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의 극적 반전을 이룬 일본 기업이 주목받고 있다. 이른바 '이토추 기적'의 주인공, 이토추상사다. 종합상사인 이토추는 '새벽별 보고 출퇴근하는 회사'로 알려질 정도로 노동 강도가 높았다. 아이 낳고 키울 여건이 열악한 것은 당연했다. 이토추의 2013년 여성 직원 1명당 출산율은 0.6명이었다. 당시 일본 평균 합계출산율(1.41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런데 2022년 이토추의 출산율은 1.97명으로 늘었다. 근무 방식의 변화가 기적을 낳은 것이다.
이토추는 2013년부터 '아침형 유연근무제'를 도입했다. 오전 5∼8시에 출근해 오후 3시부터 퇴근하는 방식이다. 한 주에 두 차례 재택근무제도 실시했다. 어린아이가 있는 직원은 자녀의 하교(하원) 시간에 맞춰 퇴근이 가능하다. 이토추의 혁신적인 근무 방식은 경영 성과도 높였다. 직원 1명당 순이익은 5.2배, 주가는 7.8배 뛰었다. 일본 정부는 생산성과 출산율을 함께 끌어올린 '이토추 모델'을 전국에 확산시키겠다고 발표했다.
직장 만족도가 높을수록 결혼과 출산 의향이 커진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최근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은 직장 만족도가 높으면 결혼·출산 의향이 크게 증가한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미혼 청년을 대상으로 결혼 의향을 조사했더니, 직장에 '만족'한다고 밝힌 응답자의 68.4%가 결혼할 의향이 있다고 했다. 반면 직장에 '불만족'한다고 답한 경우에는 그 비율이 46.3%로 낮았다. 출산 의향도 비슷했다. 직장에 '만족'하는 그룹은 59.2%가 출산 의향이 있었으나, '불만족' 그룹의 출산 의향은 47.1%였다.
정부는 2006년부터 300조원의 재정을 저출산 정책에 투입했다. 그러나 출산율은 0.72명으로 떨어졌다. 현금성 지원 등 기존 저출산 대책이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지난 14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주요 기업 책임자들을 만나 "부모가 함께 일·육아를 병행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여건을 조성해 달라"며 "정부는 다양한 유연근무 모델 활용을 위한 지원을 강화하고 모성 보호 지원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구 위기 대응에 기업의 역할이 크다. 인구절벽 시대에는 가족친화적인 기업이 최고의 직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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