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은식의 페리스코프] 윈스턴 처칠의 리더십 정수

비유와 통찰력으로 설득…정치가이자 언어의 마술사
25세 정계 입문 총리까지 올라…2차 세계대전 이끈 세기의 영웅
정치·군사적 전문성 모두 갖춰…노벨문학상 받을 수준의 필력

1945년 태평양전쟁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얄타회담에 참석 중인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앞줄 왼쪽부터),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 이오시프 스탈린 소련 공산당 서기장

2차세계대전이 종전 무렵 영국 국민들은 총선에서 처칠을 야인으로 만들고 그를 현실 정치에서 밀어내었다. 그러나 처칠의 총선 패배는 처칠의 부인 클레멘타인이 처칠에게 한 말처럼 "위장된 축복"이었다. 그것은 전쟁지도에 지친 노수상에게 국민이 부여한 강제휴식이었다. 이사야 벌린을 비롯한 처칠의 전기 작가들은 그를 신화적 영웅으로 칭송하고 있다. 그러나 그를 진정한 영웅으로 만든 사람은 처칠 자신이었다.

현실정치에서 벗어난 처칠은 영국이 당면한 어려운 국정을 다룰 필요가 없었다. 소련 공산주의의 팽창의 위험을 경고하는 부담감에서 해방, 제2차세계대전사 집필을 위해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확보하였고, 전승을 위한 스트레스로부터 심신 회복의 여유를 가졌다.

처칠은 일찍이 전쟁영웅과 저널리스트로서 공인의 삶을 살아왔고 25세에 정계에 입문하였다. 그는 62년간 하원의원을 지내면서 외상을 제외한 관직을 30년간 두루 복무했고 9년에 걸쳐 두 차례 수상을 지냈다. 그의 불굴의 의지는 영국과 서구 문명을 구한 횃불이었다.

◆처칠은 2차대전 회고록으로 노벨평화상아닌 문학상받아

2차대전 회고록은 그에게 53년도 노벨문학상을 안겨주었다. 많은 사람들이 왜 처칠이 평화상이 아니라 문학상을 받았지? 하는 의문을 갖는다. 정치가가 평화상을 받는 것은 정치적 거래로 볼 수 있지만 문학상을 받을 정도의 저서 37권과 필력을 갖추었다는 사실은 대영제국에게는 얼마나 자랑스러운 것인가?

세익스피어를 인도와 바꾸지 않겠다고 한 디즈레일리 이후로 처칠은 위대한 정치가이자 언어의 마술사였다. "링컨처럼 서서 처칠처럼 말하라" 라는 책이 나올 정도로 감동을 주는 연설이 많다.

처칠은 정상 수준에서는 진정한 정치와 전략은 하나임을 간파했다. 즉 정치와 군사문제에 모두 전문성이 있고 정통했던 처칠같은 정치가만이 최고의 정치지도자로서의 책임을 감당할 수 있었음을 밝혀준다. 그는 보좌진들이 써주는 대로 읽지 않았고 국가의 전반적인 전략목표에 부합하는가하는 안목으로 판단했다.

국민들은 생각을 자연스럽게 말하고 기자의 질문에 위트있게 되받아치는 지도자를 갈망한다. 국가가 위기에 봉착했을 때 그 위기를 해소하는 지도자의 생각을 보고 싶어하는데 이것은 하루아침에 그냥 되는 것이 아니라 끝없는 절차탁마와 생각이 정리되어 있는 지도자에게만 가능한 일이다. 그는 국가의 권위에 도전하는 어떤 세력에게도 엄하게 행동하였다.

처칠 같은 지도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 처칠은 소련 적화시와 히틀러의 등장시 카산드라처럼 통찰력있는 예언을 했지만 당시엔 아무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처칠은 정치적 책임을 지는 지위에서 리더십을 적용할 기회를 가진 드문 정치가였다.

처칠은 하버드 대학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는데 그때 그가 한 연설에 특이한 구절이 있다. "위대성의 대가는 책임이었다. 고통으로 몸부림치고 대의에 의해서 고무된 문명세계의 문제에 관여하지 않으면서 여러 가지 면에서 문명 세계의 주도적 공동체로 부상할 수 없다."

