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동물들이 작곡가들에게 영감을 줬는데, 그중에서도 조류가 가장 많은 영감을 준 동물로 알려져 있다. 그 이유는 새소리가 악기로 표현하기 쉽기 때문이라고 한다.
새에 관한 작품으로 가장 독보적인 작곡가는 아마도 프랑스의 올리비에 메시앙일 것이다. 그 자신이 세심한 조류학자이기도 한 메시앙은 새를 '하늘이 보낸 음악가'라고 예찬했으며, 특히 그는 어디를 가든지 새소리를 들으면 오선지에 음표로 옮겼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새를 주제로 한 그의 작품 중에서 가장 유명한 '새의 카탈로그'는, 음악으로 표현된 조류도감이라고 말할 정도로, 유럽에 서식하는 77종의 새소리를 13개의 피아노곡을 통해 들려준다.
그는 악보에다 주제별로 그 음악이 표현하는 풍경과 새 이름을 나열하는 해설도 붙여서 음악을 듣는 사람에게 생동감 넘치는 새소리와 함께 이에 어울리는 멋진 풍경도 떠올리게 한다. 이들 새소리의 주인공 중 제목으로 쓴 13종류는 노랑부리까마귀, 유럽꾀꼬리, 바다직박구리, 흰머리딱새, 유럽올빼미, 숲종다리, 개개비, 쇠종다리, 세티꾀고리, 바위직박구리, 말똥가리, 검은색 흰머리딱새, 마도요다.
이외에도 많은 작곡가가 새소리를 음악에서 표현하고 있다. 헨델은 자기의 오르간 협주곡인 '뻐꾸기와 나이팅게일' 제2악장에서 이들 새소리를 차용하고 있다. 하이든의 '교향곡 제83번'은 제1악장에서 오보에가 연주하는 부분이 암탉 우는 소리와 닮았다고 해 '암탉교향곡'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베토벤도 그의 6번 교향곡인 '전원교향곡'의 제2악장에 새소리를 넣었는데, 플루트로 연주하는 나이팅게일, 오보에로 연주하는 메추라기, 그리고 클라리넷으로 연주하는 뻐꾸기다. 비발디는 플루트를 위한 '붉은방울새 협주곡'에서 플루트로 새소리를 묘사하고 있다. 핀란드의 작곡가인 시벨리우스는 16마리의 백조 무리가 머리 위로 지나가는 것에서 영감을 받아 자기의 교향곡 5번의 피날레 부분을 작곡했다고 한다.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 중 두 번째 음악인 '죽음의 무도'에서는 오보에가 새벽을 알리는 닭의 울음소리를 낸다.
이렇듯 대개의 클래식 음악에서는 전통적으로 목관악기나 바이올린 등으로 새소리를 묘사하지만, 이와는 달리 레스피기가 1924년에 작곡한 작품으로 고대 로마에 대한 향수를 표현하는 '로마의 소나무'에서는 직접 녹음한 나이팅게일의 소리가 사용된다. 레스피기는 이 작품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하면서 특정 음반까지도 지시하는데, 콘서트 레코드 그라모폰사에서 발매한 R6105 음반을 이용하라는 것이다. 이 음반은 분당 78회전을 하는 유성기용 SP판으로서, 녹음기술자이면서 조류 사육사인 칼 라이흐가 만든 최초의 판매용 새소리 녹음이다. 이후 오늘날까지도 악보와 함께 녹음본이 출판사에 의해 제공되지만, 저장매체는 SP판에서 LP, 카세트테이프, CD 등을 거쳐 음악파일인 MP3의 형태로 바뀌었다. 그래도 가끔 SP판을 쓰기도 하는데, 2019년에 있었던 일본 NHK교향악단의 연주에서는 큰 나팔이 달린 유성기를 무대에 올려 SP판으로 나이팅게일의 소리를 냈다. 아날로그에 대한 일본인의 사랑은 대단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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