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무산된 한국가스공사 ‘K-R&D 캠퍼스’, 헛물만 켰다

2021년 1월 4일 당시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은 신년사를 통해 "수소 사업에 과감하고 선제적으로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2030년까지 5조원가량을 투자해 수소 기반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탈바꿈한다는 야심 찬 계획이었다. 대구시와 사업비 900억원을 투입해 수소산업 기반 육성과 지역 상생을 위한 플랫폼인 'K-R&D 캠퍼스' 구축도 그중 하나다. 이는 지역 수소산업 생태계 구축의 디딤돌로 평가받았다. 그런데 가스공사가 3년 만에 이를 철회했다. 지난해 12월 27일 이사회에서 철회 안건이 의결됐다고 13일 밝혔다. 2022년 착공해 올해 준공한다더니 삽도 떠보지 못하고 끝났다. 목표는 거창했다. 가스공사는 신에너지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대구시는 지역 에너지 분야 창업자를 발굴해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것이다.

2018년 8월 문재인 정부가 수소경제를 3대 전략투자 분야로 정하고, 이듬해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까지 내놓은 터였다. 가스공사는 향후 13년간 2천875억원 경제 효과 창출과 1천725명 고용 유발이 있을 것으로 홍보했다. 결국 없었던 일이 되고 만 이유는 가스공사의 적자다. 지난해 7천474억원 당기순손실이 났다. 실질적 적자인 민수용 도시가스 미수금은 13조원을 넘겼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3일 가스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의 재정건전화를 긍정 평가했지만 근본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 12개 공기업은 지난해 목표(8조2천458억원)의 144% 수준인 11조8천658억원의 재무 개선 성과를 냈다. 자산 매각과 사업 조정, 비용 절감 덕분이었다. 즉 K-R&D 캠퍼스 등의 사업이 희생양이 된 것이다.

적자 경영을 감안해도 가스공사의 태도는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긴다. 지역사회와 맺은 약속을 쉽사리 깨 버리는 작태를 일찍이 지역 기업들은 보여준 적이 없다. 대구 서구 정압관리소 증설 과정에서 보인 소통 부족 부작용도 겨우 봉합된 터다. 지역에 뿌리내리려는 노력과 약속이 지켜질 때 비로소 지역민의 마음이 열리고 상생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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