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전 총리가 돌아왔다. 문재인 정부 마지막 총리로 퇴임과 함께 "공직자와 정치인으로서의 여정도 마무리하겠다"고 정계 은퇴를 선언했지만 이를 뒤집고 공천 파동으로 위기에 처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구원투수'로 슬그머니 정계에 다시 발을 들이민 것이다.
그가 이해찬 전 대표와 함께 공동선대위원장직을 받아들인 것을 민주당의 총선 전략에 일조하겠다는 순수한 의도로만 해석하기 어렵다. 그 이상의 정치적 계산과 행보가 읽힌다는 것이다. 그가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이 대표를 돕는다고 민주당이 '비명횡사 친명횡재' 공천 파동을 딛고 총선에서 좋은 성적을 낼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그래서 "한때 정치를 떠났던 제가 다시 당에 돌아온 이유는 하나다. 무능력·무책임·무비전의 3무 정권인 윤석열 정부에 분명한 경고를 보내고, 입법부라는 최후의 보루를 반드시 지켜내야 하기 때문이다"라는 정계 복귀의 변(辯)은 공허하고 구차하게 들린다.
김 전 총리는 총선 이후 이 대표에게 닥칠 정치적 입지의 변화 가능성을 염두에 뒀을 것이다. 민주당이 제1당이 되지 못하고 총선에서 패배한다면 이 대표는 2선으로 후퇴하거나 8월 대표 경선에 출마하지 못할 것이라고 본 모양이다. 그렇게 되면 이 대표 측의 지원을 받아 당권을 물려받거나 대권에 다가가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사실이라면 그의 정계 복귀는 노욕(老慾)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그래서 씁쓸하다.
김 전 총리는 한때 '지역주의 타파'를 외치며 촉망받는 정치인이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그런 명성에 어울리지 않는 행보를 보여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다. 예전에 대표 경선에 나서 조국을 옹호해 친문계 눈치를 본다는 비난을 받았고, 조국의 항소심 선고 직전에는 선처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김 전 총리는 2월 말 정세균 전 총리와 함께 "시스템 공천과 민주적 원칙, 객관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이 대표가 나서서 상황을 바로잡지 않으면 총선 승리에 기여하는 역할을 찾기 어렵다"는 입장문을 냈다. 그러다 느닷없이 "친명, 친문 따지지 말고 민주당을 지지해 달라"며 이 대표 손을 들어줬다. 종잡을 수 없는 갈지(之)자 행보다.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dider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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