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북 예천에 내린 폭우로 산사태 피해를 입은 주민들이 또다시 불안한 여름을 보낼 처지에 놓였다. 행정안전부가 진행하는 예천 산사태 피해 복구사업이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등 시일이 소요되는 행정절차로 인해 삽도 제대로 뜨지 못하고 있어서다.
17일 경북도와 예천군 등에 따르면 지난해 산사태 피해 5개 마을 중 감천면 벌방리는 행안부가 지구단위계획 사업을 통해 산사태 피해지와 마을, 인근 하천 등의 복구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나머지 4개 마을은 산림청 경북도 산림환경연구원에서 산사태 피해 예방을 위한 복구사업을 시행키로 했다.
예천은 지난해 7월 폭우로 산사태가 발생한 곳이다. 감천·은풍·효자·용문면의 5개 마을이 큰 피해를 입었다. 당시 사고로 15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되는 등 인명 피해가 컸다.
이런 가운데 행안부에서 진행하는 벌방리의 복구 사업은 거의 손도 대지 못한 채 방치돼 있다. 복구 공사에 앞서 문화재 지표 조사, 환경영향평가 등 행정절차의 이유로 사실상 복구사업을 시작도 못한 것. 이 탓에 행안부 산사태 복구사업은 내년 초에나 본격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이와 달리 경북도가 진행하는 은풍·효자·용문면 4개 마을의 산사태 피해지 복구사업은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어 우기 전에 문제 없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1일 재난지역에 대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신속 처리하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복구 기간이 단축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왔으나, 실제 시행은 내년부터다보니 당장 올해 다가올 여름 우기가 걱정되는 상황이다.
주민들은 올여름 또 다시 비슷한 사고가 재발할까봐 불안감에 떨고 있다.
지난 14일 찾은 감천면 벌방리 산사태 피해지는 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처참한 흔적을 내보이고 있었다. 산사태가 휩쓸고 간 자리는 큰 골짜기가 돼 그대로 방치됐고, 산비탈에 생긴 골짜기에는 크고 작은 바위들이 드러난 채 위태롭게 놓여 있었다.
주민 권호량(74) 씨는 "금방 여름이 오는데 아무런 조치가 돼 있지 않아 걱정이 크다"며 "최근 비가 조금 왔을 때도 물이 마을 도로로 넘쳐 일부 주민들은 지레 겁먹고 대피를 하기도 했다"고 불안감을 토로했다.
이와 관련, 예천 산사태 피해현장을 찾은 남성현 산림청장은 "우기 전 사업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달라"고 주문했다.
예천군은 우기 전 산사태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일부 예방 사업을 우선 처리하기로 했다. 예천군 관계자는 "산사태 재발을 막고자 설계심의를 받기 전 사전 협의를 거쳐 분리 발주를 하고, 우선 급한 공정은 따로 우기 전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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