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에 청년창업공간을 만들어 시장과 청년을 함께 살리는 '일석이조' 목적으로 만든 전통시장 청년몰이 고전을 거듭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1천억원 가까운 예산이 투입됐음에도 불구하고 눈에 띄는 성과가 부족한 데다 사후관리까지 미비한 실정이다.
4일 오전 10시쯤 찾은 대구 산격종합시장 청년몰. 점심시간이 다가오는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불을 켜고 운영을 준비하는 매장은 전체 16개 점포 중 3곳에 불과했다. 이외에는 불이 꺼진 채로 문이 닫힌 점포가 대부분이었고, 일회용 용기 박스 등이 너저분하게 어질러져 있어 음산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북구청에 따르면 산격종합시장 청년몰은 전체 16개 점포 중 현재 7곳만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나머지 9곳 중 7곳은 공실이고, 2곳은 휴업 상태다. 공실 중 2곳은 계약기간이 끝난 이후에도 주방기구와 박스 등을 정리하지 않아 소유주와 명도소송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 2018년 11월에 조성된 이곳은 조성 및 활성화 등을 이유로 북구청에서 2017년 7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18억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한 곳이다. 그럼에도 상권이 활성화되지 않자 북구청은 올해 홍보 목적으로 500만원의 예산을 또 책정했다.
현풍도깨비시장 청년몰, 약령시 한방의료타운 청년몰도 한적하긴 마찬가지였다. 현풍도깨비시장의 경우 별다른 공실 없이 20개 점포가 운영되고 있었지만 상점을 찾는 시민들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약령시 한방의료타운 청년몰은 19개 점포 중 현재 운영 중인 점포는 9곳에 불과하다.
현풍도깨비시장에서 30년 넘게 반찬 가게를 운영 중인 한 상인은 "처음 청년몰을 만들 때에는 기존 시장과 상생을 위해서라고 했지만 결국 양쪽에 가는 사람이 명확히 구분되는 상황이다"며 "그나마 사람이 많이 오면 시장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텐데 지금으로서는 크게 와닿지 않는다"고 했다.
청년몰의 몰락은 전국적인 추세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정운천 국민의힘 의원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전국적으로 청년몰 사업에 958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이후 총 43개 청년몰에 741개 점포가 입점했지만, 이 중 409개 점포가 폐업했고 6개 청년몰은 폐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추가 모집을 통해 266개 점포가 추가 입점했지만 현재 396개 점포만 운영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전문가들은 전통시장 청년몰 사업 자체가 유동인구가 적은 입지적 한계를 가졌다고 평가했다. 지자체에서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 예산 지원을 중단하고 근본적인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조언도 더했다.
오영준 대구 북구의원은 "청년몰의 실패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 여기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가게를 조명하는 것도 필요하다"면서도 "지자체에서도 값싼 임대료를 무기로 공유오피스 등으로 활용할 방법 등 다양한 가능성을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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