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김건희 여사와 일대일 토론을 제안한다"고 소리쳤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 제안한 일대일 TV 토론에 대한 반격이라며 지른 소리다. 그러면서 정 의원은 "(한동훈은) 깐족대는 것 말고 정치에 대해 아는 것도 없지 않은가" "국회의원도 출마하지 못한 사람이 이재명 대표를 물고 늘어지는 건 격에도 맞지 않는다" "주제 파악 좀 하시라" "추하고 딱하다" "분수를 알고 너무 나대지 말고 자중자애하라"고 소리쳤다.
원숭이들에게는 음성기호(시니피앙)와 의미기호(시니피에)가 결합된 말이 없다. 그래서 원숭이들은 '위험한 적이 나타났다'라고 말하는 대신 '꽥꽥꽥' 다급한 소리(음성)로 위험을 알린다. '내용'이 아닌 '감정'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다. 갓난아기가 배가 고프거나, 기저귀가 젖었을 때 '으앙!' 울음을 터뜨려 의사를 표현하는 것도 음성 커뮤니케이션에 속한다. 정청래 의원의 말이 꼭 그 수준이다. 분수, 주제, 추하다, 자중자애, 깐족, 물고 늘어지다와 같은 말은 지지자들에게 자신이 열심히 일하고 있음을 알리는 '소리치기'인 것이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이재명 대표에게 토론을 제안한 것은 합리적이다. 이 제안을 이 대표가 사실상 거부한 것도 합리적이다. 한쪽은 토론이 득이라고 생각하고, 다른 한쪽은 토론이 실이라고 생각하니까. 그래서 이들의 말은 맥락이 있다. 하지만 정 의원이 '한동훈 VS 이재명' 토론 제안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꺼낸 '김건희 VS 정청래' 토론 제안은 맥락 없는 '소리치기'에 불과하다. 한동훈과 이재명은 각각 국민의힘과 민주당을 지휘하고 있지만, 김건희는 총선 지휘자도, 정청래의 지역구 경쟁자도 아니니 말이다. 정 의원은 '함운경 국민의힘 서울 마포구을 예비후보와 토론하고 싶다'고 했어야 '언어로 의사전달을 했다'고 평가받을 수 있다.
울음을 터뜨려 의사를 표현하던 아기들은 말을 배우면서 우는 빈도가 현저하게 줄어든다. 언어로 정보(내용)와 생각을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숭이들은 새끼 때는 물론이고 성체가 되어도 꽥꽥꽥 고함만 질러 댄다. 그렇게 해도 원숭이들끼리는 잘 알아듣는다. 즉, 불편함을 모른다. 그래서 세월이 가도 사람이 안 되는(진화하지 못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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