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들이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떠난 지 3주 차가 됐다. 대구시 내 상급종합병원들도 수술실부터 시작해 전반적인 의료행위 가동률이 평소 대비 50~60% 수준으로 떨어졌고, 남은 의료진은 이미 탈진 상태에 다다랐다.
집단 사직서를 제출한다는 소문이 돌았을 때 전공의들의 이야기를 듣고자 알고 지내던 전공의에게 전화를 돌렸지만 연락이 잘 닿지 않았다. 한 전공의는 "대구시의사회와 의견을 같이한다" 정도로만 말했고, 또 다른 전공의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전공의들이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확인할 길이 없던 와중에 이들이 의견을 굉장히 자유롭게 쓰고 있는 곳을 발견했다.
'스레드'(Thread)라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였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만든 '메타'가 X(옛 '트위터')에 대항하려고 만든 SNS인데 인스타그램 아이디만 있으면 연동해서 이용이 가능하다. 그래서 인스타그램 아이디가 많은 전공의들이 이 공간을 많이 이용하는 듯했다.
'스레드'에서 많은 전공의들은 자신만의 울분을 토해내고 있었다.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가 자신들의 시각에서 얼마나 허황된 정책인지, 전공의들이 병원을 나간 이유가 단지 사람들이 말하는 '밥그릇 싸움'이 아닌 자신이 일하는 분야에 '망조'를 드리우는 잘못된 정책이라고 토로했다. 이런 점을 왜 시민들이 이해하지 못하는지에 대해서도 날 선 표현과 논리를 이용해 격정적으로 쏟아내고 있었다.
이들의 절절한 글을 읽으면서 전공의들이 처한 현실과 그들의 신념, 생각도 함께 읽을 수 있었다.
그들은 돈만 밝히는 '의새'가 아니라 진정한 의사가 되고 싶지만 지금의 정책으로는 그러지 못할 거라는 절망감에 가득 차 있었다. 제3자의 입장으로 봐도 이들의 목소리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사실 전공의들의 노동 환경을 살펴보면 일반 기업체의 노동조합처럼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구조다. 전공의들은 월급을 받지만 수련을 받는 입장이라 그들의 노동자성을 인정받는 데에 한계가 있다.
주 80시간 병원에서 거의 몸을 갈아 넣다시피 일하지만 월급은 그저 일반 기업체 직장인보다 조금 더 받는 수준에 그친다. 그래도 '생명을 살린다'는 신념과 물질적으로 좀 더 나아질 수 있다는 기대, '4년 후면 인정받는 전문의가 된다'는 희망으로 전공의들은 그 생활을 버텨 나가고 있다.
다만, 안타까운 건 하필 울분과 격정을 표현하는 방식이 '의료를 멈추는 것'이어야 했나, 이것밖에 없었나 하는 점이다.
의대 증원 문제는 지난해 12월부터 거론되던 논쟁이었고, 필수의료 부족 문제는 그보다 훨씬 전부터 지속된 문제였지만 정부와 의료계 누구도 국민들에게 해법을 제시하지 않았다.
그 와중에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의대 증원 규모가 발표됐고 전공의들은 병원을 떠났다. 젊은 의사들이 일언반구 설명이나 설득하려는 노력 없이 병원을 떠나니 국민들은 아쉬움을 넘어 성토하는 목소리를 높이게 된 것이다.
이번 사태로 국민들이 걱정하는 건 우리나라가 그토록 자랑스러워한 의료 시스템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이다.
정부도 의료계도 서로 수용 가능한 안을 제시하고 치열하게 토론해 의료 시스템 붕괴로 사람들이 치료를 못 받아서 죽거나 다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제 의료 현장으로 돌아와 논의의 장을 마련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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