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학년도 대입 모집이 막을 내렸다. '학령인구 감소'는 지방권 대학 사이에서 놓칠 수 없는 키워드가 된 요즘 올해 대입 모집에 나선 학교들은 신입생 유치를 위해 두 팔을 걷고 나섰다.
신입생 공략 방법은 다양하다. 학생홍보대사와 교직원이 학교에 찾아가 열띤 학교 설명에 나서는 전통적인 방법은 물론 간편하고 빠르게 이목을 끌 수 있는 소셜미디어서비스(SNS)를 활용하기도 한다.
최근 SNS에는 몇 년 전부터 '댄스 챌린지' 열풍이 불었다. 연예인이나 댄서 등 전문가의 영역이라고 생각했던 '춤'에 일반인들도 뛰어들었다. 화제성과 효율성은 확실하다. 잘 추면 잘추는대로 못 추면 못 추는 대로 그것 그대로 반응이 뜨겁다.
여기에 대학들도 빠르게 손을 뻗었다. 교수와 학과 선배들이 유행하는 노래에 춤을 추며 학교와 학과를 홍보하는 영상을 업로드하며 신입생 지원율 상승에 기여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대구보건대에서 신입생 입학식이 열렸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사랑스러워~'
신입생 환영 무대가 시작되자 가수 김종국의 히트곡 '사랑스러워'가 나왔고 흰 와이셔츠와 까만 바지를 입은 17여명의 이들이 무대 위로 올라왔다. 이들은 대구보건대의 교수들. 두 줄로 나란히 선 이들 중 '센터'는 남성희 대구보건대 총장이 맡았다. 노래가 시작되자 이들은 요즘 유행하는 '사랑스러워 댄스 챌린지'를 선보였다.
손가락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며 '사랑스러워'라는 가사에 맞게 연신 하트를 날리는 총장과 교수들은 부끄러워하는 기색 하나 없이 신입생을 환한 미소로 맞았다.

◆학생 소통 위해 발 벗고 나서
"학생들에게 학교 교직원의 인상을 확실히 남겨주고 싶습니다"
대구보건대의 화려한 신입생 환영식은 올해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댄스챌린지 열풍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훨씬 이전인 2017년부터 이들은 신입생의 눈높이에 맞춰 댄스, 패션쇼, 난타 등 이색적인 환영행사를 펼쳤다.
목표는 분명하다. 단순히 이목을 끌겠다기보다 학생들이 즐겁고 만족스러운 대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교수들이 열린 마음으로 도와주겠다는 마음이 컸다. 온전히 학생들에게 진심을 전하겠다는 목적 하나로 총장과 교수들은 바쁜 시간에도 짬을 내 틈틈이 댄스 연습에 나섰다.
남성희 총장은 "입학식 때 무대 위에서 보직 교수들이 인사를 하는데, 사실 학생들은 보직 교수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잘 모를 수도 있고 얼굴 한번 보고 지나가는 게 끝이기에 인상에 남지 않을 수도 있다"라며 "아쉬운 마음에 학생들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가고자 댄스나 패션쇼 등 이색적인 이벤트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학생을 위해 이렇게나 환영한다'는 친근감을 전달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남 총장은 본인을 학생들의 '엄마'라고 지칭한다. 교정에서 학생들을 만날 때면 그는 먼저 "엄마~하고 뛰어와"하고 먼저 말을 건넨다. 특히 코로나19로 비대면 생활에 익숙해진 요즘 아이들이 누군가를 만나 반가워하는 표현이 어색해졌다는 것을 알게되면서 아이들의 '소통 능력'을 회복시켜주기 위해 적극 나서기로 했다.
그는 "아이들에게 여러 가지 소통 방법을 알려주고 싶다. 내가 타인과 만나면 그 인연은 노력해야 끌고 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장학금 수여 등을 위해 학생들을 부르면 학생들의 표정이 무표정인 경우가 많아 안타까웠다"라며 "이제는 내가 먼저 반갑게 표현하면 학생들도 '엄마'하고 화답한다. 이렇게 계속 만나고 인사를 나눠야 정이 들고 익숙해지지 않겠나"고 했다.
'소통'에 집중하는 남성희 총장의 노력은 각양각색의 학교 프로그램에서도 나타난다. 남 총장이 직접 응원의 메시지를 담은 와플을 학생에게 주는 '소원을 이루어주는 남 총장의 와플가게', 학생들의 고민 상담을 들어주는 '힐링약방' 등을 운영하며 학생에게 한발 더 다가선다.
나아가 교직원과의 소통을 위해서도 남 총장은 직접 담근 김치로 매년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부서별 직원들을 차례로 불러 직접 요리한 김치찌개로 점심 식사를 대접했다.

◆지역 정주 여건 개선에 역할 큰 '전문대'
학교에서는 따뜻한 '엄마'의 이미지이지만 대외적으로는 전문대 교육의 향상을 위해 남 총장은 전국 곳곳을 누비고 있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이기도 한 남성희 총장은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 집중화에 따른 전문대와 지방대 위기에 따른 돌파구를 모색하기 위해 여념이 없다.
최근 글로컬 대학, 라이즈(RISE) 사업 등 교부가 교육재정 지원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에 이양하는 기조에 따라 대학과 지자체의 협력 관계가 더욱 중요해지면서 남 총장은 자지체가 대학 의 특성에 따라 지원하는 '핀셋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지역에서 자고 나란 인재가 지역에서 정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한다는 게 이번 교육부의 기조에 '전문대'가 이끌어갈 수 있는 영역은 상당히 크다고 봤다.
남 총장은 "전문대 졸업생의 지방 정주율은 상당히 높다. 다수의 대학 졸업생이 취직을 위해 수도권으로 향하는 요즘 대구보건대뿐만 아니라 많은 전문대 졸업생들은 지역에 남아 지역 산업을 이끌어 간다"라며 "지역 정주율을 높여 지방 소멸을 막자는 이번 정부 기조에 전문대 역할은 상당히 중요하다. 전문대-지자체-지방산업체 간 연계 협력 강화를 통해 지방 소멸을 막고 지방 중소기업 인력난을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한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정부의 공약으로는 평생직업교육 활성화를 위한 전문대학의 역할 강화가 있다. 성인학습자들 사이 평생직업교육 수요가 증가하자 이를 반영해 전문대학을 지역거점 평생직업교육기관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또 지자체와 연계해 지역 특화분야 직업교육도 시행하겠다는 공약이 담겼다.
이처럼 앞으로 전문대가 더욱 집중해야할 방향은 '직업교육'이다. 하지만 여전히 '직업교육'을 뒷받침 해줄 '직업교육법'은 전무하다.
교육기본법 제21조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모든 국민을 위해 직업교육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고 시행하게 돼 있지만 하위에 기본법이 없다 보니 직업교육에 대한 정책 추진도 미흡하고 재정 확보도 어렵다.
끝으로 남 총장은 직업교육을 제대로 살리려면 '직업교육법'부터 조속히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성희 총장은 "직업교육법을 만들면 앞으로 우리나라의 성장 동력은 무엇인지 어떤 직업군이 새로 생겨야할지 등을 연구해 예산을 마련하는 등 예측 가능한 교육을 시킬 수 있게 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는 하위 기본법이 마련되지 않아 직업교육관련 정책수립 및 재정확보 근거가 미흡하다. 학교 간 직업교육의 역할과 기능 구분이 모호해지면서 4년제 일반대학과 전문대학 간 기능중복 문제도 발생하고 결국 재정 낭비까지 이어진다. 이런 문제를 막기 위해 하위 기본법으로 직업교육법을 제정해 직업교육기본계획을 수립해야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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