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11일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검사 결과 및 분쟁 조정 기준안'을 내놓자 판매사들은 자율 배상안 마련 작업을 시작했다. 기준안에 따르면 은행·증권사 등 판매사 기본 배상 비율 20~40%를 적용하고, 내부 통제 부실 가중치 3~10%포인트(p)를 두었다. 판매사 요인이 23~50%라는 의미다. 여기에 투자자 상황에 따라 최대 45% 책임을 가감(加減)할 수 있다. ELS를 처음 접한 80세 이상 고령자가 예금하러 은행에 갔다가 직원 꼬임에 넘어가 고액을 맡겼다면 100% 보상이 가능하다. 이런 경우는 극히 드물고, 대부분 20~60% 배상이 될 전망이다.
ELS는 높은 수익률을 자랑하지만 원금 손실 가능성도 큰 금융파생상품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H지수 ELS 판매 잔액은 18조8천억원(39만6천 계좌)에 이른다. 은행 24만3천 계좌(15조4천억원), 증권사 15만3천 계좌(3조4천억원)다. H지수가 2월 말 수준을 유지한다면 연말까지 추가 손실액 규모는 8조2천억원에 이른다. 증권가는 3대 은행의 배상액을 최소 1조원대 이상으로 본다.
배상까지는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위법 행위에 대한 금감원 조사가 끝난 뒤 과징금 등 제재 조치 때문에 은행은 서둘러 자율 배상(사적 화해)에 나설 수 있다. 그러나 수십만 건의 가입 사례를 일일이 살펴 배상 비율을 정해야 한다. 배상안의 이사회 통과와 주주들의 반발도 관건이다. 배임 문제, 즉 은행의 불법 행위가 쟁점이 될 수 있다. 배상안을 가입자가 거부하면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 1, 2월 손실이 확정된 계좌는 그나마 수월하지만 만기가 남은 계좌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물론 고위험 금융상품에 대한 책임은 가입자에게 있다. 그러나 은행들의 완전 판매 약속과 금융소비자법만 믿고 문제의 싹을 키워온 금융 당국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12일 고위험 상품의 은행 판매를 금지하는 방향의 제도 개선 필요성을 언급했지만 그야말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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