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 우리는 매일 죽음을 입는다

올든 위커 지음/ 김은령 옮김/ 부키㈜ 펴냄

옷 이미지. 클립아트코리아
옷 이미지. 클립아트코리아

미국의 다국적 기업 '3M'은 1940년대에 PFOA(과불화옥탄산)를 발명해 듀폰에 판매했다. PFOA는 옷은 물론 테플론 코팅 프라이팬을 비롯한 다양한 생활용품에 사용됐다.

그런데 이 PFOA가 사람의 신체에는 매우 유해하다. 3M과 듀폰은 사람이 PFOA에 노출되면 각종 암과 선천성 결함, DNA 손상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무려 반 세기 넘게 이를 숨기고 이익 추구에 나섰다. 2000년이 지나고 나서야 3M은 PFOA 생산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때는 늦었다. 패션 산업은 이미 PFOA에 푹 빠져 있었다.

PFOA를 활용한 과불화화합물로 처리한 옷감은 방수, 방오 기능이 탁월해 등산화부터 스키복, 수영복 등 온갖 의류에 쓰이고 있었다. 특히 PFOA는 완전히 분해되지 않는 특성을 지닌 '영구적 화확물질'이다. 책에 따르면 PFOA는 오늘날 미국인 99.7%와 남극 동물의 혈액, 빗물에도 흐르고 있다.

의식주(衣食住). 사람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세 가지다. 지금은 실제로 '의식주'라는 단어를 많이 뱉지 않지만, 이는 이미 우리가 너무 자연스럽게 먹고, 거주하며, 입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미 당위적으로 우리가 누리고 있는 것들이기 때문에 체감이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대개의 사람들은 이 중 특히 '식'과 '주'에 많은 신경을 쓴다. 유기농 밀가루로 만든 빵을 먹고, 언론에서는 연일 '이 음식은 몸에 좋고, 저 음식은 몸에 나쁘다'는 말이 계속 생산되고 있다. '주'는 또 어떤가. 우리는 '어디에' 사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고 살아간다. 어떤 집에서, 어느 정도 크기의 집에서, 어디 지역에 있는 집을 살지 꿈꾼다.

그에 반해 '의'는 그렇지 않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의'를 몸에 걸치고 있지만, 이 옷이 과연 나에게 유해한지 무해한지는 알 길이 없다. 거의 24시간 항상 내 몸과 붙어있는 이 '의'에 우리는 너무 신경을 쓰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 '우리는 매일 죽음을 입는다'는 너무나 아무런 생각 없이 옷을 대하는 우리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던져준다.

전 세계적으로 2조5천억 달러 규모를 자랑하는 패션업계는 이런 문제를 철저히 피해오고 있다. 화장품이나 세제, 포장 식품의 라벨에는 성분 목록이 표시된다. 우리가 먹는 음식만 하더라도 영양성분이 정말 꼼꼼하게 펼쳐져있다. 하지만 옷은 그렇지 않다. 아마 옷을 만들 때 섬유 말고는 다른 성분이 많이 들어가지 않아서 그렇다 생각할 것이다. 우리가 입는 속옷, 티셔츠, 바지가 복잡해봤자 얼마나 복잡하겠는가.

그렇지만 패션 제품은 우리가 취급 허가증 없이 구입할 수 있는 소비재 중 가장 복잡하고 다층적인 화학적 프로필을 갖고 있다. 때로는 옷 한 벌에 50가지 이상의 화학물질이 사용되고, 그 중에서 인체에 유해한 제품이 없으리라는 장담을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또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확인조차 되지 않은 산업용 화학물질이 미국에서만 4만~6만개에 이르는데, 그 중 어떤 것이 옷에 들어가는지 성분 표시조차 되지 않고 있다. 더 자세히 보자면 소비자 뿐 아니라 옷을 만드는 제조업체나 이를 판매하는 브랜드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다. 화학 회사가 이를 일종의 영업 비밀로 삼기 때문이다.

아는 것이 힘이다. 우리가 항상, 가장 가까이 몸에 두고 있는 이 옷, 어떤 재질로 된 어떤 옷을 입을지, 이제는 알아야 한다. 이 책이 그 길을 안내해 줄 수 있다. 책에 이런 구절이 있다. "새 옷을 입고 나서 어딘가 가렵거나 피로한 느낌이 든 적 있다면, 당신이 너무 민감해서가 아니라 옷이 문제일지도 모른다." 404쪽,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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