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로 우리에게 매우 잘 알려진 안중근 의사는 인재 양성에도 힘썼으며, 특히, 만주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하고 중국의 뤼순 교도소에 수용됐다가 순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옥중에서 '동양평화론(東洋平和論)'을 집필했으며, 서예에도 뛰어나 많은 유묵(遺墨·생전에 남긴 글씨나 그림)을 남겼다.
그의 유묵은 강력한 의지와 국가에 대한 애정, 그리고 높은 기상과 절개가 표현된 명필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그의 작품 하단부에는 '大韓國人 安重根(대한국인 안중근)'이라는 서명과 네 번째 손가락 한 마디가 잘린 왼손이 낙관 대신 찍혀있어 숭고함과 더불어 감동까지 선사한다.
지난 2월, 서울옥션에서 열린 경매에 안중근의 미공개 유묵 중 한 점이 출품됐다. '人心朝夕變, 山色古今同(인심조석변 산색고금동)'이라고 적힌 이 작품은 안중근 의사의 사형 집행 일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그가 쓴 문구로 '사람의 마음은 아침저녁으로 변하지만, 산색은 예나 지금이나 같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사람의 나약한 마음은 수시로 변하지만, 나라를 위한 나의 마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그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작품이 미공개였던 이유는 그동안 일본인이 소장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가 뤼순 감옥에 있는 동안 그의 꺾이지 않는 기개를 보고 존경하게 된 일본인 관리와 간수들에게 글을 써준 것으로 알려져 있으니 아마 그 당시 흘러가게 된 작품이 아닐까 싶다. 이러한 이유로 그의 작품이 대한민국의 품을 다시 돌아올 것인가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다.
경매 프리뷰와 함께 알려진 이 작품의 추정 가는 6억~12억원이었으나, 경매 당일에는 이보다 높은 13억원에 낙찰됐다. 또한 낙찰 받은 이가 독립운동가의 후손이 창립한 회사인 것으로 알려져 안도의 한숨과 감탄을 자아냈다.
현재까지의 기록과 연구에 따르면 안중근 의사가 남긴 유묵은 총 200여 점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그중 57점을 안중근 의사 기념관은 그의 작품으로 인정하고 있으며, 또한 이 중 31점은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돼있다. 이러한 점에서 최근 이 작품이 국내로 들어오게 된 것은 매우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안중근 의사의 시신은 아직도 어디에 있는지 파악할 수 없다고 한다. 당시 일본이 안중근 의사의 순국을 계기로 항일운동이 거세질 것을 우려해 시신을 돌려주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 시신을 어디에 뒀는지도 알려지지 않고 단지 추측할 뿐이다. 죽거든 우리나라가 독립하기 전까지는 자신의 시체를 옮기지 말라고 했던 안중근 의사이지만, 올해 광복 79주년이 된 지금까지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것이다. 그나마 그의 유묵들이라도 고국에 돌아와 다행이라고 위안 삼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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