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트렌드 경제] 엔진 꺼진 '테슬라'·잘나가는 '엔비디아'…배터리 울고 반도체 웃고

올해 들어 테슬라 주가 34% 감소 엔비디아 82% 급등세
테슬라 제로 성장 예측에 전기차 전환 둔화 우려 높아져
AI칩 선도 엔비디아 다음주 신제품 출시에 쏠린 눈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13일(현지시간) 독일 브란덴부르크주 그륀하이데에 있는 테슬라 기가팩토리를 떠나며 손을 흔들고 있다. 테슬라 전기차를 생산하는 이 공장은 최근 정전과 시위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연합뉴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13일(현지시간) 독일 브란덴부르크주 그륀하이데에 있는 테슬라 기가팩토리를 떠나며 손을 흔들고 있다. 테슬라 전기차를 생산하는 이 공장은 최근 정전과 시위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연합뉴스

시장을 주도하는 '대장주'의 실적에 따라 산업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전기차·자율주행 기술을 선도하는 '테슬라'와 인공지능(AI) 반도체 1위 기업 '엔비디아'가 그 주인공이다.

15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테슬라의 주가는 163.57 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테슬라 주가는 전날까지 사흘간 8.6% 하락했으며, 전날 종가(162.50달러)는 지난해 5월4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테슬라 주가는 34.16% 감소했다.

이에 반해 엔비디아의 주가는 마지막 거래인 기준 878.36 달러로 연초 대비 82.35% 급등했다. 시가 총액은 2조1천957억 달러로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애플에 이어 세계 3위에 올랐다.

테슬라의 위기는 전기차·배터리 업계에 직접적인 타격으로 이어진다. 테슬라 실적에 글로벌 자동차 기업의 주가가 흔들린다. 국내 배터리 및 2차전지 소재 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AI 서비스 구현의 핵심 GPU를 사실상 독점한 엔비디아 역시 시장에서 절대적인 지위를 누리고 있다. 엔비디아의 지난해 4분기 실적 호조는 미국 증시 상승을 견인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챗GPT 개발사인 오픈 AI와 연대를 형성한 MS를 비롯해 아마존, 구글, 메타, TSMC 등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 중 과반수가 엔비디아와 밀접한 연관을 지닌다.

첨단 산업의 주도권을 쥔 두 기업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테슬라 독일 공장. 연합뉴스
테슬라 독일 공장. 연합뉴스

◆ 테슬라 '마이너스' 성장에 대한 우려

미국 증권가에서 테슬라의 실적에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올해 매출 성장은 '제로'(0)를 기록하고 내년에는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블룸버그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테슬라를 주목하는 48개 증권사 가운데 웰스파고를 포함한 9개 증권사가 테슬라에 대해 '매도' 혹은 '비중 축소' 등급을 부여했다. 테슬라에 대한 매도 의견이 과반 이상이 된 것은 2022년 7월 이후 처음이다.

올해 테슬라 시총은 2천450억 달러 이상 사라졌으며 S&P 500 10대 기업에서 밀려나 12~14위권을 오르락 내리락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한때 '세계 1위 부자' 지위를 누렸지만 현재는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회장,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에 이어 3위로 내려왔다.

테슬라의 부진은 성장에 대한 불확실성 탓이 크다. 실제 지난해 하반기 이후 매출·영업이익 등이 현저히 둔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중국과 유럽 시장에서의 판매 부진과 베를린 인근 공장의 생산 차질로 인해 1분기 출하량도 기대치를 밑돌았다.

일론 머스크는 전기차 수요를 늘리기 위해 가격 인하에 속도를 내고 있으나 이마저도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투자자문사 에버코어 애널리스트들도 테슬라 텍사스 공장 탐방 뒤 "저가형 전기차 모델 '모델 2'(가칭)은 2026년 50만 대 생산에 그칠 수 있다면서 테슬라가 다시 성장단계에 들어서는 것은 몇 년 뒤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데이비드 와그너 '앱투스 캐피털 어드바이저스' 매니저는 "오랫동안 테슬라는 시장에서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 중 하나인 전 세계 자동차의 전동화를 바라보고 집중 투자해 왔다"며 "지금 시장이 가장 선호하는 이야기는 인공지능(AI)이며, ESG(환경·사회·지배구조)도 뒷전으로 밀려났다. 매출과 순익 성장이 둔화되면 과거의 기업가치 프리미엄은 더 이상 보장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테슬라의 성장에 대한 긍적적인 전망도 나온다.

아크 인베스트먼트 상장지수펀드(ETF)를 비롯한 투자사들이 테슬라 주식을 사들이며 자금 유입이 늘고 있다. 또 신흥 전기차 시장인 인도의 수입차 전기차 세금이 조정되면서 테슬라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평가다.

엔리케 로레스 HP 최고경영자(CEO)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베네치안 엑스포에서 열린 휴렛팩커드(HP)의 파트너 행사
엔리케 로레스 HP 최고경영자(CEO)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베네치안 엑스포에서 열린 휴렛팩커드(HP)의 파트너 행사 '앰플리파이 파트너 콘퍼런스'(APC)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신제품 공개 엔비디아 '고점'은 어디?

엔비디아는 연초부터 이어진 주가 급등 후 최근 조정국면을 맞고 있다. 다만 주가만 놓고 보면 1년 전에 비해 243.9%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향후 더 큰 폭으로 성장할 여력도 충분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엔비디아는 오는 18일(현지시간)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GTC 2024)를 개최하고 이 행사를 통해 새로운 AI칩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GTC 2024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첫 대면 행사로,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행사 현장에는 5년 전의 배 규모인 1만6천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적으로 30만 명 이상이 온라인으로 참여할 전망이다.

또 엔비디아가 AI 열풍을 주도하며 뉴욕증시의 강세를 견인하는 등 전 세계적인 기업의 반열에 올랐다는 면에서 더 큰 의미를 지닌다.

기조연설에 나서는 젠슨 황 엔비디아 창업주 겸 CEO는 신제품을 소개하고, 기술 발전 방향과 기업의 비전에 대해 발표한다.

엔비디아가 AI 컴퓨팅 시장의 지배력을 이어가는 데 있어, 차세대 AI칩의 성공 여부가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는 "엔비디아의 신제품이 AI 시스템의 중심에 서고 올해 말 양산 및 공급이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아직 구체적인 사양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이전 제품에 비해 가격대가 더 높을 것으로 예측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엔비디아 주가의 상승이 과도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이번 행사가 향후 행방에 매우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반면, 엔비디아의 성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마켓워치는 "지난해 12월만 해도 투자증권 애널리스트들이 가장 선호하는 주식이었으나 올해 주가가 계속 치솟으면서 엔비디아는 상위 20위권에도 들지 못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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