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맞으면 백화점은 사람들로 붐빈다. 그 중에서도 유독 인파가 몰리는 곳은 '지하'다. 소비자의 발길을 붙잡기 위해 백화점들이 '지하 전쟁'에 돌입했다.
지난 9일 오후 3시에 찾은 더현대대구 지하 1층은 그야말로 만남의 장소였다. 어떤 커플들에게는 데이트 성지가 되기도, 어떤 이들에게는 맛집 거리가 되기도 했다. 아이는 놀고 조부모는 앉아서 요깃거리로 심심한 입을 달래는 대가족의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이날 더현대대구 지하 1층 식품관인 '테이스티 대구'에는 다양한 팝업스토어가 화려한 비주얼로 소비자의 발길을 끌기에 바빴다. 도넛, 카이막, 피자, 케이크 등 종류는 다양했다. 크레페를 판매하는 팝업 스토어에는 인파가 몰려 길목을 지나치느라 진땀을 뺐다.
크레페를 먹기 위해 30분간 기다려 주문을 겨우 했다는 현모(25) 씨는 "SNS에서 크레페 팝업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일부러 찾아왔다"며 "줄이 길긴 하지만 사진 찍고 SNS에 올리려고 참고 기다렸다"고 웃으며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몰린 탓에 불편을 호소하는 소비자도 적지 않았다. 대구 달서구에서 왔다는 최모(26) 씨는 "인기 있는 팝업이 한번 열리면 좁은 공간에 사람들이 몰린다"며 "안내해 주시는 분이나 질서 정리해 주시는 분이 상대적으로 적어서 불편하다"고 전했다.
같은 날 신세계백화점 대구점의 지하 1층도 사람들로 가득했다. 지하 1층을 채우고 있는 것은 떡볶이와 순대, 김밥부터 다과, 초콜릿 등 온갖 종류의 팝업 스토어들이었다. 이곳의 터줏대감은 단연 서울의 유명 도넛 브랜드였다. 작은 점포를 둘러싸고 줄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동대구역과 연결돼 접근성이 좋다는 것이 이곳의 이점이다. 일단 한번 들러보기 좋다는 것이다. 대구 수성구에 사는 문수현(30) 씨는 "단순히 팝업만 두고 보면 다양성이 떨어지지만 오가기가 편해서 자주 이용한다"고 말했다.
◆대구 내 백화점 3사, "MZ 잡아라!
백화점이 쇼핑뿐 아니라 식음료(F&B), 문화, 체험 등 다양한 콘텐츠를 갖추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한번 들어서면 하루 종일 나갈 수 없도록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관건이다. 명품 브랜드 입점 확대에만 그치지 않고 점포 리뉴얼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다.
대대적인 점포 리뉴얼을 거친 후 2022년 12월 '더현대대구'로 재오픈한 현대백화점은 지하 1층에 MZ세대가 선호하고 인기가 높은 트렌디한 식품관을 조성했다. 태극당, 폴트버거, 랑만 등 서울의 유명 이슈 브랜드부터 삼오리분식, 호랑이빵집 등 지역 내 유명 브랜드까지 입점시켰다.
팝업 스토어 특성상 음식을 사도 앉아서 먹을 수 있는 장소가 없다는 단점도 보완했다. 다량의 좌석을 배치해 여유롭게 식사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그 결과 지하 1층 고객 수가 약 37% 증가했고 매출 약 32% 올랐다.
신세계백화점 대구점도 지하 1층 식품관을 새단장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지하 1층 리뉴얼 공사에 돌입한 대구 신세계는 식료품 판매 면적을 1/3으로 줄이고 나머지를 F&B 매장으로 대체한다. 트렌드를 반영한 F&B 매장 입점을 늘릴 예정이다. 매출 향상을 위해서다.
롯데백화점도 수성구 대흥동 수성알파시티에 롯데복합쇼핑몰인 '타임빌라스 수성'을 건립 중에 있다. 지하 2층~지상 4층, 연면적 26만7천㎡의 규모다. 롯데쇼핑에 따르면 건물 안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일반적인 쇼핑몰과 아울렛의 개방감을 갖춘 복합적 형태로 설계됐다.
오는 2026년 6월에 준공 예정인 '타임빌라스 수성'도 더현대대구와 대구 신세계백화점 못지 않게 트렌디한 콘텐츠들로 소비자의 발길을 끌 예정이다.
당시 롯데쇼핑 관계자는 "기존 쇼핑몰과 완전히 다른 새로운 차원의 복합문화공간으로 브랜딩해 전국에서 가장 방문하고 싶은 '힙 플레이스(Hip Place)'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식품관이 6천평대…"명품만이 살 길은 아니다"
백화점들의 '지하 전쟁'은 이미 전국적인 추세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밖으로 쏟아져 나오는 소비자를 저마다의 주력 점포를 획기적으로 바꿔 볼거리와 먹을거리, 즐길거리도 한층 강화하고 있다.
리서치기업 오픈서베이의 '백화점 트렌드 리포트 2023'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백화점을 방문하는 목적에 대해 조사한 결과, '외식하기'가 15.6%의 응답률을 기록했다. '물건 구매하기'(38.8%), '구경·아이쇼핑'(19.0%)에 이어 3위다.
짧게는 3~4일, 길게는 몇 달 정도의 단기로 입점시키는 식품관 '팝업스토어' 전략은 SNS를 중심으로 빠르게 바뀌는 유통 트렌드를 백화점도 효율적으로 대응하기에 적합하다.
이 전략을 잘 활용해 성공한 사례가 현대백화점의 '더현대서울'이다. 더현대서울은 빠르게 변화하는 식품 트렌드에 맞춰 F&B 브랜드들의 팝업을 공격적으로 유치하면서 명품 브랜드 의존적인 기존 백화점의 방식을 바꾸기도 했다.
주력 점포인 압구정 본점도 지난해 지하 1층 식품관 '가스트로 테이블'을 리뉴얼했다. 중동점도 지난해 12월부터 지하 1층 식품관 재단장에 들어가 오는 4월 순차적으로 오픈한 후 10월에 그랜드 오픈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단일 점포로는 처음으로 매출 3조원을 돌파한 신세계백화점 주력 점포 강남점도 내년 상반기 약 6천평 규모의 국내 최대 식품관으로 재탄생한다. 이미 5천289㎡(1천600평) 규모로 신설된 국내 최대 규모 디저트 전문관 '스위트 파크'가 지난달 오픈했다.
롯데백화점도 지난해부터 본점과 잠실점을 중심으로 대형 디저트 맛집을 선보여 집객 효과를 거두고 있다. 잠실점은 롯데백화점의 주력 점포로, 아트리움 등 팝업 공간에서는 지난해에만 100여개 이상의 팝업을 선보이며 MZ세대를 위한 공간으로 리브랜딩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댓글 많은 뉴스
구미시 "가수 이승환 콘서트 공연장 대관 취소…안전상 문제"
대구시민들 앞에 선 '산업화 영웅' 박정희 동상
[단독] 수년간 거래내역 사찰?… 대구 신협 조합원 집단소송 제기
"김건희, 계엄날 3시간 동안 성형외과에…뭐 했나" 野 의혹 제기
"김포골드라인처럼 혼잡"…'2량 짜리' 대경선에 승객 불편 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