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험준한 나란 가는 길
파키스탄 나란(Naran)은 공항이 없기 때문에 자동차로 이동해야 한다. 수도인 이슬라마바드에서 하자라 고속도로를 이용, 130km를 가면 만세라(Mansehra)에 도착하게 된다. 하지만 만세라부터는 카간(Kaghan)계곡으로 아스팔트길을 벗어나 점점 험준한 비포장 길을 들어선다.
이곳 주식인 감자를 실은 트럭들이 털털거리며 힘겹게 간다. 가는길에 경찰 체크포인트가 있는 것은 치안에 문제가 있어서 그럴까? 지날 때 마다 여행자의 여권 제시를 요구한다.
저 멀리 만년설산이 보이니 탄성이 절로 나온다. 북쪽으로 갈수록 히말라야와 카라코람 산군에 가까우니 산은 점점 더 험준해진다. 거대한 산자락에 간신히 매달린 울퉁불퉁 꼬불꼬불 비포장 외길이 끝없이 이어진다. 고요하기까지 한 오지 속에서 마냥 놀라운 대자연 풍경을 꿈꾸듯 시골마을을 간간히 지난다. 어린 아이들이 차를 향해서 고사리 같은 손을 흔드니 여행자의 마음도 따라 흔들린다.


길 위로 해가 저문다. 당나귀가 흰 거품을 입에 물고 허겁지겁 자기 몸보다 큰 봇짐을 양쪽에 싣고 뒤뚱거리며 걸어가고 있다. 언덕을 오르는데 차들이 대도시의 러시아워처럼 줄지어 서 있다. 어둠이 내려도 차는 움직이지 않는다. 목동이 양 떼들을 몰고 줄지어 선 낯선 차들 사이로 비켜서 길을 지나간다.
고개 넘어 빙하가 녹아내린 물살로 길이 끊어지고 산사태가 났단다. 마을 사람들이 농기구로 복구를 하지만 언제 뚫릴지는 모른다. 멈춰선지 5시간이 지나서야 차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런 일이 잦은 파키스탄 북부지역 여행길의 어려움과 난관이 보이는 듯하다.
6월 하순의 한 여름인데도 이곳 도로 양쪽에는 어둠속에도 하얀 빙벽 사이로 차가 지나가는 것이 보인다. 고지대임을 실감하고 녹아내리는 빙하와 위험한 산사태의 걱정이 앞선다.

◆ 파키스탄의 알프스 나란
파키스탄 북쪽 카칸계곡 상류에 위치한 나란은 쾌적한 날씨로 인해 관광객이 계곡을 탐험하기 위해 몰려드는 아름다운 명소중 하나다. 또한 여름에 길깃(Gilgit)이나 훈자(Hunza)마을로 가는 관문으로 만세라에서 119km 떨어진 해발2,409m의 고지대에 위치하고 있다. 나란을 가기위해서는 이슬라마바드에서 만세라 그리고 나란까지 약250km로 10~11시간 정도 소요되는데, 이번 여행에서는 15시간이 걸렸다. 그만큼 길이 험하다는 뜻이다.
나란에 밤늦게 도착하여 게스트하우스에 배낭을 풀고 허기진 배를 채우러 나섰다. 이곳의 인기메뉴로 닭고기와 채소로 양념한 쌀 요리 비리야니(Biryani)를 맛나게 먹고, 시장을 둘러보다가 공연을 하는 현지인들을 만났다. 무대 앞에서 흥에 겨워 막춤을 추니 이방인들이 반갑게 맞이하고, 같이 공연을 하자고 무대 위로 끌어 들인다. 즉석에서 아리랑을 부르고, 그들 또한 다양한 전통악기로 장단을 맞춘다.

k-아리랑에 외국인을 환대하고 좋아하는 파키스탄의 시골장터가 모두들 난듯하다. 많은 사람들이 삽시간에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이렇게 함께 춤을 추고 흥을 돋우니 여행의 피로감도 가시고, 현지인들과 어우러지는 맛이 여행의 또다른 재미를 배가시킨다. 내일도 꼭 다시 오라고 음료수와 음식을 대접받고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나란은 습한 대륙성 기후로 여름에는 강우량이 많고, 겨울에는 폭설이 내린단다. 이 지역은 높은 고도로 지리와 기후가 알프스와 비슷하고 숲과 초원의 풍경이 아름다워 파키스탄의 알프스로 불린다.

