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잔치에 먹을 건 없었다. 국민의힘의 국민추천제는 흥행과 감동을 자신했지만 결과는 '깜깜이 공천'의 다른 이름이었다. 장고를 거듭한 대구 북갑·동구군위갑 공천 결과에 지역민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이 역력하다.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내리꽂기식 공천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이 국민추천제 대상으로 삼았던 지역구 다섯 곳은 모두 국민의힘 우세 지역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공천 결과를 보면 감동과 거리가 있다. 특히 대구에서 공천장을 받아 든 이들은 대구 출신이라는 것 외에 지역의 정치와 어떤 접점이 있는지 모르겠다. 사회·정치적 파장이 예상되는 발언 등이 아직은 없지만 이는 그만큼 지역에서 한 게 없다는 뜻도 된다. 문제 될 만한 발언이나 행적이 일절 없는 인사의 공천이 국민추천제 도입 취지는 아니다.
우려했던 '윤핵관' 등 정권 실세로 불리던 이들의 낙하산 공천은 아니어서 다행이지만 만족스럽다 보기 어렵다. 전략 공천도 지역과 호흡해 온 인재로 채우길 바라는 게 지역 여론이다. 그럼에도 현장을 누볐던 예비후보 상당수는 국민추천제 시스템에서 배제됐다.
중도층 장악이 선거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건 정설에 가까운 선거 공학이다. 그러나 충분한 인사 검증을 거치지 못한 채 들쭉날쭉한 잣대로 공천이 이뤄지면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 시스템 공천이라면 오류 가능성을 낮춰야 한다. 울산 남구갑의 공천장을 받아 든 김상욱 후보는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 전력이 드러나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검증이 촘촘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공천은 신뢰, 공당은 지역민이 어떤 사람을 원하는지 충실히 살피고 그에 합당한 인재를 추천할 것이라는 믿음에 부응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의 국민의힘은 그러지 못하고 있다. 보수 정통의 맥을 잇는 정당임을 자임하는 공당으로서 시대정신의 흐름에 발맞추는 건 소홀히 할 수 없다. 그러나 지지층이 공천 방식에 공감하지 못해 어리둥절해한다면 안정감 있는 변혁으로 나아갈 추동력을 얻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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