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파업 장기화·서비스 꼴찌…힘 실리는 경북 의대 설립

인구 1천명당 활동 의사 수가 전국 평균 2.1명보다 적은 1.4명
의료이용 친화도 전국 최하위, 의사 평연령 전국 최고령
도의회 의사 복귀 만장일치 채택…정부에 상급종합병원 건립 요구

경북 예천에서 유일한 종합병원. 13일 오후 늦은 시간임에도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들이 줄을 잇고 있다. 윤영민 기자
경북 예천에서 유일한 종합병원. 13일 오후 늦은 시간임에도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들이 줄을 잇고 있다. 윤영민 기자

의료파업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지방정부와 지역 정치권이 지역의대 설립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경북도의회 행정보건복지위원회는 12일 '의사 진료현장 복귀 촉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하면서 ▷지역대학교 의과대학 신설 ▷대구·경북 의대 정원 411명 최우선 증원 등을 촉구하는 내용을 함께 담았다.

의회는 "경북 15개 시군이 응급의료 분야 의료취약지역이고, 분만취약지 18곳, 소아청소년 의료취약지 5곳, 혈액투석 의료취약지 3곳 등으로 도민들의 의료서비스 접근성이 매우 취약할 뿐만 아니라, 생명까지 위협을 받는 수준"이라고 호소했다.

13일 교육부,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국내 인구 1천명당 의사 수는 평균 2.23명에 그쳤다. 경북은 1.41명으로 전국 최하위 수준이다.

예천지역을 보면 지난달 기준 인구 수는 5만5천221명이다. 이 가운데 종합병원 1곳, 의원 20곳 등 21곳 병·의원에서 총 32명(병원 12명·의원 20명)의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예천의 인구 1천명당 활동 의사 수는 대략 0.58명이 되는 셈이다.

예천에서 개인 내과를 운영하는 한 병원장은 "하루 평균 37명의 환자를 진료하고 많은 날은 50명까지도 진료를 한다. 한달에 약 900명이 넘는 환자를 혼자 진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근 내과의원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의사 1명이 많은 환자를 진료하다보니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기 쉽고 편리하게 느끼는 정도를 나타내는 의료이용 친화도 역시 62.0점으로 경북이 전국 최하위로 평가됐다. 진료 대기 시간 등은 길어지고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는 시간은 짧아질 수밖에 없어 이 평가가 낮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의료서비스 불균형도 심각한 수준이다. 경북의 진료 실적은 231만5천756건으로 세종(85.4%)을 제외하고 인구 대비 가장 적은 진료(87.7%)를 하고 있다. 특히 치료를 하면 살 수 있는 환자의 사망률까지 57.8%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두 지표가 경북의 의료환경 개선이 시급하게 요구된다는 점을 절실하게 보여주는 지표"라며 "경북은 확충되는 의료 인력 부족과 기존 의료 인력의 고령화로 인한 은퇴로 의료 공백까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돼 의료환경 개선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경북의 의료환경 개선을 위해 행정당국과 정치권도 동분서주하고 있다. 도내 대학과 연계한 의과대학 신설, 경북지역 의대 정원 증원, 상급종합병원 건립 등에 대한 대책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경상북도와 안동시, 포항시는 지자체와 시민단체가 함께 나서 각종 입장문 등을 통해 정부에 꾸준히 의대 신설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안동시는 2013년부터 안동대 의과대학 신설을 추진하며, 의대 신설 유치단까지 구성해 오랜기간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도 지난달 27일 윤 대통령에게 "포스텍 연구중심의대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뜻을 강력히 건의하며 경북의 의료 인프라 강화에 대한 뜻을 내비췄다.

안동예천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김형동 예비후보도 지난 10일 '국립안동대 의과대학 신설'을 핵심공약으로 내놨다.

김 의원은 "안동대 의과대학 설립은 경북 도내 의료 수준을 높이고, 의료서비스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첫걸음"이라며 "교육부, 행정안전부 등 정부 부처에 강력히 요구해 의대 신설이란 안동·예천 시·군민의 오랜 염원을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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