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기강이 너무 풀렸다. 음주운전 사고를 내고 시민을 폭행하는 것은 물론 성희롱, 성매매에 이르기까지 경찰관들의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범죄를 예방하고 범인을 잡아야 할 경찰관들의 범죄와 비위에 탄식이 절로 나온다.
최근 대구의 한 경찰 간부는 술을 마시다 식당 주인을 폭행한 혐의로 입건됐다. 다른 경찰 간부는 부서 회식 중 동료에게 성희롱을 했다는 의혹으로 조사 받고 있다. 음주운전 사고를 낸 경찰관들도 있다. 지난 6일 대구의 한 경찰서 교통과 간부가 술을 마신 뒤 차를 몰다가 다른 차량을 들이받고 도주했고, 다음 날엔 다른 경찰서 소속 한 형사가 음주 상태에서 추돌 사고를 냈다. 또 술취한 서울의 한 여경은 보호조치를 위해 출동한 여경을 폭행해 체포됐다. 지난달 서울의 한 경찰관은 성매매를 하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급기야 지난 7일 윤희근 경찰청장은 다음 달 11일까지 '의무 위반 근절 특별경보'를 발령했다. 그러나 특별경보 이틀 만에 서울의 한 경찰관이 음주 폭행으로 대기발령을 받았다. 경찰관의 범죄·비리는 잊을 만하면 터진다. 시민들은 징계나 처벌이 솜방망이 수준이어서 그렇다고 한다. 특히 지난해 광주·전남 경찰청에서 간부 7명이 직위해제 된 '브로커' 사건은 승진을 매개로 뇌물이 오가는 경찰의 부패를 드러내 충격을 줬다. 당시 인사권을 행사한 전 치안감은 수사가 본격화하자 극단적 선택을 했다. 감찰 기능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경찰은 총체적 위기에 놓였다. 지난해 서울 신림역·분당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 후 현장 치안에 비상이 걸렸다. 수사권 독립, 대공수사권 이관으로 경찰의 역할은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경찰관의 범죄·비리는 국민의 신뢰를 무너뜨린다. 어렵게 입직한 젊은 경찰관들이 조직을 떠나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경찰은 공권력의 상징이다. 국민이 경찰을 신뢰하지 않으면 공권력은 힘을 잃는다. 경찰청은 내부의 범죄·비리가 근절될 때까지 '특별경보'를 유지하고, 기강을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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