기며

뽀송하게 말린 새하얀 빨래다

천만 개의 세포가 찬 산골 물에 발 담근 듯

뽀얀 설렘이 살갗의 실가지에 걸어 놓은

긴 명주 수건에 얼굴을 묻고

가물가물 사라져 가는 기적 소리를 듣는다

<시작(詩作) 노트>

유가형 시인
유가형 시인

누구나 나이를 먹고 보면 지나간 세월이 그리워지는 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이 아닐까? 그것이 꼭 행복한 추억이 아니어도 지금 생각하면 그때가 그립다. 되돌릴 수 없는 지나간 것이기에 더욱 그렇고 내가 경험한 즐거움이나 안타까움이나 괴로웠던 오래된 경험들이 그리움의 씨앗이 되는 것이다.

사랑하는 이와의 첫 만남이 말 한마디 행동 하나까지 애틋하고 그리워지는 것이다. 아기가 처음 태어나 세상이 신기하듯, '첫'이라면 모두가 기대하고 신기하고 희망을 안고 조심스레 발을 떼는 것이 아닐까?

인간관계도 그렇지만 쌀쌀한 첫새벽에 첫차를 기다리며 첫 출근 하는 때를 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누구나 그 설렘은 잊지 못할 것 같다. 바쁠 때는 모르다가 조금만 한가해지면 난 그리움에 끌려다닐 때가 많다. 푸시킨이 말한 것처럼 젊었거나 나이 들거나 지난 것은, 모두 그리움의 대상이기 때문일 거다.

결국 인생이란 '첫'이란 기적을 울리며 떠나는 기차와 다름없고 기적소리처럼 '첫'과의 거리는 점점 멀어져만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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