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에게 가족이 삶의 버팀목이자 사랑하는 존재는 아니다. 선택할 수 없는 관계인만큼 지독한 애증의 관계로 남기도 한다. 희미한 잔상도 없이 미움만 남으면 좋겠건만, 가족이라는 미련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애증에 밀려 가족의 폭력과 배신을 참아왔던 강성훈(가명·50) 씨는 백혈병을 치료하려면 직계가족의 조혈모세포 이식이 필요하다는 의사에 말에 그만 무너지고 말았다. 가족에 대한 감정은 자신만의 '짝사랑'이라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어서다.
◆ 매일 시달린 형의 폭력…가족들은 무관심 속 방관
어릴 적 성훈 씨의 첫 기억은 세 살 터울 형에게 이유도 없이 맞고 있는 광경이다. 형은 성훈 씨가 과자를 사오지 않거나 말을 듣지 않았다는 이유로 야구방망이를 휘둘렀다. 형의 무자비한 폭력 탓에 성훈 씨 몸에는 멍이 드는 날이 잦았고, 심할 때에는 1주일 넘게 학교에 가지 않기도 했다.
형의 매질보다 무서웠던 건 가족들의 무관심이었다. 삶에 그다지 의욕이 없었던 아버지와 친구 만나기 바빴던 어머니, 고등학생 때부터 집 밖을 돌던 누나 중 형의 폭력을 나무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가족들에게 고자질을 했다가는 오히려 형에게 더 얻어맞는 나날이 계속됐다.
중학교 3학년이었던 어느 날, 형에게 더 맞다가는 죽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고, 성훈 씨는 집 밖으로 도망 나왔다. 일상을 나눌 대화 상대조차 없는 이 집에서 살 바엔 혼자 사는 편이 더 나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학교도 자연스레 그만뒀다.
처음 일을 배운 곳은 집 근처 철공소였다. 멀리 떠나고 싶었지만 그럴 용기는 없었다. 다행히 성훈 씨를 안타깝게 여긴 철공소 사장이 인근 식당 안에 있는 단칸방에 거처를 마련해 주었고, 그곳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일을 할 수 있었다.
집은 나왔지만 띄엄띄엄 가족과 왕래는 이어갔다. 한 달 월급이 15만원이었던 시절, 차곡차곡 돈을 모아 어머니가 진 빚 200만원을 대신 갚아주기도 했다. 특별히 무언가를 바란 건 아니었다.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20, 30대에는 간판을 만들거나, 인테리어 일에 열중했다. 성실히 일했고, 돈도 잘 모았지만 늘 마음 한구석이 허전했다. 답답한 마음을 털어놓을 가족도 친구도 없었다. 좋은 여자를 만나 가정을 꾸릴 생각도 했지만 성훈 씨의 가정사를 들은 이들은 그와 결혼하길 꺼렸다.
◆계속되는 폭력…희귀병·통풍·백혈병 덮쳐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어머니라도 모시려고 성훈 씨는 9천만원을 들여 빌라 1채를 어머니 명의로 구입했다. 나름 행복한 미래를 꿈꾸기도 했지만 오산이었다. 이사를 마친 지 두 달쯤 지났을 때 어머니는 성훈 씨를 내쫓고 형의 가족들을 집으로 불러들였다.
가족들의 '소리 없는 폭력'은 성훈 씨를 병들게 했다. 그는 35살 때 '길랑-바레 증후군'에 걸렸다. 손과 팔, 발가락 등을 마비시키는 희귀병으로 1년 넘게 병원 신세를 졌다. 치료비만 1억원에 달했다.
퇴원 후에도 병원을 오가며 꾸준히 재활치료를 해야 하는 질병이었지만 치료비가 부족해 집 밖을 가볍게 걸어 다니는 것으로 재활을 대신했다. 집을 사고 치료비를 내니 재활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다.
집에서 재활치료에 전념하고 있을 때 병문안 한번 오지 않던 어머니가 성훈 씨를 찾아와 울음을 터뜨렸다. 그래도 어머니구나 싶은 생각도 잠시, 그녀의 입에서 나온 얘기는 성훈 씨를 뜨악하게 했다. 형이 신용카드 돌려막기를 하다 진 빚을 수습하려 성훈 씨가 산 빌라를 팔았다는 얘기였다. 그 후로 성훈 씨는 가족들과 인연을 모두 끊었다.
마비가 조금씩 풀리고 몸을 움직일 수 있을 때부터 성훈 씨는 일용직을 시작했다. 일을 다시 시작하자 성훈 씨의 건강은 급격히 악화됐고 수년 뒤 통풍으로 일용직마저 하기 어렵게 됐다.
급기야 단칸방 월세조차 내지 못해 길거리로 나앉게 됐다. 잠은 지하철 역사 등을 전전했고, 굶주린 배는 누군가 먹다 내버린 음식 잔반으로 해결했다.
노숙생활동안 온몸이 성한 곳이 없었지만 체납한 건강보험비가 두려워 병원 문턱도 넘지 못했다. 다행히 노숙인 쉼터와 희망진료소 등 사회복지단체의 도움으로 곽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게 된 그는 정밀검사 끝에 지난해 1월 '급성 모구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사회복지사들의 꾸준한 설득으로 그는 희망을 되찾고 지난해 10월까지 항암치료를 꾸준히 받왔다. 늘 병원비가 문제였지만 뒤늦게 등록된 기초생활수급비와 각 사회복지단체, 칠곡경북대병원 사회사업팀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해결할 수 있었다. 덕분에 혈액 속의 암세포도 꾸준히 줄어들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재발 확률을 줄이려면 조혈모세포 이식이 반드시 필요한데 어마어마한 수술비가 발목을 잡고 있다. 가장 시급한 건 700만원에 달하는 조혈모세포구독료다.
이식을 위해선 조직적합자를 찾아 40일 이내 조혈모세포구독료라는 기증자의 검사비와 의료비 등이 정산돼야 한다.
하지만 이 금액은 환자가 아닌 기증자가 받는 돈이어서 각종 복지정책 지원대상에서 빠져있다. 이를 해결하더라도 수천만원이 훌쩍 넘는 병원비가 성훈 씨를 기다리고 있다.
욕심 없이 일만 했던 성훈 씨에게 남은 건 노숙인쉼터의 도움으로 구한 2평 남짓한 쪽방과 암에 걸린 몸 뿐이다. 죽음과 절망 앞에서도 일어나려 했는데, 자꾸만 세상은 짓누르기만 한다. 잡힐 듯 잡히지 않던 삶이 주는 행복이 또다시 멀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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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하며 아이 키우는 천주혜 씨에게 2,528만원 전달
남편과 이혼한 이후 두 아들 홀로 키우다 자궁암에 뇌하수체 종양 수술까지 받은 천주혜 씨(매일신문 2월 27일 10면 보도)에게 2천528만3천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엔 ▷㈜태원전기 50만원 ▷㈜삼이시스템 10만원 ▷동산내과(박경아) 5만원 ▷동산내과(박준석) 5만원 ▷이병규 2만5천원 ▷배영철 2만원 ▷신종욱 2만원 ▷최정원 1만5천원 ▷최지원 1만5천원 ▷하정현 1만원 ▷임경우 3천원 ▷이장윤 2천원 ▷'재원수진' 5만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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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출신 미등록 외국인 가정인 탓에 운동 선수 꿈 좌절된 김주호 군(매일신문 3월 5일 10면 보도)에게 46개 단체, 207명의 독자가 2천439만8천200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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