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무슨 동이냐?" "…" "확실하게 알고 다니시라. 욕먹는다."
4‧10 총선에서 서울 도봉갑에 출마하는 안귀령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전통시장에서 선거 유세를 하다 펼쳐진 촌극이다. 한 상인이 시장이 위치한 동네가 어딘지 물었지만 안 후보는 우물쭈물하며 대답하지 못했고, 상인이 "창2동"이라고 알려 줬다. 상인은 재차 "길 건너 시장은 몇 동이냐"고 물었지만 안 후보는 웃기만 하다가 주변에서 귀띔해 주자 그제야 "창3동"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는 상인에게 혼나면서 어색한 듯 웃음을 지었다.
자신이 출마하는 지역의 동네 이름도 모르다니, 누리꾼들은 후보 자질에 대한 비판을 쏟아 냈다. 총선에서 맞붙게 된 국민의힘 김재섭 후보는 "아무리 무연고 낙하산 공천이라고 하더라도, 이건 좀 너무하다. 도봉구가 민주당의 호구냐?"라며 안 후보와 민주당을 겨냥했다.
이런 사태는 예견됐다. 안 후보는 도봉구에 연고가 없는데, 전략공천을 받은 지 20여 일 남짓. 이곳이 창2동이고, 길 건너가 창3동인지 알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다. 근본적으로는 '벼락치기' 무연고 공천이 문제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선거 때마다 무연고 공천은 쏟아지지만, 이번 선거는 유난히 심하다. 그 지역에 가 본 적도 없는 후보가 공천되기도 하면서 후보자 스스로 "나도 황당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전혀 모르는 지역구에 전략공천을 받은 후보자가 지역 시·구의원에게 속성 과외를 받고, 급하게 선거 캠프에 지역 관계자들을 채용하고 있다. 이들에게 지역 현안과 지역민들의 관심사를 살뜰히 알아야만 나올 수 있는 제대로 된 공약이 있을 리 만무하다. 그러다 보니 '정권 심판론' '거대 야당 심판론'을 내세우며 주민들의 관심을 끌고, 상대 후보를 비방하는 네거티브 전략을 쓸 수밖에 없다.
잡음이 나오는 무연고 공천을 하는 이유는 이기는 선거다. 지도부의 입장에선 공천할 때 후보자의 지역 이해도보다는 당선 가능성이 우선이다 보니 쏟아지는 비판 속에도 무연고 공천을 반복하게 된다. 당선이라는 목적이 무연고 공천이라는 수단을 합리화시켜 버린 것이다.
이쯤에서 지역구 동 이름을 모르는 안 후보를 보며 혀를 찼을 당신에게 역으로 묻고 싶다. 당신은 자신이 사는 지역구 국회의원과 이번 총선에 나오는 후보가 누구인지 아는가? 혹시 안 후보처럼 우물쭈물 답하지 못했는가?
22대 총선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여야의 지역구 공천 작업도 마무리 단계다. '시스템 공천'이란 세련된 이름으로 포장했던 이번 공천은 어느 선거 때보다 논란을 불러왔다. 총선을 한 달여 앞두고 지역 이해도가 없는 무연고 후보자를 공천하면 유권자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지역구와 유권자를 무시하는 행태다.
그렇지만, 문제가 있는 공천에 대해 심판하는 건 결국 유권자다. 각 당의 후보자를 꼼꼼히 살펴보고 문제가 있다면 냉정하게 심판해야 한다. 내 지역구 현안에 관심을 두고 문제를 해결해 줄 후보를 찾아야 한다. '당신의 소중한 한 표가 미래를 좌우한다'는 시대를 넘어서는 금언이다. 최선이 아니라면 차선, 그조차 어렵다면 최악은 피하는 것이 투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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