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이 다가올 무렵 햄버거 가게 아르바이트를 마친 찬우(가명·16)가 주황빛의 가로등을 따라 걸음을 바삐 옮긴다. 곳곳에 숨어있는 고양이들의 울음소리가 골목길의 음산함을 더했지만 걸음을 늦출 수는 없었다. 서둘렀던 탓에 코끝으로는 이내 햄버거 기름과 땀 냄새가 뒤엉켜 들어왔다.
힘들게 집 앞에 도착한 찬우. 문을 열고 들어가기만 하면 되는데 그의 발은 늘 문 앞에서 얼어 버린다. 어떤 퇴근길은 이 시간쯤 깊게 잠에 빠졌을 친구네 할아버지, 할머니가 깨실까 봐 손잡이 돌리는 손이 조심스러웠고, 또 어떤 퇴근길은 집에 있어야 할아버지가 없을까 봐 문을 열기 두려웠다.
◆ 어머니 음주사고로 시작된 빚의 굴레...아버지도 다니던 회사에서 해고돼
찬우를 옭아매는 빚의 굴레는 그가 겨우 3살쯤 일 때 시작됐다. 술을 마신 어머니가 무리하게 운전대를 잡았고 차량 7대를 들이박는 사고를 냈다. 이를 수습하기 위해서는 벌금과 각종 보상비용 등 3천만원에 달하는 돈이 필요했고, 찬우의 아버지인 정종수(가명·53) 씨는 살고 있던 집의 보증금 1천만원 외에 나머지 돈을 대출받아야 했다.
평소에도 다툼이 잦았던 찬우의 부모는 이 일을 계기로 갈라섰다. 찬우는 형과 함께 어머니의 고향인 전라도 임실에서 5년쯤 지내다 10살 무렵 다시 대구로 왔다. 어머니가 재혼을 하면서 형제의 양육을 아버지가 다시 맡게 돼서다.
물론 아버지도 두 아이를 평범하게 키울 수 있는 처지는 아니다. 철강업에 종사하던 그에겐 프레스에 손이 끼이는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했고, 그 결과 손가락 5개는 절단된 상태다. 당뇨도 심해 지금까지 빠진 치아만 12개에 달한다.
그래도 찬우는 중학생 때까지 큰 부족함을 느끼지 못하고 지내왔다. 원체 욕심이 없는 성격이었고 아버지가 꾸준히 일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비극은 찬우가 고등학생이 되던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아버지가 5년 넘게 다니던 회사에서 해고 당하면서 퇴직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한 것이다. 그동안 아버지가 현금으로 월급을 받아와 회계상 기록이 없다는 이유로 퇴직금 대상에 오르지 못했다. 자세히 알아 보니 아버지는 그동안 생계를 이유로 10년도 넘은 빚을 이자조차 제대로 갚지 못하는 신용불량자 신세였고, 회사에선 이 점을 악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실직한 이후로 아버지는 일용직이라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했지만 체격이 왜소하고, 몸도 온전치 않은 그를 받아주는 곳은 없었다. 자연스레 찬우네 집은 밀린 월세와 공과금 등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 가족 외면에 홀로 남겨지기도...대학서 국악 전공이 목표
어려웠던 시기에 찬우를 절망에 빠뜨렸던 건 가족의 부재였다. 일을 구하러 나간 줄 알았던 아버지가 몇 주째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휴대폰도 없는 아버지었기에 찬우가 연락을 취할 방법은 없었다. 재혼한 어머니 역시 소식이 끊기긴 마찬가지였고, 고등학교 졸업 후 곧장 구미로 일을 하러 간 형도 찬우를 도와줄 상황이 안됐다.
