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홍해에서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의 공격을 받은 영국 소유 벌크선 루비마르호가 결국 침몰했다. 이 선박에는 4만 톤(t)이 넘는 비료가 실린 것으로 알려져 홍해의 환경 재앙이 우려된다.
로이터·AP 통신 등 외신은 2일(현지시간) 예멘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홍해에서 루비마르호가 침몰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1월 시작된 후티의 상선 공격으로 선박이 침몰하기는 처음이다.
예멘 정부의 아흐메드 아와드 빈무바라크 외무장관은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루비마르호 침몰은 예멘과 그 지역이 과거 경험하지 않은 환경 재앙"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그것은 조국과 우리 국민에 새로운 비극"이라며 "매일 우리는 후티 반군의 모험에 대한 대가를 치른다"고 비판했다.
앞서 미군 중부사령부도 지난달 24일 "루비마르호의 손상으로 바다에 약 29㎞에 달하는 기름띠가 형성됐다"며 "루비마르호는 공격받을 당시 4만1천t이 넘는 비료를 운송 중이어서 홍해 환경재앙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루비마르호는 지난달 18일 홍해와 아덴만을 연결하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에서 후티의 공격을 받은 뒤 서서히 바다에 가라앉았다. 유출한 기름의 양도 7천 배럴 정도 될 것으로 알려졌다.
요르단대에서 해양과학을 연구하는 알리 알사왈미는 홍해에서 루비마르호의 대규모 비료 유출이 해양 생물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고 말했다. 비료로 인한 영양분 과다가 조류(藻類·물속에 사는 식물)를 지나치게 증식시키고 조류가 바닷속 산소를 많이 쓰면 해양생물이 살 수 없다고 그는 설명했다. 홍해는 세계적으로 오염되지 않은 산호초와 해안의 열대 나무, 다양한 해양생물로 유명하다.
루비마르호 침몰은 바닷물로 식수 일부를 만드는 사우디아라비아에도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수십년간 세계에서 가장 큰 해수 담수화 시설을 구축해왔고 제다 등의 도시는 거의 모든 식수를 담수화 시설에 의존하고 있다.
게다가 홍해가 해산물의 주요한 공급원이라는 점에서 주변국 어업의 타격이 예상된다. 특히 예멘에서는 후티와 예멘 정부의 내전 전까지 어업이 석유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수출 산업이었다.
한편, 후티는 이스라엘과 전쟁 중인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지지한다는 명분으로 홍해를 지나는 상선들을 공격해왔다. 홍해 위기로 국제 물류에 심각한 혼란이 빚어지자 미국은 올해 1월부터 영국과 함께 예멘의 후티 근거지를 타격하고 있다. 유럽연합(EU)도 지난달 상선을 보호하기 위한 '아스피데스 작전'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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