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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작품 관리의 나비효과

정연진 독립큐레이터

정연진 독립큐레이터
정연진 독립큐레이터

뱅크시(Banksy)는 얼굴 없는 화가로 현재 그가 누구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는 온 세상을 캔버스 삼아 전 세계 도시의 벽과 거리, 다리 등에 사회비판적인 메시지를 담은 작품을 남기고 홀연히 사라지기로 유명하다. 그렇기에 이 작품이 진짜 뱅크시의 작품인지에 대한 진위 확인은 그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그가 인증한 것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이슈메이커이기에 미술계를 넘어서 많은 사람들이 그의 작품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한 번쯤은 들어 본 적 있을 것이다. 그의 작품은 경매에 낙찰되자마자 자동 분쇄되다 멈추기도 했고, 갑자기 철거당하기도 했고, 그의 그림이 그려진 벽 덕분에 집값이 오르기도 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누구나 볼 수 있는 '정지' 표지판에 그림을 그렸으나 이 작품이 뱅크시의 작품인 것을 안 어떤 이가 표지판을 통째로 잘라간 후 잡히기도 하는 등 뱅크시의 작품들은 조용할 날이 없다. 하지만 이러한 대소동들에도 불구하고 그가 누구인지는 그저 추측만 할 뿐 아직도 그의 정체는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뱅크시가 법정 다툼에 휘말려 신상을 공개할 가능성이 생겨 다시 시끌시끌하다. 뱅크시의 작품을 소유하고 있는 컬렉터 2명이 뱅크시의 작품을 인증해 주는 대행사이자 뱅크시가 2008년 직접 설립한 회사인 페스트 컨트롤(Pest Control)에 작품 인증을 요청했다. 하지만 답이 오지 않고 그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법적 대응을 하게 된 것이다.

진위를 요청한 작품은 왕관과 목걸이를 착용하고 있는 원숭이의 모습을 한 '원숭이 여왕(2003)'으로 총 150점이 있는 에디션 작품이다. 컬렉터들은 2020년 매우 유명한 컬렉터의 유품 중 하나였던 이 작품을 3만 파운드(약 6천만원)에 구입했지만, 판매 이력을 알 수 있는 서류는 없어 진품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작품을 페스트 컨트롤에 보낸 것이다.

반대 입장인 페스트 컨트롤 또한 할 말은 있었다. 최근 뱅크시 작품의 위조품이 크게 늘면서 온라인에서도 진품으로 둔갑해 판매되는 경우가 있어 페스트 컨트롤에 정품 뱅크시 작품임을 확인해달라는 인증서 신청이 매달 최대 700건 접수되고 있기 때문이다.

재판의 결과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모르지만, 재판이 진행된다면 뱅크시의 본명 등이 밝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피하고 싶을 뱅크시와 페스트 컨트롤이 초고속 진위 확인 등을 통해 합의할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싶다.

정체가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이 뱅크시의 마케팅 효과가 됐지만, 이에 따라 작품 이력 관리에 생산자인 작가나, 판매자인 갤러리 혹은 딜러나, 구매자인 컬렉터나 조금 더 관심을 기울였다면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유명 작가들의 진위가 화두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를 보면 작가나 작품의 예술성이 중요한 만큼 철저한 작품 관리 또한 필수가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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