찬우를 도운 건 학교 친구들이었다. 이들이 구청과 지역 복지관 등을 수소문해 찬우가 받을 복지혜택 등을 대신 알아봐 줬다. 그러나 이를 받기 위해서라도 찬우는 아버지를 찾아야만 했다. 아버지가 '실종'으로 등록돼 있으면 미성년자인 찬우가 홀로 기초생활수급 신청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얼마 안 돼 아버지와 연락을 주고받던 고모 덕에 찬우는 아버지와 재회할 수 있었다. 아버지가 자기에게 도저히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떠났다는 것도, 다시 돌아와서 미안하다는 얘기를 하지 않은 것도 좀처럼 이해 가지 않았으나, 찬우는 아버지에게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역정을 내봤자 달라지는 게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아버지는 찬우 곁으로 돌아왔으나 한 집에서 같이 살 수 없었다. 그동안 살던 집에 월세가 밀려 더 이상은 지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지인들의 집을 전전했고, 찬우는 조부모와 함께 사는 친구집에서 살기 시작했다.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 이때부터 햄버거 가게 아르바이트를 일주일에 4번씩 나갔다.
다행히 지난해 12월부터 구청과 복지관의 도움으로 찬우네는 함께 살 수 있는 집을 구했고, 기초생활수급 신청도 가능해졌다. 몇 해 전까지만 하더라도 아버지와 형의 근로소득으로 인해 신청이 어려웠지만, 아버지가 일을 하기 어려운 상태인 것과 형과 교류가 끊겼다는 점 등이 반영된 것이다.
당장 급한 불은 껐지만 미래는 여전히 막막하다. 아버지 앞으로는 원금 3천만원을 포함해 약 1억원의 빚이 아직도 남아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집에 독촉장이 날아오지만 그를 받아줄 일자리는 마땅히 없다. 구청을 통해 자활근로를 신청했지만 돌아오는 소식이 없어 속을 태운다.
고등학교 2학년인 찬우는 하루빨리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학업에 열중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대학에 진학해 국악을 전공하는 것이 목표인 그는 지금도 서구에 있는 날뫼북춤보존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날뫼북춤 무대를 펼칠 때 관중들이 보내는 환호 소리를 몸으로 듣는 것이 찬우가 이 세상에서 누릴 수 있는 유일한 낙이다.
난생처음으로 이루고 싶은 꿈이 생겼지만, 찬우의 몸과 마음은 이미 지칠 때로 지쳐 버렸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차곡차곡 모으는 월급도 언제 사라질까 두렵기만 하다. 이 돈마저 없어진다면...이젠 꿈을 팔아 돈을 갚아가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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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 문제로 꿈 좌절된 김주호 군에게 2,481만원 전달
인도 출신 미등록 외국인 가정인 탓에 운동 선수의 꿈이 좌절된 김주호 군(매일신문 3월 5일 10면 보도)에게 2천481만3천200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엔▷㈜삼이시스템 10만원 ▷국제정밀(김용근) 5만원 ▷안현숙 5만원 ▷곽병완 3만원 ▷이병규 2만5천원 ▷신종욱 2만원 ▷최정원 1만5천원 ▷최지원 1만5천원 ▷가지영 5천원 ▷김진혹 5천원 ▷'나노김동현' 7만원 ▷'나무아미타불' 3만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가족에게 버림받은 암환자 강성훈 씨에게 2,252만원 성금
가족에게 버림받고 노숙생활 중에 백혈병까지 걸린 암환자 강성훈 씨(매일신문 3월 12일 10면 보도)에게 42개 단체, 160명의 독자가 2천252만7천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에스엘㈜ 2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200만원 ▷건화문화장학재단 150만원 ▷㈜대구은행 100만원 ▷㈜일지테크 100만원 ▷㈜태원전기 5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한라하우젠트 50만원 ▷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이보영) 40만원 ▷㈜태린(박찬종) 40만원 ▷최상규이비인후과 4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한미병원(신홍관) 30만원 ▷㈜동아티오엘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백선교문화재단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경주천마운전전문학원 10만원 ▷김영준치과의원 10만원 ▷대구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최우진)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신성산업(김용환) 10만원 ▷창성정공(허만우) 10만원 ▷㈜명EFC(권기섭) 5만원 ▷건천제일약국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선진건설㈜(류시장) 5만원 ▷세무사박장덕사무소 5만원 ▷우리들한의원(박원경) 5만원 ▷위브디자인(김영민) 5만원 ▷전피부과의원(전의식) 5만원 ▷채성기약국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국선도풍각수련 3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청산(우창하) 3만원 ▷서성상회(박형근) 2만원 ▷사단법인대한민국힐링문화진흥원 1만원 ▷하나회(김미라)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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