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가 20일을 넘으면서 의료 현장을 지키고 있는 전문의들의 피로도가 한계에 달하는 모습이다.
대구시내 대학병원 전문의들은 귀가도, 휴일도 잊은 채 병원에서 쪽잠을 자며 버티는 상황. 의료공백에 대응해 진료과나 병동 통폐합 움직임이 일면서 노사갈등의 불씨도 피어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2~3일에 한 번 귀가…체력적 한계 느껴
이종목 경북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휴일인 10일 오후 내내 당직 근무를 했다. 이런 생활이 이어진 지 벌써 3주째다. 낮에는 외래 진료를 보고 야간 당직까지 32시간 연속 근무를 하는 날도 잦다.
이틀에 한 번 집에 들어가는 일은 일상다반사. 병원 로비에 붙어있는 '진료 가능 시간'은 의미가 없어진 지 오래다.
이 교수는 당직 근무를 하면서 응급실과 병동에서 들어오는 진료 요청을 다 받고 있다. 연구 활동이나 교육은 아예 손도 못 댄다. 교수들의 연령대가 40대가 넘어서는 탓에 체력적인 한계를 호소하는 경우도 대부분이다.
이 교수는 "학생들이 다 휴학계를 냈으니 교육은 말할 것도 없고, 연구 논문을 써야 할 시간에 진료실과 응급실을 지키니 엄두도 못 낸다"고 했다.
의료진들은 이미 많이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다. 익명을 요청한 대구시내 한 대학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하루종일 수술만 세 건을 집도하고 연구실 의자에서 잠깐 쪽잠을 잤다"고 했다.
"2~3시간 잠시 눈을 붙인 뒤 점심시간 전후로 외래 진료를 하느라 정신이 없어요. 당직까지 겹치면 사흘동안 집에 못 들어가죠. 체력이 달릴 수 밖에 없어요."

◆ "정부가 간호사에게 다 떠넘긴 격"
간호사들도 마음이 편치 않다. 입원 환자와 수술, 외래진료 등은 줄었지만, 의료 공백으로 일자리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두려움이 더 강하다.
경북대병원 노조는 병원 측이 전공의 사직에 따른 의료공백이 풀릴 때까지 유사 진료과와 병동 통폐합 운영을 검토하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경북대병원 관계자는 "내원 환자가 줄어 유사 진료과와 병동의 통폐합 운영을 고민하고 있지만 아직 결론이 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조중래 경북대병원 노조위원장은 "병원의 '귀책 사유'로 휴업하면 휴업수당을 줘야 한다는 점을 병원측에 전달했다"며 "현 상황에서 무급휴가 지침이 내려온다면 따를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 방침으로 간호사들의 업무 범위가 넓어졌지만 "의사가 하던 일을 간호사가 떠맡은 격"이라는 불만도 적지 않다.
한 대학병원 간호사는 "지금은 긴급 상황이니까 일단 지침을 수행하지만, 보상이나 법적 보호 없이 의사의 업무 일부를 수행하는 것에 대해 간호사들이 매우 부담을 느끼고 있다"면서 "전공의 사직 이전에도 업무량이 많아 힘들어하는 간호사가 적지 않았는데, 전공의들의 이탈로 남은 업무까지 떠맡은 셈이 됐다"고 말했다.
◆아직 어두운 터널…차가운 여론은 더욱 부담
의료 현장을 지키고 있는 의료진을 더욱 고통스럽게 하는 건 차가운 여론이다. 전공의들이 떠난 공백을 지키고 있는 의료진들의 소식을 접하는 것도 안타깝지만, 날 선 여론의 반응을 보는 것도 의사로써 자괴감이 들게 한다는 것이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일부 고소득 개원의들의 사례를 들어 대학병원 교수들의 수입을 논하는 목소리를 접하면 답답한 마음이 든다"며 "대학병원 교수들은 수입에 상관없이 생명을 다루는 의사라는 직업 자체가 좋아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주면 좋겠다"고 했다.
병원을 떠나지 않고 남아있는 전공의들도 고통스럽긴 마찬가지다. 사직서를 낸 일부 전공의들이 병원에 남아있거나 복귀한 전공의들의 개인정보 등을 공개해 조롱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파문이 일었기 때문이다.
김동은 계명대 동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전국에 의사가 11만명이 넘는데 생각이 다른 의사가 없다면 더 이상한 것"이라며 "남아있는 전공의들이 동료들의 비난에 상처받지 않도록 보호하고 달래주는 것도 현장의 교수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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