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차장 물 새는데 하자가 아니라니”...건설사-입주민 갈등 심화

입주민 “시공 하자다”, 건설사 “기준 지켰다” 입장 엇갈려
분쟁 조정 사례는 기준 지켜도 누수로 인한 피해 존재한다면 하자로 판단해

아파트 누수로 인한 피해 차량. 입주민 제공
아파트 누수로 인한 피해 차량. 입주민 제공

경기도 화성의 한 신축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누수가 발생했지만 시공한 건설사는 하자가 아니라며 보수를 거절하고 있어 입주민이 피해를 입고 있다.

화성의 A아파트는 지난해 2월 입주를 시작한 신축 아파트다. 그런데 입주한 지 1년 만에 지하 2층 주차장 천장 20군데에서 누수 부위가 발견됐다. 천장에서 떨어진 석회 물로 입주민의 차량 수십여 대가 손상됐다.

해당 아파트 한 입주민은 "건설사 점검 결과 동절기 폭설로 유입된 눈이 지하 주차장 바닥 콘크리트, 주차장 차량 스토퍼 고정을 위해 뚫어 놓은 앵커 구멍 등에 스며들어 낙수가 발생한다고 했다"라며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는 것을 두고도 건설사는 저희 입주민들이 관리를 잘하면 된다는데 도저히 이해가 되질 않는다"고 성토했다.

하지만 시공사인 B건설사는 기준에 따라 지하 2층 주차장를 비방수 구간으로 처리했기 때문에 하자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를 이유로 입주민에게도 보수 공사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B건설사가 이처럼 입주민의 피해에 대해 미온적일 수 있는 배경은 국토교통부의 '공동주택 지하구조물 방수 설계 가이드라인'을 교묘하게 이용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해당 가이드라인을 보면, 지하 주차장 중간층 상부의 경우 방수 설계의 기준이 없다.

가이드라인은 공동주택 지하주차장을 ▷최상층 상부슬래브 ▷중간층 바닥 슬래브 ▷최하층 바닥 슬래브 ▷외벽으로 나눠 방수 설계 공법을 설명하고 있다. 건설사 주장대로 중간층 상부 슬래브는 빠져 있다. 지면과 맞닿는 지하 1층 상부와 달리 지하 2층 상부는 직접적으로 물이 닿지 않는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A아파트의 누수는 시공상 하자일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법무법인 도시와 사람 신재영 변호사는 "하자 여부를 정확하게 판단하려면 계약 내용, 설계도 이행 여부, 주택 관련 법령 기준 적합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한다"며 "비나 눈이 올 때 물이 새고 있다는 이유 만으로 시공사의 책임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해당 아파트가 작년 입주한 신축 건물인 점을 고려했을 때 시공상 하자일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며 "설령 준공 도면에 별도의 방수공사를 해야 한다는 기재가 없더라도 감정인의 감정 결과 방수공사가 필요한 부분이라는 소견이 나온 경우 하자 보수 대상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사례(서울고등법원 2015. 7. 21. 선고 2014나2026093 판결)가 있다"고 덧붙였다.

지하 2층 상부가 방수공사 대상이 아니더라도 누수 진단 업체 등에 문의해 누수의 원인 및 책임을 확인하고 이 결과에 따라 시공사에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국토부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이하 하심위)가 발표한 '2022년 하자심사 분쟁조정 사례집'에도 A아파트와 동일한 사례가 존재했는데 하자로 인정됐다.

하심위는 지하 2층 주차장 천장 누수와 관련해 "누수 및 균열로 인해 기능상, 미관상 지장을 초래하고 있으므로 시공 하자로 판단한다"며 보수 공사 판정을 내렸다.

국토부 관계자는 "건축 공사의 기준이 있더라도 건설사가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보수적으로 시공하는 측면이 있어 입주민과의 갈등이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며 "이를 위해 하심위를 운영해 조정 중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지하 주차장과 같은 공용부분의 경우 사건접수부터 하자판정까지 120일 안에 이뤄진다고 규정돼 있지만 조사관 대비 접수 건수가 밀려있어 통상 6개월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며 "소송을 진행하는 것 보다는 소요 기간이 짧기 때문에 일단 빠르게 접수 후 진행 사항을 살피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하자 주장에 대해 B건설사 관계자는 "지하주차장 누수와 관련해 발생한 문제에 대한 보강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답변하는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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