또한 처칠은 김일성이 6·25남침을 했을 때 "외부적이든 혹은 내부적이든 폭정은 그것이 어떤 치장이나 위장을 해도 어떤 미사여구를 사용하고 왜곡해도 우리의 적이다. 공산주의자들이 한국에서 시작한 것이 그들의 승리로 끝나지 않아야 하는 것이 평화의 희망과 민주국가들의 단결에 치명적으로 중요하다."고 밝혔고 한국전에서 핵전쟁으로 비화되지 않도록 중재역할을 하였다.

그는 수많은 비유와 화술을 구사하였다. 이는 끝없는 독서를 통한 비유법과 로마의 웅변가 키케로의 수사학을 공부했기 때문이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나는 창조주를 만날 준비가 되어 있다. 나의 창조주가 나를 만나는 큰 시련에 준비가 되어 있는지는 다른 문제이다."라고 위트있게 답변했다.

◆세기의 영웅이자 영국의 구원자로 평가받는 처칠

존 렌스탐 영국 런던대학 현대사 교수는 처칠을 "세기의 영웅(Man of the Century)"이라는 말로 칭송했고 AJP 테일러 같은 역사학자도 처칠을 "국가의 구원자"라는 평가를 내렸다. 처칠은 2차대전 당시 산화한 공군들을 칭송하는 자리에서 영국 전투비행단 조종사들의 용기와 결의에 대하여 "인간투쟁의 현장에서 그렇게도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도 적은 사람들로부터 그렇게도 많은 은혜를 입은 적은 결코 없었다."고 찬양하였다.

사람이 죽고 나면 그의 공과를 논하게 된다. 그러나 이 거인은 "승리도 역사적이었지만 실수도 인상적이었기 때문에, 그리고 그의 인품이 지금도 빛나고 있기 때문에 역사는 아직 그 그늘을 들여다 보지 못하고 있다"고 하였으며 그의 신화가 쇠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제국의 정치가를 넘어 세계의 정치인으로 우뚝 선 모습은 영미동맹의 살아있는 상징이었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굴복하지 않는 용기의 표상이었던 윈스턴 처칠의 불독 같은 인상, 보우타이, 파이프, 지팡이를 든 표지 사진은 그의 이미지이다.

처칠은 1965년 1월 24일 90세의 나이로 70년 전 아버지와 같은 날 생을 마쳤다. 영국은 그의 죽음을 3일간의 국장으로 애도했다. 2차대전 당시 위기의 영국을 구한 노재상에게 영국 국민들은 몇 시간씩 기다려 경의를 표했다. 부음이 전해지자 모든 축구경기가 연기되었고 모든 파업을 취소했으며 신하의 장례식에는 참석하지 않는 여왕도 참석했다. 그의 운구 행렬이 템즈강을 건널 때는 하적용 크레인도 예의를 표시하였다. 고인의 시신은 생전 뜻대로 블레이든 마틴 교회에 안장되었다.

"우리는 항복하지 않을 것이며 해안에서도 싸우고 상륙지점에서도 싸우겠다"고 맹세한 처칠의 조국을 위한 공헌과 업적은 결코 잊혀지지 않을 것이며 그의 리더십은 계속 칭송받을 것이다.

◆처칠 리더십의 정수는 비유와 설득력

신념과 비전, 공직자의 의무감, 분별력: 정성스러운 동맹관리, 전략적 안목: 간접접근법과 공세의 원칙, 외교술, 용기, 장엄함, 수사학적 연설: 단어의 정확한 이해, 음성, 꾸준한 주장의 축적, 유추의 사용은 처칠 리더십의 정수다.

처칠을 마키아벨리즘을 극복한 진정한 민주주의자, 링컨을 계승한 진정한 후계자, 로마의 키케로를 닮은 사나이다운 정치지도자, 국가라는 배의 선장에 비유할 수 있다. 독재자는 처벌과 응징에 의존하나 민주주의자는 설득에 의존하며 처칠은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았던 정직한 신념의 지도자이자 영감을 주는 인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