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운잡방과 음식디미방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올리기 위한 움직임이 시작됐다. 두 옛 조리서 가운데 상·하편으로 된 수운잡방은 1552년 이전에 작성, 2021년 보물로 지정됐다. 민간에서 쓴 최초의 요리책이자 가장 오래된 조리서이다. 음식디미방은 장계향 선생이 1670년에 한글로 쓴 조리 전서다. 음식과 술을 만드는 방법, 저장법 등이 담겨 있다. 10여 년 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음식디미방에 적힌 요리를 그대로 재현했는데, 이를 심사한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이 시대 최고의 웰빙 음식"이라고 극찬했다.
2021년 기준 세계 식품 시장 규모는 7천400조원에 달했다. 같은 해 세계 자동차 시장이 1천600조원이고 철강 산업이 970조원인 것과 비교하면 식품 시장이 얼마나 큰지 가늠할 수 있다. 음식의 경우 경제 상황에 따라 출렁이는 다른 산업과 달리, 인간의 본능인 먹는 문제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볼 때 불황이 따로 없다. 2017년부터 5년간 식품 시장은 꾸준히 증가해 왔는데,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유럽과 북미보다 두 배 이상 성장했다. 한국이 급성장하고 있는 세계 식품 시장의 한가운데에 있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오래전 미국 영부인이던 미셸 오바마가 백악관에서 김치를 담가 먹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레시피를 살펴보니 젓갈과 마늘이 들어가지 않은, 일본식 '기무치'였음이 나중에 밝혀졌다. 강원도 고랭지 배추와 영양 고춧가루, 의성 마늘 등으로 담가야 진짜 한국식 김치라는 홍보가 부재했기에 발생한 결과다. 철저한 홍보가 이뤄지고 스토리텔링이 이어졌다면 우리의 식자재는 이미 세계 시장에서 자리 잡았을지도 모른다. 국내산 배추가 세계 곳곳으로 팔려나가 배추 파동이 사라지고, 한우와 한돈이 새로운 외화벌이 수단이 되는 일은 상상만 해도 기쁘다.
홍보는 스토리를 담아야 하고, 스토리는 '신화'와 같은 기원이 필요하다. 두 조리서는 K-푸드의 신화와 같은 역할을 하기에 충분하다. 더불어 대구경북이 K-푸드의 본산지로 부상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당장은 '대구 음식은 맵고 짜서 먹을 게 없다'는 선입견을 털어내는 데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지역의 음식 수준이 낮은 게 아니라 유구한 식품 역사를 계승 발전시키려는 후손들의 노력이 조금 소홀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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