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을 통해 4·10 총선 대구 중남구 국민의힘 국회의원 후보로 선정됐던 도태우 후보가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국민의힘이 도 후보의 5년 전 5·18 민주화운동 관련 발언과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 발언(2019년 집회)을 문제 삼아 공천을 취소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이 도 후보 공천을 취소한 것은 도 후보 개인에게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다. 지역 유권자의 의사를 완전히 무시한 처사라는 것이다. 대구경북은 국민의힘 지지세가 강한 곳이고, 국민의힘 경선이 사실상 '총선 본선'인 곳인데 지역 유권자와 지역 당원들이 뽑은 후보를 일방적으로 공천 취소하고 김기웅 전 통일부 차관을 전략공천한 것은 "너희는 입 다물고 우리(국민의힘)가 정해 주는 대로 표나 찍어라"는 말이나 다름없다. 자유민주주의를 실천하는 수단인 대의민주주의를 이용해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정당(政黨) 독재'를 자행했다는 것 말고는 달리 표현할 수 없다. 정치 정당만 생각이 있고, 대구경북 유권자들은 생각이 없어야 한다는 오만이 아니면 이럴 수 없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도 후보의 과거 의견을 '막말'로 규정했다. 도 후보의 발언이 '막말'인지 '듣기 싫지만 확인해 봐야 할 문제'인지는 유권자와 역사가 판단할 몫이다. 나아가 국회의원은 국민의 다양한 의사를 모아서 문제를 제기하고, 논의해야 할 책무가 있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은 도 후보 공천을 취소함으로써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행태를 보였다. 하물며 도 후보가 제기한 5·18 관련 '북한군 개입 조사'는 '5·18 민주화운동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법'에도 명시되어 있는 항목이다. 조사의 필요성이 이미 제기돼 있었다는 말이다. 그러니 도 후보의 발언을 비판하는 국민의힘 내 이른바 '좌에서 우로 전향한 세력'과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은 특별법에 따른 진상 조사마저 무시하고 비판을 퍼부은 것이다. 더 나쁜 것은 국민의힘 지도부가 비판이 쏟아지니 앞뒤 따져 보지도 않고 공천을 취소했다는 점이다. 자기 안위만 생각하는 비겁하고 무책임한 '웰빙 정당'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 것이다.
2019년 도 후보의 문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이른바 '거리 투쟁' 과정에서 나온 말이다. 당시 문 정부의 무도한 질주를 도 후보가 비판할 때 지금 국민의힘 지도부들, 현재 국민의힘 내 전향 후보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나? 이 점에 대해서는 홍준표 대구시장도 "문재인 정권 때 모두 눈치 보는데 거리에 나가 대여 투쟁한 거였다"며 "그때 지금 지도부는 무엇을 하고 있었나? 주객전도(主客顚倒)가 따로 없다"고 강력히 비판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뭐라고 답할 건가?
좌측에서 우측으로 전향한 사람들, 국가적 현안에 입 다물고 있었던 당내 인사들은 무탈하게 공천 받고, 오랜 투쟁으로 반대 진영이 눈엣가시처럼 생각하는 후보는 내치는 것이 우파 국민의 지지를 받는 국민의힘이 할 일인가? 도 후보는 변호사로서 친북 좌파에 맞서 싸운 이들을 위해 무료 법률 변론을 해왔다. 국민의힘은 그런 후보를 내쳤다. 우파 가치를 생산하고, 확장해도 시원치 않을 판에 우파 가치를 훼손하고, 우파 정치인을 희생양으로 삼아 좌파와 상대 진영에 아부한 것이다. 표는 우파 및 보수층 국민들에게 달라고 하면서, 공천은 좌파들과 민주당 지지자들 눈치를 살피고 그들의 입맛에 맞게 결정하는 것이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는 국민의힘이 할 짓인가. 이런 식이라면 국민의힘 공천을 받고 싶으면 지역구를 다지거나 우파 및 보수 가치를 위해 투쟁할 필요가 없다. 상대 진영에 있다가 선거 직전 국민의힘으로 갈아타는 '변신'이면 충분하다.
대구 중남구에는 도태우 후보가 국민의힘을 탈당해 무소속 출마하면 지지하겠다는 시민들이 많다. 지역민이 선정한 후보를 국민의힘 지도부가 일방적으로 내친 데 대한 분노가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보수가치를 위해 싸우는 인물을 내치면 중도 표가 확장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착각이다. 지지층이 떠날 뿐이다.
이 나라 정치의 주인은 국민이다.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에게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어라'는 당 지도부들이 정신 차리도록 철퇴를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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