◆ 아름다운 사이풀 물룩 호수
사이플 물룩(Saif-ul-Muluk)호수는 나란 계곡의 해발 3,224m에 있는 파키스탄에서 가장 높은 전설적인 호수다. 호수는 6월부터 9월까지 여름철에만 관광객에게 개방된다. 겨울철에는 폭설과 산사태로 인한 위험이 있어 접근이 제한된다. 빙하지역이었던 이곳에 기온이 상승하고 빙하가 녹은 자리에 빙하 녹은 물이 모여 만들어진 호수다.

이곳은 여름에도 비나 눈이 오면 산사태로 오를 수가 없으므로 항상 확인을 하고 올라야 한다. 나란에서 워낙 경사가 급한 산을 올라야 함으로 모험적이고 매력적인 4륜구동 지프를 타고 1시간을 올라가야 한다. 절벽으로 이루어진 비포장 급경사 길을 오르는데, 안전시설이나 난간도 없어서 가슴 쫄깃했던 기억이 잊혀 지지 않는다.
호수주변은 여름휴가를 즐기러 온 사람들로 붐빈다. 이곳의 아름다운 풍경은 요정공주와 사랑에 빠진 이집트왕자 사이풀 물룩 이야기와 잘 어우러져 있다. 호수는 카간 계곡의 가장 높은 봉우리인 5,290m 높이의 말카 파르바트(Malika Parbat)를 배경으로 그림처럼 아름답다. 매혹적인 아름다움과 무성한 녹색풍경의 매력으로 가득하다.
지름1.6km, 깊이34m인 호수의 물은 수정처럼 맑고 푸른빛이며, 눈 덮인 봉우리의 아름다운 반영이 호수에 담겨 있다. 호수는 생태 다양성이 풍부하여 송어도 서식한단다.

세계에서 아름다운 관광 명소 중 하나로 유명한 호수는 많은 여행자들을 말문이 막히게 감탄사를 자아내게 한다. 반짝이는 햇살에 매혹적으로 보일 뿐만 아니라 밤에 이곳에서 야영하는 사람들은 별이 쏟아지는 은하수를 하늘과 호수에서 만끽할 수 있다.
이곳이 가지고 있는 자연의 아름다움 외에 보트와 나무카누타기, 빙하 위에서의 눈썰매, 호수둘레에서 말 타기를 할 수 있다. 포장마차에서 맛있는 음식냄새와 함께 호수주변을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이곳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 이슬람문화 속의 파키스탄 북부지방
파키스탄 남자들은 서양사람 외모를 많이 가지고 있다. 키도 꽤 크고 체격들이 건장하다. 그런데 북쪽 훈자쪽으로 갈수록 비슷한 외모에 키는 작달막하다. 북쪽으로 갈수록 여성들을 보기가 어려운데 머리부터 온몸을 가리는 부르카를 입은 여성이 간혹 보인다.
그런데 마을을 지날 때는 물론이고 식당이나 시장, 동네의 많은 사람들 중에도 여자는 없다. 혹 여자가 보이면 그 사람은 외지인 여행자다. 이곳에는 더 철저하게 시장보기와 바깥일, 가게, 음식요리, 서빙 등 모두 남자가 다 한다. 여자들은 외부인이 보이지 않는 집안에서 아이 육아와 집안일 정도를 한단다. 시장에는 이슬람 문화에 따라 모든 상거래는 남자들만 나와서 북새통을 이룬다.


남자는 모두 수염을 기르고 또 같은 스타일의 옷을 입고 있으니 도무지 나이를 가늠할 수가 없다. 조금만 나이든 남자들은 거의 비슷비슷해 보인다.
이슬람국가인 파키스탄에서는 여자를 사진에 담기는 하늘의 별따기이지만, 남자들은 마냥 좋아서 포즈도 취해주고, 같이 사진찍자고 치근대기도 한다. 여기저기 시장을 보는 남자들이 많이 있지만, 물론 여자는 찾아보기 힘들다.
지나다 길에서 만난 히잡을 쓴 여자들은 어쨌든 무척 신비스러워 보인다. 이들이 종교적 이유로 인한 의복문화는 유난히 크고 선명한 눈을 강조하기에도 제격이다. 한 폭으로 된 긴 천으로 머리에서 발끝까지 온몸을 감추고 눈만 내 놓으니 더 궁금함을 자아낼 수밖에 없다.

안용모 대구가톨릭대학교 특임교수· ymahn11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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