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퍼스트 레이디(영부인)의 품격이 아쉽다. 국민들이 부끄러울 정도다. 국민들의 사랑과 존경을 한몸에 받았던 육영수 여사가 그립다. 물론 시대의 변화에 따라 퍼스트 레이디의 역할도 바뀌었음도 고려해야 한다.
2천년 이전까지는 '조용한 내조형'이 영부인의 전형이었다면, 21세기에는 '품격을 갖춘 활동형'을 요구하고 있다. DJ(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부인 이희호 여사가 이런 21세기 유형의 롤모델이라고 볼 수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영부인(권양숙, 김윤옥 여사)들도 큰 구설수 없는 무난한 타이프였다고 볼 수 있다.
◆어쩌다 이 지경, "김정숙 VS 김건희"
독신으로 살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제외하면 대한민국의 1등 성씨 김씨가 3연속으로 퍼스트 레이디가 됐다. 하지만 품격은 갈수록 떨어지는 듯해 아쉽기만 하다. 영부인은 전 국민을 통합하고 화합하는데 일조해야 하는데, 반대편 진영에서 볼 때는 극혐오(비호감)에 가까운 인물이 되고 있다. 입에 담지 못할 험한 욕설에 가까운 비난까지 난무하고 있다.
문재인 정권 당시 김정숙 여사의 품격 없는 행동에 대한 비판이 거셌다. 해외 순방에서 대통령보다 앞서 걸어나가는 모습이나 과한 패션 탓에 세금으로 옷을 도대체 얼마나 구입했느냐는 등 부정적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결정적으로 문 대통령은 두고, 혼자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인도의 타지마할 궁전을 방문한 것은 영부인 자리를 악용해 본인의 버킷리스트(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었던 일)를 채웠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보수 쪽에서 이런 영부인을 곱게 바라볼 수가 없었다.
현 영부인 김건희 여사는 요즘 공식 석상에서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다. 제1야당(더불어민주당)에서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명품 가방 수수(몰래 카메라에 당함)에 대한 특검법까지 발의해 총선용 공세까지 펼치고 있는 터라 대통령 내외가 함께 하는 외부 일정을 아예 잡지 않고 있다.
보수 쪽에서도 윤 대통령에게 영부인이 큰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국정이 부담을 주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부족해도 영부인 추켜야", 국민들 한발 물러서는 지혜
퍼스트 레이디가 욕 먹는 나라는 그 자체로 국격(國格) 추락이다. 조금 부족한 것이 있더라도 장점을 더 많이 보고, 단점을 안아주는 것이 국민 통합 정서에도 큰 도움이 된다. 더불어 여유와 아량 그리고 여성에 대한 존중을 실천하는 나라임을 전 세계에 과시할 수 있다.
김정숙 여사의 경우 너무 설친다는 시선보다 흥이 많은 외조형 스타일로 봐주고, 김건희 여사도 국민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하는 명품 추구형 인간이라기보다 젊고 예쁜데다 문화를 사랑하는 세련된 스타일로 보면 어떨까?
프랑스의 경우 사르코지 전 대통령의 영부인 브루니 여사는 여러 사생활 의혹(재혼 전 의아할 정도의 이혼 사유, 상류층 살롱계 마담 경력 등)에도 불구하고, '패션의 나라'답게 옷 잘 입는 세련된 스타일로 국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미국의 경우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영부인 멜라니 여사 역시 재혼(남편보다 24세 연하)임에도 아무런 문제를 삼지 않았고, 미국을 대표하는 세련된 여성으로 자랑스럽게 여겼다. 이런 국민들의 지지 속에 영부인들은 더욱 당당하게 대외 행보를 이어갈 수 있었다.
김건희 여사도 마찬가지로 볼 수 있다. 패션감각에서도 브루니, 멜라니 여사에 뒤처지지 않는다. 여러 해외 순방에서 볼 수 있었듯, 영부인으로서 품격도 잘 지켜왔다. 특히 약자를 보듬고자 하는 마음과 문화에 대한 전문가적 지식은 대한민국의 위상을 더 높이기에 충분하다.
물론 불법이나 탈법, 도덕적 문제까지 감싸 안자는 얘기는 아니다. 적어도 '결혼 전 줄리(상류층 마담)' 논란이나 몰래 카메라까지 동원한 명품백 수수 등 그저 영부인을 격하시키고, 헐뜯기 위한 위한 프레임 씌우기는 하지 말아야 한다.
게다가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식의 남성 우월주의 사고로 '여성이 어디서 나대느냐'는 식이면 나라는 퇴행시키는 꼴이다. 리더십 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팔로우십이다.
독일 국민은 앙겔라 메르켈 여성 총리를 16년 동안 잘 지지하고 응원했다. 덕분에 메르켈 총리는 '무결점 리더'로 재임 기간 내내 국민 통합의 상징이 될 수 있었고, 국정운영도 원활히 할 수 있었다. 물론 독일 정치의 품격은 한층 더 높아졌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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