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총선 공천 대구경북 희생양 삼은 국민의힘 지도부 비겁했다

공천 번복·내리꽂기로 지역 짓밟아
대구경북 없이도 국민의힘 존재하나

국민의힘이 대구 중남구 지역구 도태우 후보에 대한 공천을 취소한 것과 동구군위갑과 북구갑에 '국민 추천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각각 최은석 전 CJ제일제당 대표이사와 우재준 변호사를 총선 후보로 선정한 것은 당 지도부의 나약함과 무책임한 처사 때문이라고 본다. 좌파 진영의 도 후보에 대한 공세와 흔들리는 수도권 민심을 달래야 한다는 다급함에 대구경북을 희생한 것이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동구군위갑과 북구갑을 국민 추천 지역구로 선정하면서 왜 선정했는지, 기존 후보들은 어떤 점에서 공천을 받기 미흡했는지 설명하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무감동 공천' 비판이 나오자 갑자기 동구군위갑과 북구갑을 국민 추천제 지역구로 선정했다. 그러고는 지역에 예비후보 등록조차 하지 않았던 인사, 지역구 표밭을 다져본 적도 없는 인사들을 공천하면서, 현역 의원인 류성걸(동구군위갑), 양금희(북구갑) 의원은 물론 그간 당 공천을 받기 위해 지역구를 누벼온 예비후보들을 배제했다. 해당 지역구에 국민 추천 이름으로 공천한 두 후보는 대구 출신이라는 점 외에는 지역과 이렇다 할 접점이 알려진 것이 없다. 대구경북 민심과 무관하게 일방적으로 '내리꽂기'했다는 거센 비판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국민의힘의 대구 중남구 공천 번복과 국민 추천 지역구 지정(동구군위갑·북구갑)은 국민의힘을 거칠게 몰아세우는 좌파들의 공세를 무마하고 수도권 민심을 달래기 위해 대구경북을 '희생양'으로 바친 것이라는 비판이 많다. 심지어 도태우 후보에 대한 공천 취소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광주 방문을 위한 '선물'이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표는 우파 국민에게 받으면서 공천은 좌파의 '허락'을 구하고, 대구경북 유권자의 표를 받으면서 수도권과 호남 유권자의 눈치를 살폈다는 것이다. 최후까지 국민의힘을 지켜온 대구경북을 '호구'로 보지 않고는 이럴 수 없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대구경북을 우습게 보는 것은 대구경북민들과 지역 정치인들의 평소 수동적인 대응에서 비롯됐다. 수도권 판세를 유리하게 조정하거나 국민의힘을 향한 상대편의 공세를 무마한다는 명분으로 대구경북 지역구 공천을 마음대로 흔들어도, '쇄신 공천'의 희생양을 대구경북에서 찾아도 국민의힘 공천 후보를 울며 겨자 먹기로 찍어 줬기 때문이다. 홀대하고, 모멸감을 줘도 저항하지 않으니 자기들 마음대로 하는 것이다. 이제는 짝사랑을 끝내야 한다.

대구경북이 없었어도 오늘의 국민의힘이 존재할 수 있었을까? 대구경북이 없었어도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지금처럼 전국을 누비며 셀카 찍고 환호받을 수 있을까? 도태우 후보 공천 취소와 대구 동구군위갑, 북구갑 후보 내리꽂기는 대구경북의 자존심과 자부심을 짓밟는 처사였다. 특히 보수 우파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 온 도태우 후보를 내친 것은 화약고를 터트린 격이었다.

국민의힘이 좌파와 민주당 지지자들의 눈치를 살피면서 지지자들의 요구를 거부하는 것이 과연 보수정당의 강령(綱領)에 부합하는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입에 담지 못할 '막말'을 비판하기는커녕 자기편을 과거 발언 하나하나까지 문제 삼아 내치는 것이 가당키나 한 처사인가. 범죄 혐의로 1심과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자들의 '난장판' 공천을 공격하기는커녕 '무감동 공천' 비판에 눌려 지역구에서 열심히 표밭을 다져온 후보들의 기회마저 자르는 것이 대구경북에 대한 보답인가? 국민의힘은 좌파의 공세에 놀라 대구경북을 희생할 게 아니라 '보수 우파'의 깃발을 높이 들고 용기 있게 싸웠어야 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