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함께 꿈꾸는 시] 황영숙 '초승달'

황영숙 시인, 1990년 '우리문학' 등단

시
시 '초승달' 이미지. 황영숙 시인 제공.

〈초승달〉

여섯 해를 살고 아이는 죽었다

울다 울다 지친 어미가

아이가 보고 싶어

구천의 먼 길을 헤매고 다녔다

보다 못한 어둠이 캄캄한 손을 씻고

그믐의 한쪽을 빌려

아이의 눈썹을 곱게 그려 주었다.

황영숙 시인
황영숙 시인

<시작(詩作) 노트>

초승달을 보며 참으로 오랫동안 가슴이 설레었다.

초승달이 뜨는 밤이면 저 애련한 아름다움을 향해 시 몇 자 적는 것마저 미안했다.

너무 애절한 슬픔과 그리움이 그 속에 숨어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랑을 말할 수 없는 삭막한 세상에 살면서 끝없이 이어지는 어미의 사랑이야말로 우리를 영원한 구원의 길로 데려다주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초승달이 뜨는 밤에는 세상의 모든 어둠이 손을 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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