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드세지는 경북대 총장 불신임 목소리, 급한 불부터 꺼야

경북대 홍원화 총장의 여당 비례대표 신청·철회 소동이 불러온 후폭풍이 거세다. 학생, 교수, 교직원 등 구성원들의 사퇴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내부 신의를 상실했다는 판단이다. 22일 마감되는 '글로컬대학30' 신청도 전력을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부정적 기류가 흐른다. 대구교대와 통합은 불가능에 가깝고, 금오공대와 통합은 견줘볼 틈도 없이 내부 반발에 직면했던 터다. 모든 문제의 시작은 홍 총장의 독단에서 비롯된 것이라 보는 시선이 우세하다.

그가 저지른 실책은 적잖다. 조기 사퇴 요구가 큰 이유다. 그러나 정치적 시각으로 재단해서는 곤란하다. 대안 없이 자리에서 끌어내리는 것도 문제다. 홍 총장 체제 보직 교수들의 동반 사퇴 가능성도 있다. 그에 따른 대혼란을 피하기 어렵다. 실질적인 대안이 있느냐는 얘기가 교수 사회에서 공공연히 나오는 까닭이다.

홍 총장의 실책은 선장이 배에서 뛰어내리려 한 것에 빗댈 만큼 뼈아픈 것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배를 뭍 가까이 끌고 가도록 해야 한다. 특히 의대 정원 조정은 냉철하게 볼 일이다. 정원 순증은 대구경북의 장래에 영향을 끼칠 만한 중대 과제다. 의대 정원을 늘릴 경우 추가되는 140명에 대한 교육과 인력 활용 방안으로 경북대 상주병원 건립 방안도 아이디어로 나왔다고 한다. 안동대와 포항공대 등 의대 설립이 숙원인 지역과 조율이 가능한지도 따져볼 일이다.

리더십은 신뢰가 있을 때 빛을 발하는 법이다. 홍 총장이 10월까지로 된 임기를 지속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급한 불은 일단 끄고 봐야 한다. 홍 총장은 현안에 전력을 다하되 사퇴 시한을 못 박는 게 현명해 보인다. 4년 전 총장 선거에서 모든 후보들이 동의했던 8월 임기 종료를 실천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글로컬대학30' 예비 지정, 의대 정원 조정 등이 상반기에 결론지어질 것을 감안하면 합리적이라 볼 수 있다. 지금은 귀를 폭넓게 열고, 듣기 거북하더라도 많이 들어야 할 때다. 지난 과오를 양분 삼아 유종의 미를 거두길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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