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불안한 중·소사업장, 틈새 메꾸는 정책지원

오규헌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대구광역본부장

오규헌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대구광역본부장
오규헌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대구광역본부장

지난 1월, 중대재해처벌법이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되었다. 코로나19 이후 내수 직격탄과 경기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던 중소 규모 사업장들은 법 적용 유예를 두고 여러 목소리를 냈으나, 곧장 안전보건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최근에 50인 미만 사업주의 준비 사항과 정부 지원 내용에 대한 간담회를 한 적이 있다. 그때 만나본 사업주 중 일부는 컨설팅을 실시하는 등 법 적용 취지에 맞게 준비를 해 온 사업주도 있었으나, 여전히 많은 사업주가 불안함과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었다.

법 확대 시행의 주요 취지는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에게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부과해 중대산업재해를 예방하려는 것이다. 경영 책임자가 안전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한 번이라도 더 현장의 안전을 돌아보고 위험 요소는 없는지 확인하며, 예산과 인력을 들여 안전을 챙기는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이행하도록 사업장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이 법의 핵심이다. 일하는 사람의 생명과 안전이 우선시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자는 것이다.

중소 규모 사업장의 어려운 여건을 고려해,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에서는 중대재해 취약 분야에 대한 지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모든 5~49인 사업장(전국 83만 개, 대구경북 6만5천 개)이 조속히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이행할 수 있도록 산업안전 대진단을 4월까지 집중 추진한다.

사업장에서는 온라인을 통해 사업장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진단하고, 그 결과를 '양호, 주의, 경계' 3단계로 확인할 수 있다. 미흡(주의)하거나 매우 부족(경계)한 경우 반드시 공단에 컨설팅, 재정 지원, 교육을 신청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사업장 상황에 따라 자체적 또는 안전보건공단 지원을 받아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인력, 예산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자기 규율 중심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개선·이행할 수 있도록 공동안전관리자 지원사업도 신설해 운영하고 있다. 공동안전관리자는 사업장을 월 1회 이상 방문해 해당 기업 직원의 역량 강화를 돕고, 순회 점검·위험성 평가를 지원해 현장의 유해 위험 요인을 파악하고 개선할 수 있도록 컨설팅 형식으로 진행된다. 전문 인력으로 중소 규모 사업장의 안전보건관리 기반을 다지고, 현장 안착을 넘어 구축한 체계를 유지하고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에서다.

"물고기를 잡아 주지 말고,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 주어라"는 말이 있다. 법 확대 시행 초, 개선 역량이 부족하고 재정적 한계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 규모 사업장에 대해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핵심 7가지 요소 중심의 직접적인 컨설팅을 공단에서 진행하고 있으니, 이러한 경험을 자양분 삼아 사업장에서는 자체적인 안전보건 역량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중대재해법 시행의 위헌 여부 판단 등 이런저런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산업 현장과 생활 속 안전은 시대적 변화에 따른 당연한 요구다. 사업주는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갖추어 재해를 사전에 예방하는 것, 근로자는 일련의 과정들에 직접 참여해 본인의 안녕과 안전을 직접 챙기는 환경을 만들어 가는 것. 이러한 관리체계 구축·이행이 사업장 안전보건의 핵심이고, 우리 사회가 안전한 사회로 나아가는 걸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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