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칼럼] 장인화호와 포스코의 과제

김병구 편집국 부국장
김병구 편집국 부국장

장인화 전 포스코 사장이 지난달 포스코그룹 회장으로 내정되면서 철강업계와 포항 지역민들의 기대가 어느 때보다 높다.

장 내정자가 정통 철강 전문가, 마케팅 전문가로 정평이 나 있고, 포스코그룹 내 핵심 분야를 두루 거치면서 덕장형 리더십을 발휘해 왔다는 그룹 안팎의 평가 때문이다.

포스코를 둘러싼 현재 환경은 결코 녹록하지 않다. 철강 업황 부진, 포항 지역과의 껄끄러운 관계, 세계적 '탄소중립화' 추세 등은 장인화호(號)가 넘어서야 할 높은 파고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해 매출액이 2022년 말 목표로 제시했던 86조원보다 8조9천억원 줄었고, 영업이익률도 2021년 12.1%, 2022년 5.7%, 지난해 4.6%로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장 내정자가 그동안 신사업 마케팅과 해외 철강 네트워크 구축 등을 성공적으로 주도해 온 만큼 2차전지 등 신사업 분야에 대한 선택과 집중으로 포스코의 재도약을 이끌 막중한 책무를 안게 됐다. 특히 그동안 포항 지역에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과감한 설비투자를 지역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전 회장 시절 포스코와 포항시의 냉랭한 관계를 재설정해 상생과 협력의 공생 관계로 회복하는 과제도 앞에 놓여 있다.

포항시와 지역민들은 최근 수년 사이 포스코가 대규모 투자를 하면서 포항을 비켜 타 지역에 집중함으로써 '지역 홀대'를 받아 왔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상당수 시민들은 지역에 뿌리를 두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포스코에 대한 무한 애정에 대해 제대로 된 보답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는 것이다.

포스코 측도 포항시와 일부 지역 단체들이 포스코에 대한 과도하거나 무리한 요구로 갈등을 키웠다고 섭섭함을 감추지 않았다. 전 회장은 급기야 포스코가 '국민 기업'이 아니라며 거리감을 두기도 했다. 2018년 포스코와 포항시 등은 상생협력 양해각서를 통해 포스코는 ▷신성장 사업 추진 ▷연구시설을 활용한 기초연구 산업 투자 ▷지진특별재난지역 지원사업 ▷대규모 설비투자 및 환경개선 ▷지역 소외 계층 지원사업 등 5개 항목을, 포항시는 ▷포스코 투자 사업에 대한 행정적 지원 1개 항목 등의 이행을 약속했다.

포스코가 새 전환기를 맞은 만큼 차제에 2018년의 상생협력 양해각서를 뛰어넘는 과감한 투자와 지원사업을 통해 포항 지역민의 서운함을 말끔히 씻어 내길 바란다.

포스코가 최근 "오는 21일 공식 취임하는 장인화 후보는 포스코의 발전과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이룰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밝힌 것도 기대감을 높이는 대목이다. 마찬가지로 포항시와 '포스코 지주사 본사·미래기술연구원 포항 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 등도 포스코에 대한 무리한 요구나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면서 포항 지역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관계 설정을 위해 노력해야 하겠다.

8기의 고로를 가동하면서 국내 기업 중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하고 있는 포스코로서는 세계적인 탄소중립화 흐름에 발맞춰야 하는 것도 큰 과제다. 포스코는 2026년 수소환원제철 기술인 '하이렉스' 설비를 도입해 2030년까지 상용 기술 개발을 마무리 짓고, 2050년까지 포항과 광양의 기존 고로 설비를 탄소 배출이 없는 수소환원제철소로 탈바꿈시킨다는 복안이다. 당장 2026년부터 상당한 탄소 배출 부담금을 감당해야 하고, 수소환원제철 설비에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야 할 상황이다.

장인화호가 새로운 리더십을 발휘해 과감한 설비투자, 포항과의 공생관계 회복, 탄소중립화 등 세 마리 토끼를 잡아 포스코의 제2의 도약을 이루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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